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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Jan 04. 2024

아이 낳는 것을 생각한다고요?

네, 저는 그렇습니다.

(1)

약 14년 전,

"아이는 언제 나을 생각이에요?"

"아이는 왜 안 나요?"

"아이 낳아야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기 전까지 이 질문은 내 얼굴을 오랜만에 본 사람들의 인사였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낳죠?"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들과 오래 대화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무슨 자신감에 "아이 낳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분의 눈이 상당히 불안전하게 움직이더니 더듬듯, " 이런 대답은 처음이라 나도 다시 생각해 보내요. 결혼하면 바로 낳는 거 아닌가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게 들립니다..."

" 네,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힛!"

다행히 우리 대화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2)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나서는데 식탁에 빨간 색종이가 보였습니다. 방학이라 다양한 색종이 공예에 공을 들이는 아이 것이라 생각하며 치우려는데 아이의 편지였습니다.

이럴 수가...

모든 세포들이 바쁘게 요동치는 편지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걸 글로 써서 나에게 전달할 생각을 했을까?

어젯밤 아이가 편지를 쓰고 아빠에게 이 편지가 어떨지 한 번 봐달라고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덕분에 우린 아침에 서로 '피식' 웃으며 말랑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며 책임감에 대해 점검해 보는 하루입니다.


(3)

요즘은 아이와 밤에 시간이 날 때마다 위인전을 15-20분 정도 읽어줍니다. 아이가 무슨 생각과 느낌이 들었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묻는 것을 참는 연습 중입니다. 책을 읽고 지도에서 그 사람이 살았던 곳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덕분에 저는 전보다 더 재밌게 책을 읽어 줄 수 있고 아주 작은 섬나라들과 도시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위인전을 읽고 난 아이의 궁금함은 의외로, "이 사람 은 아직 살아 있어요?"였습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아이책으로 만나보니 그림도 많고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많아 지금의 저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저의 어린 날에 많이 읽지 못했던 위인전에 대한 아쉬움이 달래집니다.  


(4)

아이를 만나기 전에는 아이를 키울 자신감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아이가 존재하는 현실에 보니 크는 것은 아이의 몫이며, 늘 함께 어떻게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키울 자신감'으로 헛갈려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매일 접하는 이상하고 신기한 일들의 일상 속에서의 성장이 현실에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쉬는 시간도 주지 않고 저를 흉내 내는 아이를 위해 그저 저를 환기시키며 바라보는 세상과 사고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커지고 있는 중입니다.  

저 또한 꾸준히 더욱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아이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템포로 뛸 아이를 응원하며.


늘 만나면 반갑고 보고 싶은 관계에 집중하며 감사한 오늘을 위해 그렇게 아주 조금씩 변화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5)

그래도 저는 여전히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고 낳은 것은 저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험난하고 변화무쌍한 인생의 고난도 코스지만 우리도 끊임없이 레벨업 되고 있으니.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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