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매뉴얼 시리즈
스크리브너가 대체 뭐길래?
드디어 스크리브너 초간단 매뉴얼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 동안 스크리브너에 대해 변죽만 올리고, 매뉴얼을 왜 올리지 않느냐는 댓글을 많이 받았다. 근데 막상 올리려고 하니, 다소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극본 쓰기의 끝판왕 프로그램인 스크리브너에 대해 그다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스크리브너를 배우려다 실패를 거듭했다. 아마 스크리브너를 배우려 시도했던 많은 작가들도 나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웹소설 작가들이 많이 쓰고 있지만, 처음에는 논문을 쓰는 연구자들에게 각광을 받았었다. 또한 더러는 일인 출판을 하는 독립출판하는 편집자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스크리브너는 무엇보다 극본을 쓰는 작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라질 놈의' 스크리브너가 매우 자유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적 영역에서 프로페셔널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또 무슨 말이냐 하면, 나에게 적합하게 커스터마이즈해서 쓰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존나'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크리브너에 도전했던 수많은 작가들이 눈물의 좌절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작가들 중 하나, 즉 원 오브 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스크리브너의 강력한 기능 때문이었다.
스크리브너를 사용하면 하나의 씬을 한 장의 카드로 쓰는 식(원씬 원카드)으로 전체 극본을 완성할 수 있다.
물론 쓰면서 씬의 순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씬 삭제도 용이하고 씬을 다른 곳에 보관했다가 언제든 불러서 편집할 수 있다. 그 뿐인가, 씬을 분리할 수도 있고, 합칠 수도 있다.
이렇게 대본을 쓰게 되면, 사고가 훨씬 입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구성에 있어서 미친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극본 하나를 완성하는 시간이 아래한글이나 MS워드에서 첫씬부터 써 내려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까지 하다.
때문에 스크리브너로 극본 쓰기에 발을 디디는 순간, 다시는 아래한글이나 엠에스워드로 돌아가지 못한다.
스크리브너는 극본 쓰기의 영역에서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스크리브너로 극본을 써야만 한다.
내가 원씬 원카드 형식의 극본 쓰기에 매료된 것은 할리우드의 유명 작가들의 작업방식 때문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인덱스카드 하나에 하나의 씬을 쓴 뒤 그것의 배열을 바꾸고, 새로운 카드를 첨가하는 식으로 구성한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구성안이 나오면, 카드를 하나씩 넘겨가며 일필휘지로 극본을 완성한다. 정작 집필은 빠른 시간 안에 한 호흡으로 쓰고, 구성은 오랜 시간을 들여 가다듬어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구성이 좋아지고, 인물의 감정이 깊어진다.
유튜브 화면 캡쳐
Dustin Lance Black/밀크, 제이 에드가, 빅 러브 등 집필.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저 멋진 원목 테이블만 있으면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근을 뒤지기도 했다.)
유튜브 화면 캡쳐
Karen McCullah & Kirsten Smith/ 금발이 너무해, 어글리 트루스, 하우스 버니 등 공동 집필
(이들은 멋진 테이블이 없어도 잘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저 색깔 카드로 주인공의 동선이나 메인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단, 포스트 잇으로 하면 뒷면에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묻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David Seldler/ 킹스 스피치, 사령관의 아들 등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이 작가는 카드 전용 타자기로 카드 하나에 하나의 씬을 써서 구성을 한다. 그 타자기를 사려고 아마존과 이베이를 헤매다가 문득 그 타자기는 영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통 우리나라 작가들(당신 포함해서)은 종이에 대충 끄적이면서 구성을 빠른 시간 내에 끝내고, 극본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쓴다. 그리고 고치고 또 고치며 완성도를 높여간다(나는 많은 국내 작가들의 작업 방식을 눈여겨 봐 왔다).
어떤 방식이 효율적이고, 더 좋다고 말하기는 작가 개인에 따르는 문제라 선뜻 결론을 내리긴 좀 그렇다.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원씬 원카드 방식으로 쓰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어떤 작가라도 지금보다 극본 쓰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완성도도 더욱 높아질 거라는 것이다.
