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천사의 집'에서 못 만났으면 어쩔뻔했어요?
며칠 전, 일곱 살 첫째가 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 '천사의 집'에서 못 만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결혼하고 7년이 지나고도 아이가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았다.
겁이 많아서 인공수정을 하기 위해 병원을 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결혼 전부터 입양을 이야기했던 남편,
나 또한 자연스럽게 입양가족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렇게 '천사의 집'에 갔고, 11개월의 아기가 가족이 되었다.
이 아기가 벌써 일곱 살 소년이 되었다.
모든 발달이 느렸던 아이, 말도 느려 네 살이 되어서야 문장을 제대로 말했다.
그런데 하는 말마다 놀라웠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저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알지?
노트를 펴고 앉을 시간조차 사치이던 시절, 핸드폰에 틈틈이 메모를 해뒀다.
아이가 5살이 되고, 이제 나름의 여유시간이 생겨가니,
아이와 자주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도 원했고, 남편도 원했고, 아이도 원했다.
그래서 입양기관 홀트를 찾아갔고, 둘째와도 가족이 되었다.
이젠 둘째도 3살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고
나는 이렇게 여유넘치게 글 다운 글을 쓰고 있다.
6여 년의 이 두 아이와의 시간의 기록.
그리고 우리 첫째 아이의 보석 같은 말들을 기록해두고 싶다.
오늘은 일단 두 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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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무서워하는 나.
주택이라 벌레가 갑자기 나타나는 우리 집.
어느 날 벌레를 발견하며 소리를 지르는 나에게
아이가 한 말
"엄마 내가 잡아줄 테니 걱정 말아요.
엄마 마음속에 내가 있으니
엄마는 늘 안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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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생일날 아침.
아이가 나를 깨웠다. 눈을 뜨니
"엄마, 엄마 생일이니 엄마가 좋아하는 미니언즈 사줄게요.
엄마가 너무 고마워요.
엄마에겐 이쁜 말만 하고 싶어요.
비록 절 낳아주진 못했지만
놀아주고, 사랑해주고 내 동생도 잘 돌봐주니까요(엄마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란다)
엄마가 나이 들어서 아프면 친절한 의사 찾아서 데려갈게요.
(내가 병원을 무서워하는 것을 너무 잘 아는 아이...)
아이스 까페라떼도 매일 사줄게요.
엄마가 죽어도 내 마음속에 늘 같이 있는 거 알아요.
사랑해요 엄마"
난 그날 아침 생각했다.
나는 이번 생애에서 더 바라는 것이 없다!
동시에 아이를 낳아준 생모가 생각났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다.
"**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분에게도 우리 감사해하는 하루를 보내자.
엄마만 이쁜 말 들어서 어쩌지..."
11개월에 내 품에 와서 이제는 7살 소년이 된 아기.
아기가 내 몸에 찾아오지 않아, 내가 찾아가서 만난 아기가
이렇게 자라서
나에게 이런 사랑을 준다.
이 아이에게 받은 사랑,
이 아이에게 배운 사랑을 통해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것만 같다.
고마워 아들들.
이렇게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도 고맙고
매일매일 잘 자라 주는 것도 고마워.
무엇보다 엄마가 되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