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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밥한공기 Apr 20. 2021

불가리스와 소독약, 무엇이 다른가

뉴스에 흔들리는 갈대는 되지 말자

4월 13일, 남양유업의 주가가 전날보다 8.57% 오른 380,000원에 마감했다. 평소 거래량이 1만 주 사이로 매우 적고 주가가 크게 움직일만한 일이 없는 회사주가 급등하는, 평소에 찾아보기 힘든 이상한 일이었다.


이유를 찾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양유업의 이름을 치자마자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는 실험 결과를 알린 언론보도면을 가득 메웠다.


재미있는 건, 어떤 실험이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보도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가가 움직이고, 마트에서 남양유업의 제품이 품절됐다는 점이다.


트의 텅 빈 진열대를 찍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문득 작년, 독한 소독약이나 표백제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그걸 마시고 병원에 실려갔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소독약과 표백제 등 강력한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엄연히 인체 밖에서의 얘기였다. 당시 그 내용을 다루던 보도에서도 먹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기어이 그걸 마시고 탈이 난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당시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브리핑에서 살균제를 주입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지 않느냐고 공개적으로 물어보기도 했고, 뉴스를 통해 브리핑을 들었던 사람 중 일부는 정말로 살균제를 들이켜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뉴스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며칠 동안 여론을 시끄럽게 했던 불가리스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실험 결과가 나오자마자 질병청과 학계의 전문가들이 반론을 제기했고, 회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회사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취한 부당한 이익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하루 동안 30% 가까이 급등했다가 하락 반전해 급등 이전 수준까지 밀려 내려왔다. 금융당국은 남양유업의 이번 발표가 주가 조작 의도가 있었는지 검토하기로 했고, 불가리스를 만들던 공장은 2개월 영업정지 처분 사전통지를 받았다. 


더불어 안타깝게도 주가가 급등하던 며칠 사이 남양유업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60억 원 정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졸지에 손실을 입었다.


위장으로 들어간 유산균이 잘 살아남아 폐에 가서 바이러스를 무찔러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뉴스를 믿고 주식을 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주식시장에서는 단순히 뉴스-심지어 간략한 속보-만으로 주가가 급격히 움직이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


지난 며칠 사이에도 미국의 백신 회사 모더나가 한국에 자회사를 세운다는 뉴스-정확히는 세울지도 모른다는 뉴스였다-에 모더나 창립자를 사내이사로 영입한 회사의 주가가 들썩였고, 백신 CMO와 관련된 회사들의 주가가 움찔거렸다. 이미 발 빠르게 그 회사들의 주식을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올라간 주가를 보며 아쉬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뉴스대로 주식을 산 사람들의 기대대로 모더나가 자회사를 세우고, 백신 CMO가 들어서면 좋겠다. 주식을 산 사람들은 부자가 될 테고, 우리나라에도 백신이 잘 공급될 테니 모두가 행복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뉴스가 그저 뉴스로 끝난다면 어떨까. 모더나 창립자가 이사라는 회사는 공작기계를 만들어 파는 사업이 주 사업이고, 2019년에 이름을 바꾸며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했다. 최근 3년 동안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의 관리종목지정 및 상장폐지요건에 따라 올해까지 회사의 영업손실이 지속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었다가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 이 회사 주식 사신 분들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묻고 싶다.




나는 속보를 보고도 잘 움직이지 못한다. 특히 바이오, 첨단기술에 대한 뉴스에는 더 움츠러드는 편이다. 

지금껏 문과로 살아왔기에, 바이오라는 말을 들으면 유산균이 먼저 떠오르고 첨단기술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실시간 속보로 올라오는 뉴스들을 잘 쫓아가지도 못하고, 오후 세시 반이 지나고 나서야 급등한 주식을 보며 왜 못 샀나 혀를 찰 때가 많다.


뉴스를 잘 따라가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지만, 적어도 나는 수익을 본 적이 없다. 회사 동료가 알려주는 주식이 상한가로 접어들길래 따라 샀다가 폭락했던 경험도 있고, 기사에 나온 회사의 주식을 샀더니 이미 고점이라 지겹게 횡보만 하다 본전에 팔고 나온 적도 있다.


그런 일을 몇 차례 겪고 나서야 남의 말이나 뉴스만 듣고 주식을 사지는 말자고, 최소한 정보를 들은 다음 직접 확인하고 확신이 들면 그때 사자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방법을 바꾼 후에야 주가가 떨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고, 주가가 오르더라도 목표한 수준까지 기다려서 수익을 내고 나올 수 있었다.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도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에, 수익으로 연결되는 조회수가 중요한 요즘에는 더욱 자극적이고 사실 확인도 채 되지 않은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헤드라인에 속보 타이틀만 달고 나오는 뉴스도 있고, 결론도 짓지 못한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결국 뉴스를 보는 나 자신이 그 정보의 신뢰도를 검증해야 한다. 오늘 10%가 올랐다는 주식 뉴스를 보고 못 샀다고 후회하기보다 그 주식이 10%가 오를만한 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투자의 성공을 만들어 내는 건 뉴스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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