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밤의 얼굴

- 극명하게 다른 마음

by 정상이


같은 상황이라도 낮과 밤에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낮에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면이 있지만 밤이 되면 감성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밤에 쓴 연애편지를 낮에 보면 낯간지럽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런 거 아니겠는가.

밤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예민해진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토록 실감 나게 느껴지기는 오랜만이라 새삼 놀라고 있다.

며칠 동안 봄비가 내렸다. 그나마 하는 걷기를 못하는 날이 꽤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잠들기가 힘들어지는 날이 많았다.

분명 잠이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말똥해지는 건 뭘까.

그렇게 뒤척 뒤척 힘겹게 잠이 들었다.

그날은 유독 잠이 오지 않아 휴대폰을 보며 뒤척이고 있었다.

남편은 잘 자고 있었다.

바로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 보면 팔이 아프다.

그래서 옆으로 누워서 보려고 뒤척이는데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아이 좀 그만 펄럭거려.”


낮고 굵직한 한방이었다.

순간, 얼음이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신경을 쓰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는데… 펄럭이라니.

화가 나면서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뒤척이고 싶어서 그러냐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잠이 안 와서 그런 건데 그걸 꼭 저런 식으로 말해야 할까. 흥 내일부터 말을 하나 봐라.

화가 나서 혼자 씩씩대면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먼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을 보니 어젯밤 화가 났던 감정은 제법 잠잠해진 상태였다.

한 일주일 정도 말을 안 할 생각이었는데…….

아침이 되니 그 감정은 흔적을 감추고 있었다.


“잘 다녀와. 수고.”

밤에 느꼈던 화가 아침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기는 한데 어제저녁의 나는 왜 그리 화가 났을까.

혼자 곰곰이 생각했다.

내 감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남편의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잠이 들었는데 나의 뒤척임으로 잠을 깨게 되면 화가 날 수 있다.

자다가 깨면 쉽게 잠들 수 없으니 힘들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 행동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침대가 문제였다.

서로 어느 정도 뒤척여도 되는 큰 침대이든지, 아니면 따로 각자의 침대가 있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침대를 따로 사용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내 주변의 언니들 역시 그러하다.

그녀들의 선택이 현명하다.

나 역시 가능하면 침대를 따로 쓰고 싶다.

그래야 서로의 잠자리에 편안함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당장 실천하고 싶지만 여유 공간이 없다.

침대를 새로 살 수도 없다.

지금 사용하는 침대를 산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공간이 생길 때까지 내 감정을 잘 다스리고, 속상할 만한 말을 듣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과 운동으로 수면의 질이 향상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감정의 기복, 심하게 널뛰기하지 않게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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