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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Mar 12. 2024

호캉스를 누려 보자.

- 5성급 호텔에서의 하루

"여행을 갈까?"

"어디로 가지?"

"호캉스는 어때?"

"호캉스? ~~~~~그럴까?"


 마음이 뒤숭숭하던 차에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호캉스. 호텔에서 여유롭게, 힐링의 개념으로 쉬어보기로 했다. 


 2박 3일을 예상하고 장소를 찾아보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몸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에 숙박지에 물놀이를 위한 것이 있어야 했다. 꼬박 이틀을 찾아 헤맸다. 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 그리 고민할 게 없었다. 이틀에서 하루로 줄이고 마침 패키지 상품이 있기에 이때가 아니면 안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예약을 해 버렸다. 


해운대 바닷가
파라다이스 호텔 

 


5성급 호텔의 가격은 후덜덜이었다. 그리하여 이틀에서 하루로, 다시 방 두 개에서 하나로 하여 우리는 부산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로 갔다. 

 부산에 도착하여 해운대 바닷가를 걸었다. 갈매기가 모래 위에 앉아 있었다. 

"얘는 날개가 있으면서 왜 걸어 다닌데?"

 큰 아들의 말에 우리는 웃었다. 

 "야, 걸어 다닐 거면 니 날개 나 주라."


 해운대 바다를 눈에 담고 모래 위를 걷다가 근처에 있는 당구장으로 갔다. 작은 아들이 요즘 빠진 것이 바로 당구이다. 그렇다고 매일 가는 건 아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함께 할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가는 정도이다. 휴대폰으로 당구게임을 하는 걸 몇 번 봤다. 지난달에 함께 했을 때 나보다는 당연히 잘했지만 여전히 세 번째였다.(남편, 큰아들, 작은 아들 순서)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 남편이 길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폼도 실력도 좋아져 있었다.  

  

 물놀이를 위해 저녁은 적당히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수영복을 입고 그 위에 가운을 걸치고 오션풀로 향했다. 저녁 7시경이라 꽤 쌀쌀했다. 몸을 적당히 풀고 가운을 벗고 서둘러 물로 들어갔다. 따뜻하니 좋았다. 물에서 몸을 충분히 데우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물놀이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하늘이 보이고 해운대의 푸른 물결이 보여서 야외라는 느낌이 물씬했다. 


 오션풀은 바다가 보이는 풀장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씨메르는 뭐지? 찾아보니  하늘을 뜻하는 프랑스어 ‘ciel’과 바다를 뜻하는 ‘mer’를 합친 이름이다. 씨메르는 하늘과 바다가 보이게 만든 야외 온천 느낌이었다. 야외 온천이라는 말보다 씨메르라고 하면 뭔가 색다른 느낌이기는 하다. 낯선 용어가 주는 설렘이나 묘함이 있다. 


 따뜻한 풀장에서 우리 네 식구는 서로 업히기도 하고, 수영 경주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물놀이를 하다가 옆을 보면 해운대의 푸른 바다가 보이고 하늘을 보면 까만 밤하늘에 별이 한두 개 반짝거렸다.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을 보려면 해운대 주변의 건물에서 뿜어내는 불빛을 꺼야 하겠지. '


 방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편의점에서 사 온 음료수, 술, 과자로 판을 벌렸다. 네 명이 함께 하는 자리가 많지 않으니 이 날을 즐겨야 하겠지. 평사시에는 하지 못하는 말들을 나누며 잠이 들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 뷔페로 향했다. 평상시 같으면 아침에 깨우지 말라고 하는데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깨우라고 하여 함께 출발했다. 뷔페의 규모는 컸다. 그러나 아침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대로 먹었다. 촌스러운 말이지만 돈 값을 하려면 배 터지게 먹어야 했다. 결국 밥 한 번 먹고,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한 번 보는 걸로 값어치를 대신했다.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동백섬에 가서 이미 지고 있는 동백꽃을 보고 가볍게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의 음악은 신났다. 

 

 1박 2일은 아쉬움이 있는 여행이다. 나름 신나게 놀았지만 몸의 에너지는 아직 남은 상태로 집에 오니 여흥이 있었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지를 얘기하며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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