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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민 Aug 24. 2021

<착취도시, 서울>을 읽고

 생전 처음 써보는 '편집자' 시선으로서의 독후감

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은 무엇일까


 영화 <기생충>이 재현한 반지하 방의 생활은 누군가에겐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늘 존재했지만, 알기 어려웠던 주거 빈곤의 실태를 <착취도시, 서울>은 샅샅이 보여준다. 언론에서도 종종 주목했으나 ‘쪽방’은 소위 그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드러내는 ‘빈곤 포르노’의 소재로만 쓰였을 뿐, 누구도 자세한 구조를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혜미 기자는 진심이 담긴 고민을 하며 쪽방을 취재했다. 사회부에 몸담았던 저자는 2018년 11월 9일 국일고시원 화재로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하다 보니 쪽방촌의 실태에 대해 점점 알아가며 데이터를 분석했고, 쪽방촌 잠입취재로 1년 동안 쪽방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취재를 완성했다.


 1부는 지옥고 아래 쪽방으로 쪽방촌의 사람들에 관한 세밀한 이야기들과 쪽방촌에서 빈곤을 고착화하며 폭리를 취하는 빈곤 비즈니스의 실상을 폭로한다. 쪽방촌 관련 기사가 나간 후에 쪽방촌 주민들에 대한 반응도 솔직하게 전한다. 이 점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2부에선 원룸을 다시 두 개 세 개로 쪼개서 임대해 고수익을 올리는 대학가 신 쪽방촌도 파헤친다. 자전적인 이야기와 함께 서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주거난민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고민이 가득 담긴 이혜미다운 르포였다. 르포 속에선 박씨 등 다양한 쪽방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면면히 전한다. 사진과 함께 그들과의 대화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했다.      


"낮에는 무조건 나와 지내고 밤에는 문을 꼭 잠그고 살아요. (이웃들이) 여자가 산다는 걸 아니까 도저히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더라고요. 밤새 방에 습기가 가득차기도 하고"


이 한마디는 여성으로서 쪽방촌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위험과 폭력에 노출되어 좁디좁은 쪽방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쪽방촌 주민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을 통해 직접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들의 힘든 쪽방 생활에 깊게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뜨내기들의 욕망 도시, 서울. 프로듀스 101처럼 젊음을 착취하는 구조는
서울에서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주거 난민 청년의 이야기를 전개하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이다. 쪽방인지도 모른 채, 많은 청년들이 살고있다. 한양대학교에 다니는 지인이 실제로 쪽방에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서울 근처 수도권인 우리 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서도 쪽방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꽤 많이 존재하고 그들 또한 집다운 집에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주거난민은 우리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 지점을 이 책은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주거난민 청년은 ‘빈곤의 표상’이 됨과 동시에 여러 ‘가능성’을 내포하는 이중적 존재가 돼버렸다. 이런 기본적인 욕구와 희망도 뒷받쳐주지 못하고 어떻게든 청년을 착취하려는 사회가, 결혼, 출산 등 재생산을 위한 많은 것을 요구해도 되는걸까.”     


 이 구절로 책은 끝마친다. 나를 포함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해당 구절에 크게 공감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착취도시, 서울> 만듦새


 이 책의 제본형태는 종이책이고 무선제본이다. 양장본은 아니었고 소프트커버로 되어있는 책이라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13000원 정도로 적당한 가격이었다. 208쪽이고 298g이란 무게를 가졌으며 135*200*20mm의 크기인 책은, 가방에 가지고 다니며 들고 읽기에 딱 편했다. 미니백보다 조금 크고 에코백보다 조금 작은 ‘버킷 백’에도 충분히 들어가는 사이즈라 학교 가는 길, 이동할 때도 충분히 읽을만 했다.


