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거품이 혀를 감싼다.
비가 내리고 있다.
요즘 일기예보는 잘 맞는 것 같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니 책상에 앉았지만 자꾸 눈이 내려간다.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다가 커피를 탔다.
아침엔 라떼를 먹는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좋아서이다. 물을 끓이고 우유를 데워서 거품을 만들어 커피에 넣으면 된다. 커피 향이 연하게 나면서 따뜻한 거품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진다.
‘아 맛있다.’라는 느낌이 기분 좋게 해 준다.
행복이란 이런 순간들이다.
비가 와서 좋고, 남편과 두 아이가 건강해서 좋고, 오늘 하루 잘 지내고 있어서 좋다. 좋은 것을 찾자면 아주 많은 것 같다. 이왕 기분 좋아진 김에 오늘은 좋은 생각들로 가득 차게 해 볼 예정이다.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오늘 하루만 걱정하자고. 나는 거기에 더하여 오늘 하루 걱정은 멀리 두고 좋은 생각과 말로 시작하려고 한다. 비가 땅을 촉촉이 적셔주듯이 커피가 내 기분을 어루만져 준다.
오늘이 11월 1일이니 올해는 두 달 남은 상황이다. 지난달들은 어떠했나. 나름 알차고 열심히 살았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번달도 알차게 보낼 예정이다.
11월의 달력에는 빨간색이 없다. 꽉 찬 날들이라 숨이 찰 지도 모른다. 나를 닦달하고 질책하는 시간들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어루만지고 달래야만 한다.
백 년의 인생에서 절반을 살았으니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나를 미워해서는 안된다. 나를 믿고 나아가야 한다.
내 책상 앞에 놓여 있는 탁상달력에 항상 뭔가를 적어 두는데, 지난달에 긍정적인 문구를 적어 두었더니 괜찮았다. 이제부터 계속해서 그런 말들로 나를 위로하려 한다.
“다 이룰 수 있다”
“원하는 삶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