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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15. 2019

너무나 어려운 양육, 왜 나만 힘들까

- SEL parenting 이란? -

1장 너무나 어려운 양육,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1)




1.   양육이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양육 (parenting)이란 “아이가 건강하게 성인까지 자라도록 아이를 기르고 보호와 돌봄을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양육과 비슷한 단어로 쓸 수 있는 것들에는 영어로 fostering, nourishing, nursing, raising, rearing, fathering, mothering, attending, caring (for), cradling, cultivating, minding, nurturing, watching, feeding, providing (for) and supplying 등 수많은 어휘들이 있다. 이는 양육이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신중하고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양육을 하는 데는 굉장한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양육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양육은 부모의 성격, 아이의 기질적 특성, 그리고 사회문화적 특성 및 상황에 따른 맥락적 특성 등 우리 주변에 산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요인들로 인해 아이가 자랄수록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령에 상관없이 아이를 가진 많은 부모들이 언제가 한번 또는 자주 양육이 힘들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왜 이렇게 힘들지? 뭐가 문제일까?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나만 이런가? 이러한 모든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부모들의 마음은 한순간에 지옥이 되곤 한다. 


  물론 부모가 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축복이지만, 육아는 가끔 또는 자주 너무 힘들어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기진맥진하게 된다. 부모가 되고 나서 제일 자주 경험하게 되는 감정이 바로 걱정과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두 가지 감정들과 항상 함께 하다 보니 모든 게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2018년에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88%의 부모들이 요즘 양육이 자신들이 어릴 때보다 힘들다고 느낀다고 했다고 한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으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 연구는 아니었지만, 많은 부모들이 예전보다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양육이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왜일까? 가장 많이 이유로 꼽은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SNS 노출, 아이 관련 활동의 증가, 학교에서 따돌림과 안전 문제 같은 것들이 있었다. 사실 이 세 가지 모두 우리가 어릴 때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 두드러진 문제 중 하나는 64%의 부모들이 양육과 관련된 번 아웃을 경험해 보았다는 것이다.  2018년  Zero to Three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가 언제인지 조사를 해 보니 50% 정도의 부모들이 주변의 적정한 도움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라고 한다. 특히 엄마들의 경우 아빠들보다 더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 


   이 역시도 과거와 현재의 변화된 가족 형태에서 비롯된 문제 중 하나로 보인다. 이를테면, 과거의 대가족 형태는 양육의 주체가 반드시 엄마만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삼촌, 고모 그리고 나이가 많은 형제자매가 되기도 했다는 것에서 육아 스트레스가 조금은 덜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핵가족 중심으로 변화된 현대사회에서 육아는 부모 중 한 사람에게만 치중되는 경향이 많아져서 아무리 아빠가 전보다 더 육아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져도 여럿이 아닌, 단 둘이 돌아가면서 육아를 담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부모가 된다는 것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됨으로 인해 진정한 나 자신과 다르게 살게 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에게 왜 부모 양육이 힘드냐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굉장히 다양한 이유를 듣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아이들은 서로 다르고, 마찬가지로 부모들 역시 모두 다르기에 완전히 똑같은 이유로 양육이 힘든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2.  양육이 어려운 이유 

 


1) 현실 vs 이상


   부모 양육을 하면서 많은 부모들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바로 현실과 이상 사이의 차이일 것이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 아기 용품을 준비하면서 또는 육아서적을 섭렵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부모상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이러한 모든 것은 달라지게 된다. 양육이 너무 힘들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양육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부모라는 것도 결국은 허상일 뿐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서 보이는 완벽해 보이는 가족사진, 거기서 보이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활동 등에 연연하지 말자. 또한 남들의 기대에 자기를 맞추지 말자. 때로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이 너무 높은 기대치를 심어줄 때가 종종 있다.  


2)  설명서가 없다


   흔히들 전문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 설명서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고. 아마도 부모가 되면서 제일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이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예상치 못 하거나 책에서 본 적이 없다거나 배운 적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온갖 육아서적과 육아  관련 유튜브도 나름 섭렵하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오은영 선생님이 쓴 책과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여러 가지 육아에 대한 가르침을 섭렵하더라도 내 아이와 나한테 적용하는 것이 너무 힘들 수 있다. 아이들은 다 너무 다르고 각각의 경우에 알맞은 답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3)  사회/주변의 평가