 표지엔 ‘쪽방 르포’의 특징이 나타났다. 앞표지는 흑백사진으로 구성을 했으며, 책 제목과 작가 이름, 그리고 출판사 이름은 노란색으로 통일했다. 흑백사진은 영화 <조커>에서 조커가 춤추며 내려온 뉴욕의 빈민가와 비슷한 끊임 없는 계단이 이어진 구조가 돋보였다. 노란색으로 우측에 ‘착취도시, 서울’이란 제목을 선정하고 뒷배경과는 다르게 조금의 양각을 주어서 제목에 더더욱 주목할 수 있게 했다. 왼쪽 위엔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이라는 노란색 리드가 쓰여 있었는데 끝없이 내려오는 계단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뒤표지도 노란색 리드와 추천사, 그리고 검정 배경으로 이뤄졌다. ‘자본과 인간이 싸우는 미세허파’, ‘서울 쪽방 탐사 대기록!’, ‘대도시는 어떻게 먹이사슬 망이 되었나’ 가 내걸려있고, 그 하단엔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최현숙 구술 생애사 작가의 추천사가 적혀있다. 뒷표지의 리드는 이 책 전체를 잘 설명해 줬다. 이렇게 표지의 디자인이나 텍스트를 보고 독자들은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선 이 표지 디자인과 내용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했을 때, 내세우고 싶어하는 책들은 책장에 꽃아놓은게 아니라, 마치 미술작품처럼 전시해서 독자에게 ‘표지’를 잘 보이게 했으니까 말이다. 나 또한 최현숙 구술 생애사 작가의 추천사를 읽고 이 책이 더 끌렸고, 노란색과 검정색의 대비가 내용과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표지 앞날개엔 작가인 이혜미 기자의 약력이 서술되어 있다. 대부분 대학의 이름을 적어놓기 마련인데, 이혜미 기자는 대학 이름을 적지 않았다. 또한, 고 이용마 기자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신념을 말해준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가가 끈기 있게 취재한 르포를 읽으며 해당 대목을 계속 떠올리게 되었다. 언론에 게재된 서평이나 블로그의 글들에서도 앞날개에 있는 해당 대목에 많이 주목했다. 책의 앞날개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해서 읽지 않는 이상, 책갈피 역할을 하면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 작가의 가치관을 드러내 주어서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작용하였던 것 같다.


 책의 앞날개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뒷날개는 조금 아쉬웠다. 책과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의 출판사 책들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혹시 이 책만 그런걸까’ 하고, 집에 있는 많은 책을 들춰봤다. 몇몇 책은 뒷날개에도 해당 책과 연관된 구성을 취했고, 몇몇 책은 <착취도시, 서울>과 비슷하게 출판사의 책들을 홍보해주는 구성이었다. 출판사로서는 어쩔 수 없었겠다만, 목차를 뒷날개에 표기하는 방법이나 작가의 글 중에 중요한 구절들로 채워 넣었으면 책 한 권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책을 펼쳐서 읽어봤을 때, 소제목이 꽤 많이 달린 편이 눈에 띄었다. 소설이나 다른 호흡이 긴 장편소설에 비교해서 말이다. 그래서 짧게 짧게 읽고 생각을 정리하기 편하게 느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독특했던 구성은 기자의 기사에서 발전된 르포형식의 책이다 보니, 회색 배경의 신문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신문기사’가 수록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르포형식의 책인 만큼, 쪽방촌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흑백사진이 200쪽의 책에 15장 이상 실려있어서 쪽방촌의 생생한 실태 파악에 도움이 됐다.      


대체 책이 얼마나 팔린걸까


 모든 도서들이 그렇듯이, <착취도시, 서울>도 판매량이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저 대형 서점 사이트에서 재단한 수치들로 판매정도를 알 수 있었다. 알라딘에선 사회학 일반 주간 43위, 사회과학 TOP100을 6주 동안 차지했다. YES24에선 사회,정치 TOP100을 1주동안 기록했다. 이외엔, 구글링이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책의 지표를 알 방법이 없었다. 이를 두 지표를 바탕으로 <착취도시, 서울>은 종합베스트셀러가 되진 못했지만, 부문별 분류에선 50위와 100위내에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더 자세한 지표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나 음악차트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어 판매량을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판매량은 정확한 지표를 알 수가 없었다. ‘방송국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조차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며 답답해졌다. ‘혹시나 출판사는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 해당 책의 출판사인 글항아리에 전화를 걸었다.


글항아리의 한 담당자는 쉽게 알려주진 않았다. 내부 데이터베이스시스템이 있다고 하는데, 외부로 공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부터 난 대학생이고 출판 관련 수업을 듣는데 레포트를 쓰는데 이 책이 대체 얼마큼 팔렸는지 알 수가 없어서 전화했다고 얘기를 했는데도 비슷한 질문만 물어보고 애매한 대답만 건네왔다. 레포트 쓰는 방향까지 아주 상세히 말씀드리고 난 후에  <착취도시, 서울>이 몇 부가 찍혀나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숫자를 듣는데 진땀을 다 뺐다. <착취도시 서울>은 ?부가(비공개처리합니다) 찍혀서 나갔다. 도서관에서 팔렸을 수도 있고, 서점에서 팔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 팔리지 않은 도서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 실시간 판매 부수는 측정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출판사 내부에선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공개되지는 않는다.  

