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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 Aug 31. 2022

아바타



* 허튼 생각 * 


- 보고 싶어?


- 응, 보고 싶어. 


- 나두 보고 싶어. 


- 우리 이런 화상통화 말고 언제쯤 직접 볼 수 있을까?


- 네가 비행기 타고 오면 되잖아. 


- 그래도 갔다가 돌아오면 다시 그리워해야 되잖아. 이렇게 계속 그리워하면서 살기 싫어. 


- 그럼, 얼른 순간이동하는 기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 그게 가능할까? 제일 빠른 화물기로 옮긴다고 그래도 2-3일은 걸릴 텐데. 그러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 이렇게 생각해 봐. 언젠가 사람의 정신과 인식을 디지털화 하는 게 가능해지는 거야. 그래서 그걸 USB에 옮겨 담아서 다른 물건에 이식할 수가 있는 거지. 


- 그래서?


- 내가 사는 여기에 너랑 똑 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놔. 그래서 랜선을 통해서 디지털화된 네 정신과 인식을 그 아바타에 다운로드하면 네가 순식간에 이리로 옮겨오는 거지 


- 에이….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 


- 연구가 진행된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말 사람의 생각을 USB에 담는 게 가능해지지 않겠어? 그것도 조만간에.


-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 랜선 따라서 옮겨 다니면서 어디나 다닐 수 있고 세계 여행도 많이 하고. 그러려면 세계 여기 저기 내 아바타를 많이 둬야하는 거 아니야? 그것도 돈 들겠다. 


- 만약 너무 많은 아바타를 두는 게 돈이 많이 들고 귀찮아지면, 아바타를 대여해주는 곳이 생기는 거야. 집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마음에 드는 아바타를 구한 다음에 그리로 이동하는 거지. 그럼, 정말 비행기 타고 다닐 필요도 없겠다. 


- 그래. 그럼 우리 매일 그리워하지 않고서도 자주 만날 수 있겠다. 


- 그런데 말이야…. 시간이 더 지나서 아바타를 쓰는 것도 귀찮아져서 그냥 사람들이 데이터로만 이동을 하게 된다면…. 아니면 아바타로 옮기는 도중에 오류가 나서 그냥 공중에 데이터로만 떠다니게 된다면….. 


- 아, 끔찍해…. 


- 뭐가 끔찍해. 그냥 데이터로만 남아서 떠다니면 그게 바로 영생불사이자 해탈의 세계가 아닐까? 데이터들은 죽지도 소멸하지도 않을 거 아니야. 그냥 데이터가 되어서 다른 데이터가 섞여서 결혼도 하고 다른 데이터를 창조해서 아이를 낳고….. 그렇게 되어도 데이터들이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을까?


-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마. 그게 무슨 영생불사야. 얼마나 끔찍하겠어. 자기 몸을 잃어버리고 사는게…. 


- 7년만 지나면 사람의 세포가 한톨도 남지 않고 다 바뀐다는데. 정신과 이성이 사람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해. 그렇다면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지. 


- 그렇다 하더라도 기억만이 남아있는 건데, 몸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경험은 할 수 없을 거고, 데이터 안에 갇힌 기억과 정신이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죽을 수도 없을 거 아냐. 누군가 데이터를 삭제시켜 준다면 모를까. 차라리 그냥 그 생각을 소설로 써서 돈을 벌어봐, 그 돈으로 비행기 값을 벌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더 빠르겠다.


- 소설로 썼는데 사람들이 잘 읽어준다면 그렇겠지. 


- 어쨌든 보고 싶다. 


- 나도 보고 싶다. 


- 내가 돈이 없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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