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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소 봉사

사심도 채우는 봉사활동

by 스너푸킨

결혼 전에는 페어팩스에 살며 페어팩스 카운티 보호소에서 꾸준히 임시보호 봉사를 해왔다. 계기는 코로나.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봉사’를 찾다가 시작했는데, 강아지 고양이는 귀엽고 긴 시간 동안 해야되는 것도 아니라서 크게 부담도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어느덧 햇수로 6년째다.

보호소 통해 임보했던 냥이&강쥐들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 이제 같이 살게된 공간에서 고양이나 강아지를 임보하는 것을 괜찮아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아침마다 고양이 감자도 캐는 것도 도맡아 하고 간식도 (너무 많이) 잘 챙겨주고 아무튼 새끼냥이들을 돌보는 데 진심이었다. 덕분에 2주 정도 임보하기로 했던 새끼냥이들을 1달 조금 넘게 데리고 있으면서 중성화 수술에 필요한 정도로 충분하게 몸무게도 늘리고, 사람들과 사회성을 높일 수 있었다.

처음에 변기 뒤에 숨어서 나오지도 않던 냥이들. 나중에는 거의 우리집을 정복하고 갔다. 이름도 누룽지와 깜돌이로 지어줬다

이사오면서 페어팩스 보호소까지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지게 되었다. 임시보호를 하다보면 종종 사료를 더 받거나, 주사를 맞으러 중간에 데려가거나, 필요한 물품을 받으러 가야될 일도 있어서 가까운 지역에 있는 보호소를 새로 알아보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여러 보호소가 있지만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공공 동물보호소를 찾았다. 온라인으로 봉사자 오리엔테이션도 신청했다.


집에서는 차로 20분 거리여서 크게 부담이 없었다. 3시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전반적으로 보호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강아지들에게 봉사자들이 해야되는 역할이나 책임을 배운다.

https://www.montgomerycountymd.gov/animalservices/index.html

만져주기만 해도 너무 좋아한다

보호소는 No-kill shelter, 즉 수용하는 동물들이 많아지더라도 안락사시키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 보호소는 최대치로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동물이 제한된 공간에서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임시보호, 자원 봉사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슬프게도 정부 셧다운으로 반려동물을 포기(surrender)하고 데려오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보호소에 강아지들이 오게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가장 안좋은 케이스는 주인의 학대로 분리조치된 강아지들. 강아지들이 증거 자체가 되어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동안 보호소에서 치료하고 돌본다. 이런 경우에는 봉사자들이 돌보지는 않고 보호소의 직원들이 돌보다가 임시보호나 새가족을 찾아준다고 했다. 그 외에는 길을 잃은 떠돌이 개들이 구조되기도 하고 가족이 사망하거나 건강이 좋아지지 않게되어서 더이상 반려동물을 돌보는 상황이 아니라 보호소에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처음 보호소에 갔을 때에 느낌은 ‘강아지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였다.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는 규모있는 보호소인데도 냄새며 짖는 소리에 몇 시간만에 코와 귀가 지끈했다. 사람한테도 이런데 소리와 냄새에 민감한 강아지들이 제한된 공간에 있으면서 낯선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하루종일 볼테니 불안도도 높고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열심히 놀아주는 남표니, 집중하고 있는 강아지들

그래서 산책을 비롯해서 강아지들과 양질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몽고메리 카운티의 보호소에서는 봉사자들이 In-kennel Enrichment라는 활동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한다. 그 이후에 산책 봉사를 할 수 있다. 봉사자의 경험치가 쌓이고 점점 깊이 활동하게 될 수록 조금 더 많은 책임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In-Kennel Enrichment는 이름 그대로, 보호소 안에서 동물들과 ‘풍성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다. 보호소 안에 관심있는 동물과 입양관심자가 만나볼 수 있는 작은 방이 몇 개 마련되어 있는데 봉사자들이 여기에서 강아지들과 놀이 시간을 갖으면서 강아지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사람들과의 유대를 높여준다.


강아지들의 이름은 보호소 직원들이 지어주고, 나이, 종은 대부분 보호소에서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추정치인지라 슬프게도 강아지들은 이름을 불러도 자기인지 모른다(그렇게 불린적이 없을테니까)

그래서 대부분은 buddie라고 가볍게 부르거나 손바닥을 보여주면서 오도록 유도한다. 봉사자들이 맡는 개들은 순한 개들이라 더욱 그러한데, 손길을 많이 그리워하고 간식에 잘 반응하는 편이라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시간을 봉사자 홈페이지에 있는 Dog team shift 캘린더에서 선택해서신청하면 된다. 한번에 2시간씩 봉사하게 되고 보호소에서 총 봉사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해준다. 주말에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줄 봉사자가 많이 부족하다고 해서 우리는 보통 주말 오후에 가고있다.

사인업 할 수 있는 봉사자 페이지, 2시간씩 사인업 하게 되어있다.

봉사자 오피스에 가면 강아지들의 이름 옆에 ’Vol‘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다. 봉사자들(volunteer)이 핸들할 수 있는 강아지들이 표시되어있는 것이다. 또 각 강아지들마다 염두해두면 좋을 내용은 종이 파일에 있어서 강아지들을 만나기 전에 미리 주의할 사항은 없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간식을 좋아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지, 목줄을 채우기 쉬운지, 솜인형을 물어뜯지는 않는지 등이 적혀있다. 파일을 확인하는 것이면 충분할 때도 많지만, 그렇더라도 목줄을 풀고 제한된 공간에서 놀아줄 때에는 강아지들이 보내는 사인이나 신체언어를 잘 살피는게 중요하다. 오리엔테이션 때에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강아지들의 신체언어

보호소에는 작은 강아지들도 있지만 80-90 파운드가 되는 허리 높이까지는 족히 닿을 큰 개들도 있다. 그 강아지들이 있는 방에는 “Not scary as I look”라고도 적혀있기도 하다. ’무서워보이지만 해치지 않아요‘랄까. 사람들이 입양할 때에는 작고 어린 강아지들이 선호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크고 나이든 개들은 아무래도 보호소에 오래 있게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덩치가 크고 일부 종(핏불 테리어 같은 친구들)대해서 무섭다고 경계한 적이 있었는데 봉사를 하면서 덩치만 컸지 세상 순둥한 강아지들도 종종 만나게된다.

이번주 입양되어 새 가족을 만나게된 동물들.

강아지들은 각자 다른 사연으로 왔겠지만 지금-여기에서 충실한 강아지들이 어여쁘다. 이번주에 입양된 강아지들을 게시판에서 보면서 좋은 가족들과 새로 시작하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봉사하면서 사심도 채우고 내 마음이 풍족해져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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