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Jun 14. 2024

작은 아들의 하루

- 잘 놀고 있는 게 맞겠지!


 아침 8시 20분이 되니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그러기를 근 한 시간이 지나서야 아들은 일어났다. 내 방에 오더니 다시 눕는다. 휴대폰 삼매경으로 들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재택이라 집에 있는 날이다. 


 작은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생의 숙제인 군대를 먼저 갔다. 큰 애보다 먼저 가서 마음이 아렸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갔다. 그러나 시간은 지나가고 제대를 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경례를 할 때는 그토록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남편도 눈시울을 붉혔다. 


 작년 12월에 전역을 했으니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몇 달은 바빠 보였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도 했고,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새로운 뭔가를 하는 건 좋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집돌이의 일상. 

 

 제대를 하고 집에 있으니 제일 많이 부딪치는 건 바로 나였다. 함께 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과하다고 했다. 귀염둥이 작은 애가 아니라 어엿한 성인임을 내가 잠시 잊은 것이었다. 아이에게 쏟는 시선을 조금씩 거두었다. 


 아들은 아침 8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 11시가 되면 잠을 잤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는 자세는 좋아 보였다. 일주일에 두 번은 수영을 가고 나머지 두 번은 체육관에 갔다. 그러다가 체육관은 그만두고 수영만 다녔다. 함께 가는 친구의 사정에 따라 어떤 때는 수영장에 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 집에서 근력운동을 했다. 작은 애는 원래 집돌이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당연했다. 


 작은 애는 수지의 팬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군대에 가서인지 그 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군에 있을 때에도 수지 사진을 출력하여 보내 주었다. 수지에 대한 팬심은 아직 여전하다. 노래를 듣고, 컴퓨터 화면에 수지 얼굴을 띄우고, 영화를 보고, 예전에 했던 예능을 찾아보았다. 이모티콘도 수지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역시 예전에 엘비스 프레슬리 팬이었다. 팬카페에 가입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사서 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의 노래가 내 고등학교 시절을 위로해 주었으니까. 


 며칠 전부터는 방 한쪽에 두었던 기타를 꺼내어 치기 시작했다. 남편이 학원에 가서 제대로 배우라고 해도 소용없다. 유투버나 인터넷을 보고 따라 친다. 그러더니 연습장을 꺼내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지 얼굴을 연필로 그리기 시작했다. 초상화를 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수지처럼은 보였다. 몇 장 거듭되면서 얼굴 윤곽이며 눈매가 살아났다. 


 그런 작은 애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졌다. 작은 애는 이런 아이이다. 누가 무엇을 하라고 하는 게 소용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아이다. 아주 어릴 적에도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아야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하는 아이였다. 몸과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져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아이이다. 종이로 로봇을 만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보던 아이이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보니 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에게 마음과 몸이 한가로워졌다는 뜻이니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작은 아들. 이제 스물 하나. 아들의 시간을 응원한다. 충전의 시간이 지나면 방전해야 하는 시간들이 올 테니 충분히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을 하든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산울림과 김창완이 주는 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