나는 한 때 그런 깨달음으로 원씬 원카드 구성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인덱스카드마다 육필로 메모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큰 부담이었다(사실 요즘 시대에 펜은 자기 이름을 쓰거나 사인하는 용도 외엔 그다지 필요하지 않지 않은가). 몇 장을 쓰다 보면 점점 악필이 되어가고, 끝내는 나도 내 글씨를 읽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곤 했다.
그래서 포기...
하지만 원씬 원카드 플로팅을 포기하기에는 그 결과물이 너무 달콤했다. 또한 그렇다고 손글씨로 다시 시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처럼 목마른 사람이 있을 것이었고, 그가 우물을 팠을 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스토리 빌더라는 무료 플로팅 프로그램을 아마존에서 발견했다(유레카!). 아마존 산하의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료로 공개한 것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스토리빌더 매뉴얼 화면 캡쳐
스토리 빌더는 매우 직관적인 UI를 가지고 있었고, 여기서 극본의 초고를 완성한 뒤 원고를 복사하여 아래한글이나 MS워드에 붙여서 완성하면 됐었다.
스토리 빌더는 완벽하게 원씬 원카드 플로팅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매뉴얼도 한 페이지밖에 안 될 정도로 간단했고, 그마저도 워낙 직관적으로 유저 인터페이스가 설계되어 가지고 놀다보면 10분 안에 저절로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화면에 카드를 만들고, 그것을 클릭하면 카드가 커지면서 직접 씬을 쓸 수 있었으며, 그 카드를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또한 서랍이 있어서 당장 쓰지 않는 씬들을 보관해 놓을 수도 있었다(보통의 워드를 쓰는 작가들은 그 씬들을 오려서 맨 뒤에 붙여 넣고는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완성된 카드들은 전체 대본으로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을 복사해서 워드 프로그램에 옮기면 그만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주변 작가들과 제자들에게 널리 알렸고, 그들은 하나 같이 쌍수를 들어 그 프로그램을 반기고는 그들 각자들의 방식으로 활용해 사용했다. 특히 극본을 배우기 시작한 제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처음부터 원씬 원카드로 극본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었다. 그것은 멀고 험난한 작가의 길을 막 떠나기 시작한 망생이가 신발을 선물 받느냐, 자동차를 선물 받느냐의 차이였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아마존이 무슨 이유에선지 스토리빌더의 전 세계 서비스 중단를 중단하고 말았다.
나는 멘붕에 빠졌고, 그 즉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다시 손글씨 원씬 원카드 구성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인덱스카드라는 아이패드용 앱을 발견했지만, 스토리 빌더가 주던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냥 야매 같았다.
결국, 스크리브너 밖에 없었다.
스크리브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까다로운 사용법 때문에 이미 두 번이나 포기를 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물러날 수 없었다. 내가 계속 즐겁게 극본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죽던지 스크리브너가 죽던지 결판을 내야만 했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일주일 동안 스크리브너를 디립다 팠다. A4용지로 천 페이지 가까이 되는 한글 번역 매뉴얼이 있었지만 누가 그걸 갖고 공부를 하겠는가.
다양한 블로그와 유튜브를 섭렵했고, 의문이 나는 점이 있을 때 매뉴얼을 활용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스크리브너와 끙끙거리며 씨름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완벽하게 사용법을 안 것은 아니지만, 스크리브너를 배우는 것이 일주일이나 걸릴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스크리브너의 기능은 엄청나게 다양한데, 그것을 다 익힐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관건은 내게 필요한 기능만을 찾아서 어떻게 찾아서 빨리 익히느냐에 있었다.
나는 페이스북에서 스크리브너에 관심을 보인 폐친들과 스터디 모임을 가지며 내가 아는 지식을 전파를 하기 시작했다. 또한 12명이 속한 스크리브너 사용자 단톡방을 만들어 모르는 것이 나오면, 단톡방의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의 나는 스크리브너로 대본을 쓰는데 조금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스크리브너의 기능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은 여전히 모른다(앞으로도 모른 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래한글에서 구현하던 것을 대부분 거의 다 구현하면서, 스크리브너의 필수 기능을 추가로 잘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아래한글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의 스크리브너 작업 방식은 이렇다.
스크리브너는 원씬 원카드 플로팅의 끝판왕 프로그램이다.
