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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밥한공기 Mar 23. 2021

주식을 사면 주주가 됩니다

동업, 하시겠습니까

사장이라고 생각해라


회사 업무를 하다보면 상사들이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자네가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보게."

사장시켜주고 그런 말을 하던가 아니면 사장만큼 월급을 주고 말하면 좋겠다. 그럼 없던 의욕도 샘솟을텐데.


주식투자를 공부하려고 책을 사보면 주식투자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회사의 주인이 된다 생각하고 투자해야 한다."

글쓴이가 내 상사인게  틀림없다. ‘일’이 ‘투자’로 바뀌기만 했을 뿐, 똑같은 말이라니!

어쩜 이렇게 우리 부장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걸까. 일을 하든 주식을 사든 회사의 주인같은 거창한 소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크게 보고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하면 충분하지 않나.


여기 반전이 하나 숨어있다. 일을 열심히 하면 회사의 주인이 될 지 모르겠지만 주식은 사면 회사의 주인이 된다.



주식을 사면 주주가 됩니다


5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길동이라는 친구가 있다. 길동이는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모은 1억 원과 은행에서 연이율 2%로 빌린 5천만 원이 있지만, 카페를 열기 위해 필요한 2억 원까지는 아직 5천만 원이 부족하다. 


고민하던 길동이는 잘나가는 사업가 친구 우치를 찾아가 사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마침 사업이 잘돼 여유자금이 생긴 우치는 길동이의 카페사업에 5천만 원을 투자를 하기로 하고, 대신 매년 길동이의 카페에서 나는 이익의 3분의 1을 받기로 한다. 


길동이와 우치는 이 약속에 따라 권리를 표시한 증서를 만들어 한장에 1만원이라고 정하고 1만 5천장의 증서를 각자 투자한 금액에 맞게 나누어 가진다. 


마침내 2억 원을 모은 길동이는 눈여겨본 건물에 가게를 얻어 인테리어를 하고, 집기를 사고 직원을 뽑아 사업을 시작한다.


길동이의 카페



길동이가 카페를 열기 위해 모은 2억 원 중 5천만 원은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고, 나머지 1억 5천만 원은 길동이와 우치가 투자한 돈이다. 여기서 1억 5천만 원이 이 카페의 자본금이고, 이 자본금을 투자한 길동이와 우치는 카페의 이익에 대해 각자 투자한 만큼의 권리가 있다.


길동이는 사장이다. 창업자금 2억 원 중 절반은 길동이의 종잣돈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카페인만큼, 길동이는 카페에서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유인이 충분히 있다. 그러니 길동이는 카페의 주인이다.


우치는 어떨까.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지만, 본인도 직업이 있으니 길동이의 카페에 가서 일을 하진 않는다. 대신 우치는 길동이가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도록 응원하고, 자신이 투자한 5천만 원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길동이의 사업에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간섭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할거면 내 투자금 당장 돌려줘!", 이런 식으로. 연말에 길동이가 낸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야 하니까. 카페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직접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우치가 주인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아니, 우치도 분명 카페를 함께 경영하는 길동이의 동업자이자 카페의 주인이다. 


반면 은행은 주인이나 동업자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5천만 원이라는 큰 돈을 대긴 했지만, 카페가 바쁘다고 은행원이 쫓아와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길동이는 카페가 잘되든 못되든 이자 2%만 내면 된다. 카페가 번 돈을 더 나눠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은행은 길동이가 카페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때맞춰 이자를 잘 내고, 원금을 잘 돌려주면 된다.


자, 이제 카페를 회사로, 길동이를 경영진으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그럼 우치는? 직접 회사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회사의 자본에 투자하고, 이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그렇다. 우치는 바로 주주다.


카페에 투자한 우치가 카페의 주인이자 길동이의 동업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지금 어떤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여러분 역시 그 회사의 주인이자 동업자이다.


주식투자는 동업자를 고르는 과정이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찾아와 기가 막힌 사업이 있는데 돈이 없다고 한다. 여러분이 조금만 도와주면, 이자는 못주겠지만 사업에 크게 성공해서 몇배로 갚겠다고 제안한다. 

여러분은 이 사람에게 선뜻 통장을 내어줄 수 있는가. 뭔가 끌리는 사업 아이템이라서, 이 사람의 느낌이 좋아서 바로 통장을 내밀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느낌은 개뿔, 혹시 사기꾼은 아닌지, 무슨 사업인지, 돈을 버는데 얼마나 걸릴지, 나에게 얼마로 돌려줄 수 있을지 계획도 들어보고 사업장을 직접 가보기도 하지 않을까.


주식투자도 다르지 않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기 전에, 그 회사의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안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이 회사 주가가 요새 오르고 있고 광고가 많이 눈에 띈다고 덜컥 내 소중한 종잣돈을 내어 줄 수 있는지. 그게 아니라면 회사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할지, 동업해도 되는지 신중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수많은 회사들이 지금도 여러분에게 구애하고 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매수 화면에 띄워두고 빨간색 매수 버튼이 여러분에게 정중하게 제안하는 말을 들어보자.


동업,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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