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자전거길
곡성은 어쩐지 신비한 느낌을 준다. 영화 「곡성(2016)」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기도 하고, 골짜기를 가리키는 ‘곡(谷)’자가 주는 비밀스런 느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이미지에 취해 곡성을 찾는다면 구비구비 섬진강의 푸근한 첫인상에 깜짝 놀랄 지 모른다. 곡성은 섬진강을 오른편에 두른 온화한 시골 마을이다. 두 발로, 혹은 두 바퀴로 곡성의 정취를 느껴보자.
<1> 섬진강자전거길
섬진강자전거길은 전북 임실에서 전남 광양까지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진 174km의 자전거길이다. 이중 곡성 구간은 남원과의 경계인 약 64km 지점, 횡탄정인증센터부터 압록강역에 해당한다.
이 곳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섬진강 상류에서 하류로 향하는 정방향 자전거길이다. 임실에서 광양까지 전체 구간을 달리고자 한다면 본래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곡성 구간만의 정취를 더 깊게 느끼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추천한다. 곡성청소년야영장 인근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상류를 향해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다. 이 코스를 이용하면 섬진강자전거길과 순환자전거길을 따라 한 바퀴 일주가 가능하다.
곡성군청소년야영장에서 출발해 자전거길에 오르면 가장 먼저 가정역과 이어지는 섬진강출렁다리가 여행자를 반긴다. 옛 주민들이 강을 건너던 뱃길 위에 세워진 다리라는데, 날렵한 모양이 인상 깊다. 다리를 왼편으로 스쳐 보내고 본격적으로 자전거길을 달려보자. 구불구불 완만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야 가득 펼쳐진다. 저절로 페달에 힘이 실린다.
길 곳곳에서 쉼터와 자전거 거치대, 공중화장실 등이 띄엄띄엄 눈에 띈다. 섬진강도깨비마을 등 관광지나 펜션도 서너 개 있어 잠시 머물다 가기 적당하다. 다만 편의시설은 찾기 어려우므로 물이나 간식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길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마른 목을 축이고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어느 순간 푸근한 엄마 품 같던 섬진강의 풍경이 바뀐다. 강이 깊어지며 억새와 키 큰 풀들이 강을 수놓고 있다. 숲을 옮겨놓은 듯한, 그야말로 ‘울창한’ 강이다. 푸릇푸릇한 강의 한복판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워놓고 경치를 즐겨본다. 강가에는 한껏 피어난 붉은 갓, 쑥 이파리들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섬진강의 강인한 생명력이 오롯이 느껴지는 듯 하다.
길은 대부분 자전거가 달리기 좋은 포장도로다. 평지가 절반이지만 지루할 때쯤 오르막과 내리막이 사이 좋게 나타나기도 한다. 중간중간 자동차, 행인과 함께 나눠 쓰는 겸용 도로가 나타나기에 늘 주의를 기울이는 건 기본.
자전거길을 따라 12km를 달리면 횡탄정인증센터가 나타난다. 횡탄정은 옛사람들이 모여 시를 읊거나 술잔을 기울였던 팔작지붕 정자다. 소박하고 단출하지만 힘 있는 기둥이 섬진강과 썩 잘 어울린다. 횡탄정인증센터에서 자전거길 인증 도장을 찍으면 섬진강자전거길 곡성 구간의 여정은 끝난다. 휴식시간을 포함해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코스지만, 섬진강의 매력을 느끼기엔 모자람이 없다.
난이도
경사가 거의 없어 초보자에게도 무난.
찾아가는 길
1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전라선을 타고 곡성역 하차, 혹은 곡성버스터미널 하차.
2 가정역 방면 농어촌버스를 이용하거나 섬진강기차마을에서 증기기관차 탑승(편도 4,500원).
2-1 횡탄정 방면은 대사·고달리 농어촌버스가 있으나 동선이 길어 택시 이용 추천. 10분 소요.
3 가정역에서 섬진강출렁다리를 건너 곡성군청소년야영장으로 도보 이동
돌아오는 길
1 횡탄정 종료 시, 횡탄정인증센터에서 곡성역까지 콜택시 이용.
2 가정역 종료 시, 가정역에서 섬진강기차마을로 돌아가는 증기기관차 이용
볼거리
1 곡성섬진강천문대 :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1234
2 섬진강출렁다리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3 섬진강도깨비마을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호곡도깨비길 119-99
먹거리
1 coffee7788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가정마을길 51
잠자리
1 두가헌한옥펜션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계길 35
2 섬진강기차마을레일펜션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52-16
편의시설
1 천문대매점 :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1236
<2> 섬진강순환자전거길
섬진강순환자전거길은 섬진강의 왼쪽 강변을 따라 상하로 뻗어 있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섬진강자전거길과 순환자전거길이 마주보고 있는 셈이다. 강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 풍경은 사뭇 색다르다. 왼편에는 강이, 오른편에는 농가와 평야가 너르게 펼쳐져 있다.
길은 전북 남원과 곡성의 경계에 있는 금곡교에서 시작한다. 곡성야구장, 혹은 섬진강자연생태공원을 기점으로 삼으면 편하다. 섬진강자전거길과 견줘 안내물이 적기 때문에 잘못하면 딴 길로 빠지기 쉽다. 초반에는 주변을 잘 살피도록 하자.
그러나 한번 길에 들어서고 나면 소박한 자전거길의 매력에 순식간에 매료된다. 가느다란 자전거길 옆으로 가을 추수를 갓 마치고 민머리를 드러낸 논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따금씩 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근처에 우사가 있는 모양이다. 한적한 농가의 목가적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
목재 데크로 만든 자전거길이 간간이 나타나 다채로움을 더한다.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를 휘휘 둘러감은 길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섬진강순환자전거길에서 화장실이나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식당도 흔치 않은데다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곳이 많아 현금을 준비하거나 아예 도시락을 싸 가는 게 좋다. 대신 정자 형태의 아담한 쉼터가 곳곳에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잠시 쉬어가거나 준비한 도시락을 먹기엔 안성맞춤이다.
14km를 달리면 옛 기차가 다니던 가정역 인근에 도착한다. 이 곳은 침곡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가정역 앞 두가세월교를 통해 섬진강을 건너면 섬진강순환자전거길의 종착지인 곡성군청소년야영장이 보인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 자전거 순례가 끝나는 순간이다.
섬진강 따라 양 옆으로 아름다운 풍경과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곡성 자전거길. 섬진강자전거길과 순환자전거길을 별개로 즐겨도 좋겠지만 여유가 된다면 두 곳을 연이어 달리는 한 바퀴 일주코스를 권한다. 푸르고 너른 섬진강의 환상적인 풍광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을 수 있기 때문. 어느 계절이든 섬진강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라이딩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난이도
거리는 길지만 완만하고 한적한 초급자 코스.
찾아가는 길
1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전라선을 타고 곡성역 하차, 혹은 곡성버스터미널 하차.
2 곡성선관위 정류장에서 농어촌버스를 이용, 신기1구 정류장
돌아오는 길
1 곡성군청소년야영장에서 섬진강출렁다리를 건너 가정역으로 도보 이동
2 가정역에서 섬진강기차마을로 돌아가는 증기기관차 이용
볼거리
1 곡성섬진강천문대 :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1234
2 섬진강출렁다리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먹거리
1 미실란 밥카페 반하다 :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섬진강로 2584
2 순천식당 :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장선2길 19-4
잠자리
1 섬진강기차마을레일펜션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52-16
2 섬진강기차마을펜션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로 1455
편의시설
1 천문대매점 :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