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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Feb 25. 2024

정월 대보름

- 달집 태우기

    

 어제는 정월 대보름이었다. 

 오랜만에 달집 태우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오후 5시에 시작한다는 기사를 봤다. 

 4시 30분을 넘기면서 강변으로 나갔다. 

 이미 사람들은 많았다. 


 간단한 제례를 지내는 중이었다.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지 설명하고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제례를 지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었다. 


날은 흐리고 바람은 제법 찼다. 

불이 피워지기를 기다리는데 그들만의 잔치를 계속하고 있었다. 

30분은 족히 지났다.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아 도대체 언제까지 저러고 있어야 하나. 그냥 불이나 피우지.‘ 


하늘에는 드론이 띄워지고 여기저기에서 연을 날리고 있었다. 

달은 날씨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아들이 말했다.

 “달이 매번 헤매는 이유가 있었네.”

 “어?”

 “아니, 집에 가려고 하면 집을 태우고,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 태우잖아. 집이 없어서 그런 거네.” 

 “어? 하하 그렇네.” 


 아들의 센스 있는 유머에 한바탕 웃었다. 

불이 지펴지자 너도나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을 찍는 건 마음속의 간절함이 크다는 거겠죠.



풍물패가 달집 주변을 돌고 나자 불이 지펴졌다. 

불은 순식간에 타 올랐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나는 가족과 나의 소망을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붉게 타올랐다. 

사람들은 참 나약한 존재이다. 

어디에서든, 대상이 누구이든 소원을 말하고 이루게 해 달라고 손을 모은다. 


어릴 적엔 그저 달집을 태우는 그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달집을 향해 기도 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새로운 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올 한 해는 나에게 어떤 해가 될까. 

성숙하면서 의미 있는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월 대보름.

풍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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