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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밥한공기 Apr 03. 2021

좋은 주식을 고르는 방법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옆팀 김 대리가 대박이 났다더라, 최 과장이 글쎄…."


주변에서 이런 말이 들릴 때마다 절로 가슴이 뛴다. 나도 주식을 사면 부자가 될 것 같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호기롭게 사표를 내던지고 사무실을 떠나는 나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남은 동료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될 이야기. 모 팀의 누가 대박이 나서 퇴사했다더라….


그렇게 우리는 대박을 꿈꾸며 주식을 산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종목들이 저마다 사연을 품고 오르락내리락 움직인다. 다른 종목 다 오르는 와중에 내가 들고 있는 종목만 빠지고, 어제 조금 올라서 안심하기 무섭게 오늘은 어제 올랐던 것보다 더 빠진다.


주위에서 추천해준 주식을 샀는데, 사자마자 가격이 떨어져서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 견디다 못해 손실을 보고 팔았더니 기다렸다는 듯 오른다. 어쩜 이렇게 나와 반대로 움직이는지, 누가 날 보면서 시세를 조종하고 있기라도 한 걸까.


주식투자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을 봐도 한숨이 난다. PER, PBR, ROE, ROA의미 모를 단어들만 잔뜩 늘어서 있고 이게 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


시장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이 어지럽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대체 김 대리는 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대박이 난 걸까.




좋은 주식도 비싸게 사면 소용없다


현대차는 우량한 회사다. 2021년 4월 2일 기준,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약 58조 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상위 6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기업이다.


현대차는 2020년 말 기준 국내 시장 41.7%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국내에서 따라올 회사가 없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주가도 높다. 2021년 4월 2일, 현대차의 주가는 233,500원이다. 만약 작년 3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으로 주식시장이 참혹한 상황이던 그때 운 좋게 68,900원에 현대차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익률이 무려 238%. 대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잠깐 시계를 돌려 9년 전,  2012년 4월 말로 돌아가 보자. 2011년 말 기준으로 현대차는 한국시장에서 43.7%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회사는 한창 성장 중이어서 2012년에는 국내 47.3%, 미국 4.9%까지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2012년 4월 말, 회사의 주가는 268,500원.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익률은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13%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배당금을 포함하면 -1.9% 로 조정되지만,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2012년에도 지금도 현대차는 변함없이 우량한 회사다. 회사는 변함이 없는데, 주가는 왜 이렇게 요동쳤을까. 


주가는 회사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지난 글(주식을 사면 주주가 됩니다)에서 다룬 바 있듯이,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고, 주인으로서 회사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즉, 회사의 이익이 커진다면 그만큼 주주가 공유하는 이익의 규모도 커지게 된다.


투자자의 입장으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기왕 주식을 산다면, 주주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큰 주식을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실제 주가는 회사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현대차의 당기순이익과 주가 추이를 비교해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이익이 좋지 못하면 주가는 떨어진다. 반면 어렵던 회사도 이익이 늘어나면 주가가 올라간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이익의 방향과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회사의 이익 전망을 분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해도, 내년에도, 앞으로 이익이 커지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당신은 이미 좋은 주식을 알고 있습니다


회사의 이익이 성장하려면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잘 팔려야 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투자자라면 지식을 활용해서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 판매가 어떻게 증가할지 예측할 수 있을 테지만, 평범한 사람인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까. 역시 주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과연 그럴까?


유명한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주변에서 더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어려운 보고서를 읽으면서 분석을 하는 전문적인 투자자들 보다, 일상에서 정보를 접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더 수월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는 누가 쓰는가. 바로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제품, 서비스가 회사의 이익과 연결되어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15년 트와이스의 노래를 듣다가 트와이스 굿즈 대신 JYP 엔터의 주식을 샀다면, 2018년,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휠라의 옷, 신발을 보고 옷과 신발을 사는 대신 휠라홀딩스의 주식을 샀다면 어땠을까.

  


시간을 조금 더 당겨보자. 1월 말 출시된 '쿠키런 킹덤'이라는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접속자가 많아 서버가 터지는 바람에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거다. 그때 게임 아이템을 사는 대신 개발사 데브시스터즈의 주식을 샀다면, 지금쯤 회사 그만두고 게임만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거다.





좋은 주식을 고르는 데 반드시 어려운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일상에 대한 작은 관심만 있어도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미 늦었다고? 위에서 본 것처럼 2015년, 2018년, 심지어 불과 몇 달 전에도 일상에서 쉽게 좋은 주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보다 오래 전부터 우리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곳에서 좋은 주식을 미리 산 투자자들이 많다.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SM 주식을 샀던 삼촌팬들, 화장품이 좋아서 아모레퍼시픽의 주식을 샀던 어머니들은 모두 큰 수익을 얻었다.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편하게 쓰고 있는 물건을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부터 생각해보자. 그게 좋은 주식을 고르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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