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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kas way Feb 16. 2020

일개 과장이 상무를 협박해?

해외영업 좌충우돌 경험기(절박함이 가끔 선을 넘을 때가 있다?)

때는 러시아 시장의 국가 담당자를 하던 2011년도의 이야기다.

글로벌로 시장이 어려워지고 손익도 악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본부장님의 지시사항이 

해외영업에도 전달이 되었다. 판가 인상이었다.

그때 나는 해외영업에서 러시아 시장을 맡고 있었다. 글로벌 중에서 시장이 크고 나름 중요한 시장이었다.

당연히 러시아 시장에서도 판가 인상을 해서 전체 손익에 기여를 해야 했다.

출장을 가서 판가 인상 안에 대해 법인과 협의하고 실행을 해야 했다.

출장을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팀장님도 이번 출장은 중요하니 잘하고 오라고 하셨다.

나름 책임감이 다른 때보다는 배로 느껴졌다.

해외 주재원을 우리는 PM(Product Manager)이라고 부른다.

러시아 시장을 맡고 있는 PM과는 사전에 판가 인상에 대해 배경을 설명드리고 이번에 상세 협의를 하자고 했다.

해서 PM과는 3% 판가를 올리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본부에 보고를 드리고  

실행방안 협의를 위해 러시아 출장길에 올랐다.




문제는 판가 인상하는 것을 러시아 담담님에게 보고를 드리고 재가를 받아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었다.

담당님은 상당히 깐깐하신 상무님으로 소문이 나 있었고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출장 결과를 정리하여 보고를 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반대가 심하셨다. 지금 판가를 올릴 때인가 , 왜 올려야 하는가 , 판가 인상했을 때의 

경쟁관계 악화와 거래선과의 협상 등 어려운 부분을 말씀하시면서 협의는 어렵게 되어갔다.

그리고 담당님은 현재 상황에서는 판가 인상은 어렵다는 결론을 지으시고 

회의실을 나가려고 일어서서 문쪽으로 걸어가셨다.

출장 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 출장 결과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었던 나는 

담당 상무님에게 다가가 급한 마음에 선을 넘어서는 발언을 했다.

"상무님 판가 인상은 CEO께도 보고가 되었기 때문에 인상하지 않으시면 상무님이 위험하십니다." 

헉 이런 내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순간 나는 눈앞이 깜깜해 오는 것을 슬로모션처럼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판가 인상안은 각 법인별 계획을 취합하여 본부장님께는 보고를 드렸으나 

너무 급한 마음에 CEO께도 보고가 되었다고 말을 해버린 것이다.

상무님의 얼굴이 갑자기 변하면서 목소리를 크게 올리셨다.

"일개 과장이 상무를 협박해? 너 들어와서 CEO께 보고 드린 판가 인상 보고서 올려봐"

아 순간 '나는 이제 회사생활을 여기서 마감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후회막심이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고 

화가 나신 상무님은 계속해서 소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본부장님께 보고 드린 자료는 있었지만 내가 어떻게 CEO께 보고 드린 자료가 있겠는가?

30분 동안 상무님에게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옆에서 PM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국가담당자의 크나큰 말실수로 난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몇 시간 같던 30분이 지나고 상무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아 이대로 끝났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상무님께서 나가시면서 PM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모부장 본사도 어려운 상황이니 되도록 판가 인상하는 방향으로 정리를 해봐"

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상무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날  저녁 PM과 저녁을 먹으면서 나에게 이런저런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줬다.

내가 말실수를 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아찔하면서도 다행히 마지막에는 판가를 올릴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본사로 출장 복귀해서 팀장님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을 드렸다.

그런데 그때 팀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모 과장 네가 실수는 했지만 그렇게 틀린 말 한 건 아니야, 판가 인상 안 CEO께도 보고가 되었어"

하시면서 보고서를 열어서 나한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아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의 식은땀 흐르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출장이었다.




9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상무님은 지금은 부사장님이 되셨고 일개 과장이었던 나는 팀장이 되었다.

해외영업의 생활은 다이나믹하다. 때로는 절박함이 일이 되게끔 하기도 하지만

누구나가 나처럼 아찔한 경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을 넘지 않고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일 것이다.

오늘도 좋은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워가는 회사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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