   2016년에 Zero to Three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거의 모든 부모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누군가에 평가를 받는다고 느낀다고 한다 (feeling judged). 90%의 부모들이 그렇게 느꼈고, 48%의 엄마들과 24%의 아빠들이 낯선 사람들한테 평가를 받는다고 느꼈고, 33%의 엄마들과 19%의 아빠들이 다른 부모들에 평가를 받는다고 느꼈다. 또한, 아빠들은 자신의 배우자에게서 평가를 받는다고 느꼈다고 한다. 부모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양육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고 느낄 때, 자기 자신이 무능하게 느낀다고 한다. 무능하게 느낄 때 많은 부모들이 우울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부끄럽게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4)  우리 모두 자율성이 필요하다 (아이도 나도)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할래.”일 것이다. 가끔 또는 굉장히 자주 부모로서 이런 생각이 들 지 모르겠다. 내가 하면 후다닥 하구 끝날 일인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고 말이다. 아이들은 자기 삶에 주체적이 되려고 하나 부모가 자기 일을 낚아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거기서 자율성에 대한 갈등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4살짜리 딸이 말을 곧잘 하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도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바로 “I will do it all by myself.”이고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하면 생난리가 나곤 한다. 이럴 때, 혼자 하게 하고 기다려주면 아이의 자신감, 자존감에도 좋고, 엄마에게도 평화가 생긴다. 기다렸다 본인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면 된다.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결국 자기 삶에 대한 자율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5)  시간 감각이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10분과 아이들이 느끼는 10분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어린이집에 가거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이 있는 많은 부모들이 매일 아침 경험하는 비슷한 상황이 있을 것이다.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데 아이는 너무나 여유가 넘치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엄마랑 아빠는 속이 터지고… 너무나도 흥미로운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는 시간이 실제로 천천히 간다고 느끼고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6)  아이의 실패를 지켜보기가 힘들다. 


   많은 부모들이 제일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아이가 어떤 것을 잘하지 못하는 것, 또는 실패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일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여러 가지 좌절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작게는 단추를 못 잠가서, 좀 더 커서는 시험성적이 잘 안 나와서… 문제의 경중에 상관없이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의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아이가 조그만 일이라도 실패하면 낙심하여 자신감을 잃게 될까 두려워서 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가 자라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실패를 경험하게 하라고 한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훌륭하게 극복하는 것이 아닐까?  


7)  유난히 힘든 아이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실제로 기르기가 힘들기도 하다. 기질 연구에 따르면, 전체 중 10%의 아이들은 까다로운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은 까다롭고, 겁이 많고,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의 태어날 때의 기질이 청소년기의 행동까지 예측 가능하다고 하니 까다로운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기르는 것은 양육을 분명히 더 힘들게 할 것이다. 또한 아이가 발달이 느리거나 행동 문제가 있거나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도, 보통의 다른 부모들보다 아이 양육이 절대적으로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8)  발달적으로 적절하지 못 한 기대


    많은 부모들이 자주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하게 되고 가끔 불필요한 걱정을 할 때가 있다. 부모가 아이 발달에 대해 적절치 못한 기대감을 갖고 있을 때, 아이의 행동과 관련해 좌절을 맛볼 때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반 정도의 부모가 어린아이들이 차례를 지키고, 나눌 수 있고,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더 어린 나이에 가능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발달은 보통 만으로 3-4살에 가능한 것이지만, 많은 부모들이 더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9)  정보의 홍수


    우리는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부모들에게 어떤 면에서 이러한 상황이 더 힘들 수가 있다. 인터넷에서 존재하는 많은 정보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가끔 매우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정보의 홍수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10)  절대적인 잠의 부족


   처음으로 부모가 된 많은 부모들은 이 전엔 절대 경험하지 못 한 잠의 부족을 겪게 된다. 아기를 기르는 것과 더해져 잠의 부족으로 많은 부모들이 만성피로를 경험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성인들은 매일 7-9시간의 잠이 필요하지만, 슬프게도 많은 부모들은 첫째가 만 6세가 될 때까지 예전의 잠 패턴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잠의 부족이 계속되게 되면 당연히 부모 양육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왜냐하면, 잠의 부족할 때 우리는 더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 했을 때, 아이에게 반응을 못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지 못 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11)  디지털 미디어 사용 관련 갈등


    58%의 부모들이 아이를 돌보는 용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실제로 길을 걷다가 음식점에서 자동차 안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거나 아이패드로 영상을 보는 어린아이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많은 부모들이 잠시라도 양육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디지털 미디어 때문에 양육이 더 쉬워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도 이미 많은 부모들이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을 것이다. Pew Research Center에서 2020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6%의 미국 부모들이 테크놀로지 때문에 양육이 전보다 더 힘들게 느낀다고 했다고 한다. 많은 부모들이 얼마나 사용하게 해야 하는지 어떠한 영향이 실제로 아이에게 있는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아이에게서 이러한 기기들을 뺴앗으려고 할 때마다,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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