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집을 딱 계약하려면
- 지난 1탄.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조건
- 지난 2탄. 가장 선호하는 지역 선정하기
- 지난 3탄. 가장 선호하는 단지 선정하기
분당 정자동의 대형 오피스텔 내에 위치했던 부동산 소장님과 전화를 하며 주요한 정보를 문의했다. 해당 소장님은 재미있게도 내 어머니와 성함이 똑같아 기억에 남는 분이셨다. 이번 11월에 전세로 나오는 주거형 오피스텔이 있는데, 전입이 가능하고, 적당히 높은 층수에, 가장 넓은 평형대로 임대사업자 물건이었기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매물이었다. 오늘이라도 집을 보고 가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소장님은 이틀 후 오후 4시에 오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해당일 집을 보기 위한 예약대기자가 꽤 되는 듯 했다.
당일 반차를 내고 두 시간 일찍 도착해 오피스텔 인근의 상권을 죽 둘러봤다.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진 나는 소장님들께 나눠드릴 꿀물차를 산 후 공인중개소에 방문했다. 다행히 내가 처음이었다. 여쭤보니 다른 예약자 3~4분들이 네 시에 공통으로 예약이 되어 있으시단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너무 일찍 온 내가 신경이 쓰이셨던지 소장님께서 불쑥 현 세입자와 전화를 하시더니 먼저 집을 보여주시겠다고 했다.
'거실 1 + 방 2 + 화징실 1 구조'의 집은 4년 째 30대 부부가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비교적 깨끗하게 사용을 해서 그런지 10여 년이 지난 오피스텔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 부부는 조만간 청약 당첨이 된 새집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었다. 거실의 두 면 모두 큰 창문으로 되어 있고 남동향의 창으로 환한 햇빛이 따스하게 들어왔다. 정자동 거리가 한 눈에 보이고, 바쁜 직장인들과 여유로운 테라스의 분위기가 제법 어우러져 보였다. 이런 저런 큰 사항들 위주로 체크를 한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장님께 말했다. "바로 계약하겠습니다"
중개소에 다시 들어가니 어느새 정해진 시간이 되어 다른 예약자분들이 몇몇 와있었다. 하지만 소장님은 감사하게도 나에게 집을 먼저 보여줬다며 나를 우선순위 계약자로 지정해주셨다. 그렇게 나와 여자친구는 순조로운 가계약과 전세대출, 잔금 지급, 전입 신고까지 우리만의 첫 공간을 분당 정자동에서 출발했다.
여자친구는 내 예상보다 훨씬 동네와 집을 마음에 들어했다. 정자동은 분당구에서 가장 젊은 연령대가 거주하는 동네답게 탄천을 배경으로 기존 카페거리와 새로운 레스토랑 거리, 역 주변의 회식거리가 어우러져 다양한 상황과 모임별 즐길거리가 즐비했다. 우리는 텅 빈 집을 채워 줄 아일랜드 테이블, 식탁겸 책상, 침대, 스피커, 와인장, 책장, 옷장 등 꼭 필요한 아이템을 공동 메모장을 통해 작성했고 우선순위를 반영하여 매월 여유자금으로 하나씩 사 모으기로 했다. 물론 마음에 너무 드는 아이템을 발견했을 때 가끔의 예외가 나오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