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있는 큰 병원을 제껴두고 차로 1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내가 다닌 대학교 옆에 위치해 친근하고 심리적 안정감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푸릇푸릇한 학교 캠퍼스를 지나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픈 사람들이 많다니. 어딘가 삭막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바삐 움직였다.
진료 접수를 하고 긴 기다림 끝에 신경외과 교수님을 만났다. MRI 결과 내 머리에는 종양이 3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교수님은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자고 했다.
이어 교수님은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은데…종양이 다른 곳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혈액암이라든지 폐암이라든지…자세한 건 검사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놀라긴 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마음을 많이 비워서인지, 아니면 현실이라는 게 와닿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옆에 있던 엄마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의 눈물을 보고 나도 울컥했으나 애써 씩씩한 척하며 엄마를 달랬다. “괜찮아. 멀리 내다보지 말고 하나씩 헤쳐 나가자!”
이후 나는 집에 들러 짐을 부랴부랴 챙기고 입원 수속을 밟았다. 병실을 안내받은 뒤 옷을 갈아입으니 비로소 내가 환자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수술이 며칠 안 남은 나는 수시로 불려나가 뇌 CT, 전신 엑스레이 등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 모두 다 처음해보는 것들뿐이라 긴장됐지만, 첨단 의료기기를 체험하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나중엔 웃으며 검사를 받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검사는 계속됐고, 나는 병원 생활에 점차 익숙해져갔다. 나와 관계없는 곳이라며 지나쳤던 대학병원은 그렇게 나의 주 무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