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악몽' 프로젝트
'크리스마스의 악몽' - 연작시 첫 번째
산타의 선물
굴뚝은 오래된 폐관처럼 젖어 있다
웃음소리가 벽돌에 스며들고
가녀린 눈송이들이 숨을 참은 채
검은 공기 속에서 녹아내린다
나는 천천히 내려온다
스스로가 아니라 이 집들이 나를 끌어내린다
이 의식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벽돌의 거죽에 묻은 그을음은
내 손가락의 모양을 닮았다
아무도 만지지 않았지만
수십 번의 겨울이 이 벽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 집에 처음 오는 게 아니다
이 의무는 이름도 없이 여러 세대를 건너왔다
포장지의 리본은 눅눅하고
종소리는 피가 도는 소리처럼 방 안을 두드린다
초콜릿 향은 달콤하게 퍼지지만
일년 동안 그 상자를 접어댔던 내 손의 살점은
겨울마다 제단 위에 올려진 고기처럼 차갑다
이 계절에는 죄도 포장된다
예쁘게, 조용히, 반복해서
나는 웃는다
웃지 않으면 굳는다
웃음은 표정이 아니라 명령이다
누군가의 기다림이 내 얼굴을 결정한다
나는 겨울마다 누군가의 기대를 버티는 허수아비다
굴뚝 벽돌 틈새에 떨어진 살은
어둠 속에서 검게 말라붙는다
이 집의 연도와 함께 오래된 피막이 된다
포장지는 벗겨지고 향은 사라지고
남는 건 부패한 책임뿐이다
아이들의 손에 남는 건 선물이지만
나의 손에 남는 건 피의 냄새다
아이들은 모른다
이 웃음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굳어 있었는지
그들의 기쁨이 나의 벌이라는 걸
누군가는 내려와야 한다
누군가는 웃어야 한다
매년 이 집이 나를 불러내고
나는 다시 어둠 속으로 기어올라간다
좁은 굴뚝 벽에 긁힌 살이 뜨겁게 저미고
리드미컬한 멜로디의 캐럴이
저린 손끝을 스치며 사라진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 연작시 해설
이 연작을 구상할 때 처음 떠오른 건 산타였다. 많은 이들에게 산타는 ‘선물과 웃음의 상징’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산타는 그 웃음 뒤편에 갇힌 인물이었다. 그는 스스로 굴뚝을 내려오지 않는다. 모든 집들이 그를 끌어내린다. 웃음은 표정이 아니라 명령이며, 아이들이 기다리는 순간부터 그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가 쥔 초콜릿 상자 안에는 달콤함이 아니라 오래된 책임의 냄새가 배어 있다. 아이들은 기쁨을 받지만, 그는 매년 같은 자리에 묶여 내려와야 한다. 나에게 산타는 축제의 주인공이 아니라, 기쁨을 대신 떠안는 하나의 노동자이자 희생자였다. 웃음이란 얼마나 쉽게 명령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이 내가 이 시를 쓴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