나는 내가 커스터마이즈 한 카드 템플릿에 한 씬씩 써서 배열을 하고, 그 카드들을 이동시켜 가면서 구성을 가다듬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
나는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를 쓰는데, 그 이유는 화면에 한 회의 씬 구성이 모두 들어가기 때문이다(카드로 꽉 채워져 구성이 끝난 화면을 볼 때 기분이 좋아져서 때론 그 카드 하나하나가 지폐로 보이기도 한다).
내가 작업 중인 스크리브너 화면 캡쳐
스크리브너에서 씬으로 구성을 한 상태
그리고 가끔 카드에 등장인물 별로 색깔을 지정하기도 하는데, 클릭 한 번으로 화면의 카드가 등장인물별로 배치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화면을 보면 주인공의 동선 파악을 매우 쉽게 할 수 있다(스토리 빌더에는 없던 기능이다).
내가 작업 중인 스크리브너 화면 캡쳐
스크리브너에서는 등장인물별로 카드를 배열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점이 있는데, 스크리브너는 파일 개념이 아니라 폴더 개념이라는 것이다.
가령 내가 이 전에는 20부작 드라마를 쓰면 파일을 당연하게도 스무 개 만들어야 했다. 그 파일들 중에서 어떤 씬을 찾으려면 파일을 일일이 다 열어봐야만 했다(그래서 각 회 별로 씬 리스트를 별도로 만들어야만 했다).
스크리브너는 폴더를 바인더라고 하는데, 이 안에 스무 개의 대본을 모두 넣을 수 있고, 그 스무 개 파일을 통합해서 검색할 수 있다. 즉, 스무개의 대본이 몽땅 들어있는 폴더 안에서 자유자재로 검색하고 편집하고 집필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내 어찌 스크리브너를 사랑하지 않을쏘냐!).
내가 작업 중인 스크리브너 캡쳐 화면
스크리브너의 바인더에는 극본과 템플릿, 리서치, 보관함, 휴지통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스크리브너는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만을 익힌다면, 한두 시간의 트레이닝만으로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도전자들이 고배를 마신 이유는 자신에게 필요한 필수 기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스크리브너는 아래한글(MS워드)에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된 워드 프로그램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크리브너에 접근하면, 내가 제공하는 매뉴얼로 정말 한두 시간이면 누구나 그 기능을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 있다. 그러면 스크리브너에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과 저항감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안다. 당신이 문과체질이며, 기계치라, 새로운 문물을 받아 들이는데 소극적이라는 걸.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쉽고 확실하게 스크리브너 사용법을 알려줄 테니까.
나는 당신이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국내 최초로 나온 매뉴얼을 아직은 구입하지 않기를 권한다. 그것을 통해 배우려면, 거기서 제안하는 30일 완성을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따라가야 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너무 많이 배워야 한다. 근데 문제는 10일차를 하고 있을 때 5일차 부분은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 책은 나한테 다 배우고, 부족하다 느끼는 분들만 구입해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바란다. 아마 부족하다 느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매뉴얼로 이미 수천명의 스크리브너 유저를 만들어 냈으니까.
따라서 지금....
당신이 당장해야 할 일은,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이고,
그 다음 할 일은 스크리브너의 무료판을 다운받아 놓는 것이다.
(스크리브너 초간단 매뉴얼이 이북으로 출시된 관계로 매뉴얼 포스팅을 삭제했습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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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드라마 작가 이기원입니다.
스크리브너는 모든 극작가들에게 꿈의 집필 도구인데요.
자유도가 높은 탓에 실제로 배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간단 매뉴얼을 만들어서 브런치와 얼룩소에 연재를 했었는데요.
실제로 스크리브너로 작업을 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제가 만든 매뉴얼로 사용법을 터득하셨다는 것은 안 비밀.
근데 이번에 얼룩소에서 감사하게도 제 스크리브너 매뉴얼을 이북으로 출간해 주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의 <초간단 매뉴얼 : 스크리브너>로 스크리브너의 신세계로 입문하시기 바랍니다.
맥/윈도우 공용 매뉴얼입니다.
특히, 공짜로 스크리브너를 가르쳐 주셔서 너무 감사하시다고 하셨던 분들...
이번 기회에 저에 대한 마음의 빚을 이북 구입으로 더셔도 좋습니다.
주변에 홍보해주시는 것도 한 방편이기도 합니다. ㅎㅎㅎ
예스24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6249336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8755496
교보문고 :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E000007472485
밀리의 서재와 리디 북스에도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