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별 Jun 12. 2023

다단계 아닌데 사람이 열이나 필요해?

2020년도 마을공동체 사업 도전기 #03

여자 아홉이 디지털 도서관에 다시 모였다. 사업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이 바로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멤버 둘이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사람을 모아 온 것이다.  


이 모임의 브레인인 수진 씨는 동네 주민 이자 딸 친구 엄마 두 명을 포섭했다. 은희 씨도 두 명을 데려왔다. 한분은 모자를 눌러써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세련미가 뿜어져 나오는 플로리스트이고, 또 다른 분은 이름 석자만 존재하는 분.

 

"자 이렇게 모였으니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할까요?"


수진 씨가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그럼 저 먼저 시작할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정수진이에요. 저는 친환경 식품 매장을 운영했었고, 현재는 스마트 스토어에서 제품을 팔고 있어요. 5살 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고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음으로 지원 씨가 입을 뗐다.


"저는 6살, 8살 된 딸 둘을 키우고 있어요.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엔 내 차례다. 발표 공포증이 있는 나는 고작 열 명의 엄마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영어 스터디도 하고요. 참, 아이도 두 명 있네요. 5살 딸, 7살 아들이에요. 바... 반갑습니다."


내 뒤를 이어 베레모를 앙증맞게 눌러 싼 플로리스트가 자기소개를 했다. 이름은 이혜미이며 4학년 딸아이를 하나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오늘 모임이 처음인 또 다른 두 명의 여성이 뒤 이어 자기소개를 했다. 뭐 하는지는 모르지만 수진 씨가 꼬셔서 왔다면서 자기네들이 이 모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기소개가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단연 웅비시 창업 프로그램을 이수한 3인방이었다. 자신을 김미진이라고 밝힌 여성은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모자를 눌러썼는데 언뜻 봐도 애 띄어 보였다. 그녀는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관련일을 잠깐 하다 그만두고 웅비시 목공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했다. 


웅비시의 지원으로 공방을 지원받아 나무로 만든 헤어 액세서리를 판매했고 핸드메이드 제품 쇼핑몰인 아이디어스에도 입점하여 인기리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 몰래 휴대폰 검색창에 아이디어스를 검색한 후 '엇 이분 대단한 사람이네?' 했다. 


은희 씨는 웅비시 은 공예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은공방을 열어 은 귀걸이, 목걸이, 브로치 등을 주문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자기소개는 효영 씨가 했다. 자신도 웅시 창업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꽃집을 운영하였으나 현재 사업을 접은 상태라고 했다. 다른 아이템을 구상 중인데 마을 공동체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아홉 명의 자기소개를 듣노라니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었다. 혼자라면 못하겠지만 열명이서는 뭔들 못하리? 나는 분주히 멤버들의 연락처를 저장하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수진 씨가 입을 열기는 전까지는. 


"자 열명을 채워 다행이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뽑히려면 사업계획서를 잘 써야 하거든요. 제가 카톡방에 사업계획서 보냈으니 다들 잘 읽어보시고 모레까지 어떻게 쓸지 각자 생각해 오세요. 마감일이 이주도 채 안 남아서 급하게 진행하는 거 이해해 주시고요."


대화방에는 19쪽에 이르는 문서가 있었다. 거기에는 사업의 목적이니 추진 계획이니 하는 알 수 없는 말들이 가득했다. 



tㅏ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들의 비장한 조별 모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