   

“두께나 장정, 인쇄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범한 단행본은 3000~6000부 정도 팔리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한다. 별 근거 없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소설가의 경우 대략 판매량이 5000부 언저리일 때 ‘문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에서 ‘한국 문학의 기대주’ 정도로 호칭이 바뀌는 것 같다. 그러다 1만 부가 팔리면 ‘한국 소설의 미래’ 소리를 듣고 3만 부쯤 팔리면 베스트셀러 작가, ‘대세 작가’가 된다. 판매량 10만 부 즈음에 또 상전이(相轉移)하는 구간이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손익분기점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손익분기점을 넘길만큼은 팔렸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긴 하다만, ‘어느 정도’ 팔렸는지조차 짐작할 수 없는 출판업계의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TV드라마, 영화도 투명하게 대중들에게 공개하는데, 이미 출판된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대중들에게 왜 공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생겨났다.      


서점의 선택


 <착취도시, 서울>은 독립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고, 문학동네와 글항아리의 서포터즈에게 지급되어 그들이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독립서점의 ‘구독’ 시스템에서도 이 책은 꽤 많은 선택을 받았다. YES24,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MD들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이 ‘문학동네’라고 이름 들어봤을 법한 출판사의 계열사에서 나온 덕 이었을까?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상반기에 했던 가장 큰 기획 행사인 ‘2020 상반기 독자의 선택’이라는 이벤트에서 10권에 책 안에 선정되어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는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 결과는 상위권은 아니었다. 하지만 4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착취도시,서울>에 표를 던졌다. 총 판매부수가 3700부였기 때문에 투표한 사람들이 모두 도서를 구매하진 않았을테지만, 어느정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지 않았을까? 오프라인/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했으며 광화문 교보문고 메인부스에 이 이벤트가 전시되었기 때문에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이벤트에서 10권의 책 안에 ‘호명’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이미’ 베스트셀러라는 사실 자체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 이기 때문에 TOP10에 들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이 책 자체의 선정 기준은 알지 못했지만, TOP10의 선정 기준은, 다양성, 시대성, 대중성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다. 크게 세 과정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가장 먼저 200개의 출판사와 출판 관계협회, 그리고 교보문고 직원들의 추천을 통해, 2019년 12월에서 2020년 4월 사이에 출간된 도서 중에 좋은 책이지만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책을 213종을 추천받았다. 그 후 내부 선서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다 득표 도서 83종을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북마스터, MD 등 교보문고 직원들의 토론과 투표를 통해 최종후보 10종을 선정하게 됐다. 서점, 출판협회, 출판사 등의 여러 입김이 10종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선정된 10권 중 9권의 책은 알라딘 서점을 기준으로 분야별 TOP50도서이다. 그리고, <착취도시,서울>과 TOP10에 같이 선정되었던, <제주도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는 투표에선 상위권의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해당 이벤트 이후에 폭발적인 주문 증가로 이어졌다고 한다. 투표의 랭킹과 관계없이 약 4~5만명의 사용자가 참여한 해당 이벤트의 힘 자체는 꽤나 대단했다. 그리고 이 이벤트는 거대서점의 ‘호명’으로 만들어졌다.     


