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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미안해, 감사해, 사랑해’

당신의 세 ‘해’를 위한 새해 첫 여행지 3선

by 오로지오롯이

올초 1월 1일, 우리는 365일 분량의 문제가 있는 새 시험지를 받았다. 하루하루 답을 적어 내렸고, 이제는 연말을 맞아 채점할 때가 됐다. 물론 정답지는 없다. 우리의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스스로 그 답의 기준을 세울 순 있다. 올 한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진심을 전했는지 떠올려보는 것이다.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많다. 자신의 답안지를 꺼내 확인해보자. 당신의 진심이 잘 전달된 한 해였는지. 생각보다 점수가 낮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년에는 ‘미안해’와 ‘감사해’, ‘사랑해’를 자주 표현하면 어떨까. 이 세 가지 ‘해’를 되새기며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 다가오는 2025년에는 더 많은 사과와 감사, 고백을 하길 빌며 새해 첫 여행을 떠나보자.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에서 나 자신에게 위로와 사과를


우리는 남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많은 슬픔을 홀로 견디곤 한다. 그런 자신에게 위로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또 한 해를 보내진 않았을지. 마음속 슬픔을 미처 소화하지 못한 ‘당신’ 얘기다. 그러니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미안하다고 위로 한 마디 건네 보자. 사과를 남에게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처로 가득한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기엔 강원도 춘천의 ‘청평사 템플스테이’가 좋은 선택이다. 청평사는 소양호와 오봉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쉼호흡하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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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는 해 뜨기 전, 아침 공양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오후 열 시 전에 잠들어야 하는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자신을 괴롭히던 주변 자극들이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도 가능하다. 도시의 화려하고 날 선 불빛 대신 은은하게 제 자리를 빛내는 별들을 볼 수 있다. 또 아스팔트길이 아닌 흙길이 주는 다정함이 발끝에 오롯이 전해진다.


삼삼하면서도 정갈한 사찰음식은 매일 자극적인 음식으로 고통 받던 속을 편히 달래준다. 무엇보다 시끄러운 도시 소음 대신 스님의 나직한 목소리와 자연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결국 미처 듣지 못했던 내 마음의 소리까지 들려온다. 청평사에서 보낼 시간은 새해의 시간에 비하면 매우 짧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자신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고, 새로운 1년을 견딜 힘을 얻을 수 있다.



고양 ‘행주산성 해맞이축제’에서 온 가족과 새해의 기쁨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전국 해돋이 명소를 찾는다. 하지만 해돋이를 보러 가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전날부터 밀리는 고속도로, 입구부터 붐비는 사람들. 한정된 장소에서 특별한 날에 하는 행사인 만큼 고생을 감수하며 찾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연로하여 체력적인 부담이 큰 부모님과 함께하기에 무리가 있다. 하지만 매년 1월 1년 고양에서 열리는 ‘행주산성 해맞이축제’는 이 고민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고양시는 1월 1일 새벽 5시부터 9시까지 행주산성을 개방하고, 해맞이축제를 개최한다. 행주산성의 장대하고 눈부신 풍경과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며 맞는 아침은 여느 때보다 특별하다. 또 수도권 어디서든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로 찾아가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별도의 신청 없이 불꽃놀이, 새해소망 풍선 날리기 등의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새해의 기쁨을 누릴 장소로 제격이다.



선물에는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는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란 소중한 것을 받았을 때 다시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님께 매일 선물 하나씩은 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소중한 오늘, 하루하루를 선물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선물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된다. 사소한 선물 하나도 고르기 어려운데, 올 한해, 365일의 선물을 떠올리는 건 생각할수록 난감하다. 그렇다면 행주산성에서 2025년의 새 해를 선물해드리는 건 어떨까. 당신이 선물을 잊더라도 해는 스스로 매일 아침 부모님의 머리맡을 환하게 밝혀드릴 테니.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 별 볼일 있는 사람과 별 보러!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는 우리나라 중심에서 다양한 천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주망원경은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마치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영상 관람과 태양 관측, 천문관련 만들기 체험 등의 천문체험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천문대에서는 캠핑장도 운영한다.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놓고 별을 헤아리다 보면 봉화산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천문대가 있는 배꼽마을엔 일몰과 밝은 달이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봉화낙월’이라 불리는 봉화산이 위치해 있다. 이 봉화산 정상에선 매년 1월 1일 해맞이축제가 열린다. 이곳에 방문하여 해넘이를 지나 별을 감상하고 일출까지 기다려보자. 그 누구보다 특별한 새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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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비밀을 마음속에 쌓아 뒀을까. 아마 그 수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을 것이다. 가끔 공기 좋은 곳에서 총총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구전 동화 같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나하나의 별들은 사람들의 비밀이라서 누군가 비밀을 말하는 순간, 그 별은 수명을 다 하고 별똥별이 되어 떨어진다는 상상.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는 이런 무수한 비밀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동화 같은 상상을 할 수 있는 곳. 누구든지 이런 곳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숨겨온 가슴 속 한마디를 전하고 싶은 사람. 새해엔 그 사람을 데려가 작년 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해보자.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소중한 진심을 전달했을 때, 먼 하늘의 별을 함께 쳐다보길 바란다.


혹시 모른다. 멀리서 아름다운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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