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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균인간 Jan 04. 2022

不退族(불퇴족)

은퇴는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동안 용케도 잘 따라왔다.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MS DOS를 배웠고, 군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할 때 일 년 남짓 3벌식 타자기를 쳤었다. 486 컴퓨터가 군에 보급된 게 95년 즈음인 걸로 기억한다. 한컴 타자 700타를 치며 자신감 충만해서 제대했을 때 학교 컴퓨터 화면은 검은색 도스 화면은 파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판을 두드리면 파란 화면에 하얀색 글자들이 위로 올라갔는데, 후배들의 모니터에 '방가방가', '하이루'  같은 말들이 적혀있었다. '약속'이라는 영화는 청춘들을 밤샘 채팅으로 몰아넣었고, IMF라는 어려운 시절에도 등짝 스매싱을 맞으며 전화요금폭탄을 감수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인터넷에 익숙해졌다. 


PC와 함께 이동 통신도 빠르게 변했다. 삐삐에서 시티폰, 휴대폰을 거쳐 지금의 스마트폰까지 이 모든 변화가 대략 15년 정도에 걸쳐서 일어났고 학습해서 생존했다. 지금이야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지만 Boomer세대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파워포인트나 엑셀 따위는 몰라도 됐다. 윗사람이 되면 아래 직원들에게 시키는 게 자연스러운 거였고, 은퇴하면 다시는 쓸 일이 없으니까.


X세대는 정의할 수 없어서 X세대다. 분명 이전세 대하고는 다른데 무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세대. 정의를 못 내린 이유는 그들이 계속 변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테크와 변화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첫 번째 세대"라고 멋지게 써 놨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하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우리 세대가 특별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말이다. 시대의 요구가 그랬고, 우린 생존을 위해 변해야만 했다. '밀어서 잠금해제'를 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의문이 들었다. 난 언제까지 배워야 하는 걸까? '싸이월드'에서 도토리 주고받는 것 까지는 어찌어찌했는데, 뭔가 비슷한 듯 다른 '메타버스'란게 또 나왔다. 블록체인, NFT, 코인, P2E 같은 단어도 함께 왔다. '싸이월드 안 해도 별일 없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지나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그게 아니란다. 이걸 모르면 반쪽 세상에서 사는 거고 나머지 세상에선 영원히 소외되는 거란다. 그래서 난 또 자료를 뒤적거린다.


이제 알겠다. 전에 알던 '은퇴'는 내 앞에서 잘렸다.  선배 세대처럼 만기를 채워 은퇴도 못하고, 능력이 없어 FIRE도 못하고, 영원히 애쓰며 사는 나는 시시포스의 벌을 받는 대한민국 '최초의 불退족' 아님 '못退족'인 건가...






꼰대처럼 보일까 봐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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