북스타그램 속 독자들


 <착취도시,서울>을 읽고 독자들은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언론계 종사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기사가 책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포털의 뉴스의 오피니언에서 책의 서평을 꽤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일간지의 추천도서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서평에 많이 쓰이고, 언론사 추천도서로 선정된 양상도 재밌었다. 하지만, 북스타그램의 열풍 속에서 SNS에서 이 책이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요즘 북스타그램의 열풍으로 기대를 품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착취도시서울을 검색했다. 이번 달 6일 기준으로 171개의 게시물이 있었다. 비공개 게시물도 포함되는 숫자라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공개게시물만 기간별로 집계해봤다. 대부분 이미지는 ‘책’의 이미지를 업로드했고, 감상평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책이 출간된 올해 2월엔 36개 게시물이 업로드 됐다. 그중에 다른 월보다 출간된 시기라 그런지, 서점들의 홍보게시물이 6개 정도 있었고 이외에도 #글항아리 서포터즈 와 같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게시물을 작성한 독자도 있었다. 3월엔 30개 게시물이 업로드 됐다.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한 게시물과, #북클럽문학동네, #글항아리서포터즈등의 해시태그도 눈에 띄었다. 4월엔 15개 게시물로 게시물수가 반토막났다. 책이 출간된 바로 직후인 2,3월과는 다르게 15개의 게시물 모두 출판사 서포터즈와 관련된 게시물은 한 개도 없었다. SNS마케팅은 책이 출간되고 1~2달안에 진행되는 모양이다. 5월의 게시물은 18개였고, 4월과 비슷한 모습이다. 6월엔 11개의 게시물이 기록됐다. 그 중 교보문고 상반기 좋은책의 재발견 투표인증 게시물이 4개정도 업로드 됐다. 오프라인 투표 인증도 있었다. 7월엔 15개의 게시물, 8월엔 12개, 9월엔 6개, 10월엔 1개의 게시물이 업로드 됐다. 출간이 됨과 동시에 출판사과 서점들은 많은 이벤트를 쏟아져 냈다. 실제 판매량의 추이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 유행하는 북스타그램 속 자신이 책을 읽은 것을 인증한 독자들은 ‘홍보’가 되는 시점에 책을 더 많이 읽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꽤 많은 출판사들이 책이 출간됨과 동시에 ‘서포터즈’, ‘북클럽’ 등에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홍보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책의 감상을 인스타그램을 기록하는 방식은, 100인이 넘는 개인마다 가지각색이었다. 하지만, 백여개의 게시물의 내용을 훑어본 결과, 대부분 그냥 독서하고 끝날 수도 있었는데 수고롭게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감상을 남긴 독자들은 대부분 주거문제와 착취, 빈곤문제에 대해 자신의 감상평 겸 입장을 기록했다.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나오자마자 주문한 책인데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쪽방으로 '빈곤 비즈니스'를 대대로 해 부촌에 건물을 세우는 사람들. 청년임대주택을 '빈민아파트'로 규정하며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오면 동네가 슬럼화(이게 무슨 7H소리인지)될 것이며 집값이 떨어질거라며(이게 본심)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 가슴이 답답해 며칠에 걸쳐 끊어 읽고 있다.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착취도시서울”      


 위와 같은 감상평을 꽤 많이 읽게 됐다. 그리고 많은 감상평에서 자신이 인상깊었던 구절을 인용했다. 그 중, 2부에서 언급된 청년들과 관련된 구절이 많았다. SNS이용자 중, 청년세대가 많아서이지 않을까?      


<착취도시, 서울>의 의미


“ 대중적 수용 행위는 ‘텍스트의 선택 - 감상의 과정 -삶의 재구조화’로 구성된다. 분석은 이 세 과정 전체에 모두 걸쳐야 온전한 것이 된다. 흥행과 수용은 ‘과정’으로 간주되고 기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텍스트는 자신 속에 처음부터 흥행의 요인들을 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의 과정 속에서 야기되는 이런저런 개입과 실천을 통해서 그 의미를 실현-변용한다. 그것은 몇 달, 혹은 몇 년 그리고 며칠 사이에 불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어떤 책이나 문화상품은 처음 팔리기 시작할 때와 티핑 될 때는 서로 다른 문화적 힘과 맥락이 작용하고, 그래서 처음과 다른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착취도시, 서울> 이라는 이 책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을 한다. 3500부 정도 팔리고, 사회과학 분야에서 많은 책 중 100위안에라도 드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사회적 수용’ 과정에 있었을 것이다. 출판사의 개입, 교보문고, 알라딘, yes24등 대형 서점의 개입, 교보문고의 대형 이벤트에서의 ‘호명’, MD들이나 편집자 개개인의 개입, 서포터즈 들의 개입을 직접적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개입이 이뤄지는 순간 순간에도 이 책의 사회적 의미가 달라졌을 것이다.


 책 내부의 메시지와 함께 이러한 개입 속에서 독자들은 이 책을 선택하고, 감상하며, 그 감상을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으로 쓰고 읽는다. 심지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조차, 책을 완독한 독자들이 쓴 리뷰만 보고 책의 내용을 판단할 수도 있고, 리뷰를 통해 구매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렇게 독자들이 책을 수용하는 과정과, 서점이나 출판사 같은 많은 사회적인 개입이 모여 이 책의 의미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많은 문화적 힘과 맥락 속에서 <착취도시,서울>의 사회적 의미도 현재도 만들어져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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