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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안 Nov 25. 2022

[Binge_on_Stories] 다머

괴물 : 제프리 다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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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이라고 모두 완성도가 높거나 개연성이 있는 것은 아닌데, 요즘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그래도 고증과 의미 부여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함이 있다. 특히 피해자가 많은 연쇄 살인범 이야기는 희생자를 탓하거나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시리즈 <다머>는 극의 중심 제프리 다머뿐 아니라 다머 가족, 문제를 제기했던 최초 신고자, 희생자와 그 가족을 다루며 10개의 에피소드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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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는 유색인종, 게이같이 80-90년대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타깃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전반부에는 그 범죄의 시작, 제프의 성장 과정, 범행 수법을 위주로 전개하고 후반부에는 체포 이후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가, 피해자 가족 모임, 경찰 조직의 대처를 조명한다. 이런 참혹한 사건 후에도 쉽게 변하지 않은 사회 구조는 씁쓸하고, 결국 개인 단위의 행동으로 악을 처단해야 하는 무력한 시스템은 증오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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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계획적으로 타깃을 고르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들인다. 게다가 자신이 애정을 준 토니라는 인물마저 결국 살해하고야 마는 파괴적인 인물이다. 그저 순수 악에 가까워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다머의 부모다. 가해자의 부모를 다룬 <러덜리스>나 <케빈에 대하여>처럼 이들이 사회적 연좌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자 가족에게 탄원서를 요청하거나 제프 이야기를 책으로 발행하는 것은 2차 가해에 가까워 보였고 불편했다. 연쇄살인마를 끊임없이 우상화하는 창작물과 집단 역시 그렇다. 약자라서 타깃이 되었고 약자라서 그 고통에서 영원히 살아야 하다니, 무지하고 무심한 보통 사람이 이런 큰 사건에 동조하여 어디까지 덩달아 잔인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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