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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내 삶의
비무장지대를 찾아서

DMZ에서 찾는 새해 첫 여행지

by 오로지오롯이

2025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며 보내는 시간. 설레긴 하지만 마냥 들뜰 순 없다. 시끌벅적했던 지난 연말의 피로감도 해소하고, 새로운 시작의 부담도 이겨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새해를 맞아 가벼운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치열하게 살아온 작년의 나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갈 올해의 나를 위해 휴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탁해진 물이 맑아지려면 부유물들이 가라앉도록 잠시 기다려야 하듯이, 내면을 정돈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보자. 멀리 갈 것도 없다. 가까운 DMZ 지역마다 훌륭한 명소들이 많다. 그곳을 찾으면 삶의 위로를 받고, 재충전할 욕구를 얻을 것이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내 삶의 비무장지대를 찾다


DMZ(Demilitarrizd Zone; 비무장지대)는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이자 오랜 시간 발길이 끊겼던 아픔의 땅이다. 생태 환경이 잘 보존됐기 때문에 천혜의 자원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경관이 매우 우수하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전쟁의 기억을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방문해보면 오히려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에 놀라고 만다. 다툼 속 긴장감이 아닌 삶의 평온함을 느끼고 돌아가는 것이다. 희망의 장소로 변모하고 있는 DMZ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자. 국제조약에 의해 무장이 금지된 한반도의 유일한 지역, 비무장지대. 현대사회 속 ‘무장지대’에서 치열하게 사는 우리가 이곳에서 어떤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




고성 통일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는 동부전선 최북단의 비무장지대를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안보교육의 요충지로서 분단국가의 현실을 그대로 마주한다. 혼란한 시국 속에서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금강산의 아름다운 봉우리와 비무장지대 속 천혜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가며 스스로 희망을 품어가는 고성 통일전망대. 그곳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해에 특별함을 더해보자.



전쟁을 겪은 비무장지대(DMZ)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삶은 흔히 총칼이 없는 전쟁이라 비유되곤 한다. 우리는 입시와 취업준비, 승진과 성공의 굴레에서 무한 경쟁 중이다. 생업을 위해 무던히도 고생하는 사람들까지. 자신의 삶이 전쟁 같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눌러야 하는 전쟁 속에서 우리는 남모르는 상처들을 입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끔씩 모든 긴장을 풀어낸 평화의 공간을 꿈꾼다. 아무도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 곳에서 휴식하길 바란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삶에 필요한 여유를 만끽하기에 탁월한 공간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북한의 산야를 바라보면 긴장감이 흐르지만, 분명 통일에 대한 희망이 공존한다.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자신에게 여유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면 숨도 고를 겸 한번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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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통일전망대는 DMZ박물관, 6.25전쟁체험전시관, 화진포 등의 관광지와 연계 방문하면 더욱 좋다. 특히 화진포호는 해맞이 명소이다. 새해 기분을 북돋고 싶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좋다.




양구 평화누리길



양구 평화누리길은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며 조용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걷기길이다. 오래도록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에 개발되지 않은 울창한 산림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특히 두타연 계곡과 펀치볼은 양구 평화누리길의 백미.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경치를 둘러보며 미묘한 매력을 느낄 것이다.



비무장의 길에서 나의 길을 찾다


전쟁 후 몇 십 년 동안 군화로 다져졌을 이 길은 이제 시민들의 발자국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한때 무척 요란했지만 현재는 어디보다 한적하고 잠잠한 길이다. 어쩌면 비무장지대는 이런 곳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시끄러울 것 같지만, 가장 고요한 곳.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곳의 시간은 멈춰 있다. 나의 시간도 잠시 멈추고 조용히 사색하고 싶다면, 양구 평화누리길을 걸어보자.


평화로운 길에서 보내는 고즈넉한 시간. 한 해 첫머리에 어울리는 특별한 경험이다. 길을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나아갈 한 해를 가늠해보는 일. 평화누리길은 분명 희망의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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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평화누리길은 간단한 신고 절차를 통해 방문이 가능하며, 양구를 비롯한 다양한 평화누리길은 ‘디엠지기’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양구뿐 아니라 DMZ 지역의 모든 지역에는 평화누리길이 조성됐다. 각각의 평화누리길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하여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강화 교동도


강화 교동도는 특별한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곳도 역시 과거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으나, 현재는 마음 편히 왕래가 가능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무엇보다도 서북쪽으로 5km의 사이를 두고 북한과 인접해 있기에 육안으로 북한 황해도 지형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교동도는 과거 유명한 왕족들의 귀양지이기도 했다. 연산군, 광해군, 영창대군, 폐세자빈 박씨 등이 이곳에 유배된 기록이 있다. 유배된 사람들이 먼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역사에 비추어 떠올려보는 것도 관광 포인트 중 하나.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나만의 비무장지대


교동도는 경기, 서울권에서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오랜 세월 민간인통제구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도 아니다. 새해를 맞아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부담없이 찾아가도 받아주는 섬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먼 바다를 보며 한 해의 계획을 쭉 펼쳐보자.


오래된 건물들을 통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낚시도 어디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또 농수산 먹거리도 풍부하여 속이 든든한 새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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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작년은, 무장한 채 살아가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했으니 새해만큼은 잠시 쉬어가도 좋다. 가벼운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은 우리에게 비무장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새해 첫 여행. 평온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한 해를 계획할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여행지에서 각진 일상을 잠시나마 둥글게 다듬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올해는 좀더 여유로운 삶이길, 또 치열하더라도 나만의 쉼터가 생기길 바라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는 총과 칼을 내려놓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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