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하늘자전거길
봄 춘(春), 내 천(川). 춘천은 ‘봄이 오는 시내’란 예쁜 이름의 도시다. 이름답게 도시 곳곳에는 강이 넉넉하게 흐른다. 동쪽의 소양강과 서쪽의 북한강이 교차하며, 시의 중앙에 소양호과 의암호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물줄기를 따라 길도 발달했다. 춘천은 남양주에서 시작하는 북한강자전거길이 끝나는 곳이자 하늘자전거길을 두른 자전거족의 낙원이다. 강물 따라 철길 따라, 여유로운 자전거 여행을 즐겨보자.
코스별 설명
① 소양강 처녀동상 ~ 신매대교 (언덕 없이 평지가 이어지는 코스, 난이도 하)
② 신매대교 ~ 춘천애니메이션센터 (강바람 타고 쌩쌩 나아가는 자전거길, 난이도 하)
③ 춘천애니메이션센터 ~ 김유정문인비 (라이딩 트랙 위에서 한없이 밟아볼 수 있는 길, 난이도 하)
④ 김유정문인비 ~ 송암레포츠타운 (크고 낮은 언덕들에 잠시 쉼이 필요한 코스, 난이도 중)
⑤ 송암레포츠타운 ~ 공지천 (오르락내리락 언덕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길, 난이도 중)
⑥ 공지천 ~ 소양강 처녀동상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시원하게 뻗은 길, 난이도 하)
하늘자전거길은 춘천역에서 시작해 의암호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일주코스다. 춘천역을 등지고 왼쪽 도로를 따라 자전거길에 들어서자. 시내에서 시작하는 탓에 초반 1.5km 정도는 인도와 나란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길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전거를 멈춰 세우게 된다. 물 위에 세워진 투명한 다리가 눈에 띄기 때문. 하늘을 걷는 것 같은 이색 체험, 소양강의 명물 스카이워크다.
스카이워크 옆에는 소양강처녀동상이 서 있다. 국민 애창곡 ‘소양강 처녀(작사 반야월)’와 소양강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5년 춘천시가 세웠다. 해 저문 소양강에서 그리워 애만 태우는 처녀치곤 어쩐지 강인해 보이는 모습이 인상 깊다. 치마폭을 휘어잡고 바람에 맞서는 다부진 모습에 힘을 얻어 그대로 소양2교를 한달음에 건넌다.
소양2교 근처에는 식당과 편의점 등이 밀집돼 있어 배를 채우거나 음료를 보충하기 적당하다. 그냥 지나치더라도 곳곳에 매점이 있으니 걱정 말자. 자전거족을 위해 특화된 춘천하이킹휴게소나 북한강휴게소, 의암쉼터 등 먹거나 마실 곳도 부족하지 않다.
의암호자전거길은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춘천인형극장과 춘천문학공원, 애니메이션박물관, KT&G 상상마당 등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관광지가 심심할 틈 없이 등장한다. 특히 춘천문학공원은 자전거길이 지나는 길목으로, 박종화·김소월·윤선도 등 친숙한 시인들의 시비를 맛날 수 있는 곳이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잠시 세워두고 휴식을 취하기 좋다.
춘천문학공원을 지나 5분 정도 달리면 애니메이션박물관이 나타난다. 이 곳은 애니메이션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박물관이다. 어른들에게 친숙한 홍길동, 둘리부터 아이들이 열광하는 토이로봇까지 폭 넓게 전시하고 있어 남녀노소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의암호 호숫가를 바라보고 있어 풍광도 좋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더없이 즐거운 나들이가 될 것이다.
의암호를 반 바퀴쯤 돌았을 때쯤 점점 강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호수 한가운데 평지로 보일 만큼 넓은 섬이 보이는데, 바로 중도유원지와 붕어섬이다. 강물과 섬,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광활한 풍경 속으로 달려들어가보자. 어느새 강과 길과 나, 셋밖에 없는 듯 길에 몰입된다.
강 위에 띄운 나무 난간길은 하늘자전거길의 백미다. 나무를 이어 붙인 길이 강물 위에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포장도로와는 다른 청량감이 느껴진다. 시원하게 뻗은 길을 자전거 한 대에 의지한 채 힘차게 달려나가면, 길과 한 몸이 된 듯한 일치감마저 느낄 수 있다.
풍경에 흠뻑 취해 자전거길을 한달음에 달리고 나면, 신연교가 눈에 띈다. 다시 춘천역으로 핸들을 돌려야 할 시간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잠시 굴곡진 도로변을 달리게 되는데, 차가 쌩쌩 달리니 주의하자. 도로가 끝나면 어느새 다시 호젓한 자전거길이다.
호수 곳곳에는 낚시터나 카누체험장, 오리배선착장 등 해상 레저시설이 종종 눈에 띈다. 민물낚시나 카누,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춘천의 명물 닭갈비 음식점거리가 길가에 하나 둘 등장하는 것을 보니 다시 춘천 시내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가로수가 얌전히 놓인 자전거길을 그대로 쭉 따라가면 춘천역 뒤편을 만나게 된다. 춘천역 앞 광장으로 나서면 하늘자전거길의 여정은 마무리다. 한번 시작하면 에누리 없이 28 km를 달려야 하는 순환길이지만, 다채로운 볼거리와 쉴 곳 덕분에 숨찰 틈이 없다. 춘천 구간 자전거길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