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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연둣빛 바람 부는
들길 위에서

시흥 그린웨이 자전거길

by 오로지오롯이


차가운 눈이 녹고 경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맘 때는 늘 그렇듯 서울엔 청명한 날은 손에 꼽고 대부분 탁한 먼지가 자욱하다. 더 이상 수도권에서 청정 자연을 기대하긴 어려운 걸까? 하지만 주변을 조금만 자세히 둘러보면 숨통을 터 주는 한 줄기 바람 같은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곧 꽃피는 계절. 미리 알아보고 도심 속 친환경 녹색길 ‘시흥 그린웨이 자전거길’에 가보면 어떨까. 드넓은 저수지와 연못, 갯벌을 잇는 너른 들길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자.


코스별 설명

① 물왕저수지 ~ 월미교 (저수지 곁 도심길, 난이도 하)

② 월미교 ~ 연꽃테마파크 (보통천 제방 따라 달리는 코스, 난이도 하)

③ 연꽃테마파크 ~ 갯골생태공원 (연꽃 핀 연못부터 갯벌까지, 난이도 하)



그린웨이(green-way)는 단절된 녹지를 잇는 친환경 녹색길이다. 산과 공원, 바다와 하천을 이어 회색 도시에 숨결을 불어넣는 게 목표다. 시흥시는 지난 2005년 갯벌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근사한 자전거길을 만들었다. 물왕저수지에서 연꽃테마파크와 관곡지를 지나 갯골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시흥 그린웨이 자전거길이다. 경기도 유일의 내만갯골을 따라 펼쳐지는 이 길을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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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물왕저수지에서 시작한다. 물왕저수지는 58만㎡에 이르는 분위기 좋은 호수다.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의 전용 낚시터이기도 했다. 저수지 주변엔 시흥만의 특화된 연 음식점이 즐비한데, 인근 연꽃테마파크의 영향이다. 시원한 연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하지만 여정의 마지막으로 미뤄두기로 한다.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저수지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자전거길에 든다.


물왕교차로를 건너 월미교에 닿으면 본격적으로 그린웨이가 시작된다. 저수지 근처만 해도 크고작은 식당과 카페가 드문드문 보였는데 페달을 밟을수록 점점 도시가 아득히 멀어진다. 자전거길은 낮은 제방을 따라 자전거 여행자를 전원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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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웨이는 농로이긴 하나 매끈하게 정비된 길이다. 차도와 자전거 길이 구분돼 안심하고 달릴 수 있다. 여러 무리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줄지어 가고 가끔 농기계나 도보 여행객도 만나니 늘 주변을 살피는 건 필수.


길에 이웃한 하천은 보통천이다. 자전거길은 보통천 제방 농로를 기반으로 조성돼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기 좋다. 지금은 모내기가 한창인데,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논을 눈에 담을 수 있겠다. 중간중간 운치 있는 쉼터가 조성돼 쉬어갈 구석도 넉넉하다. 키 큰 나무그늘 아래서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자전거길에 든다. 길은 보통천을 따라 들판 속으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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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 지 20여 분, 4.3km 지점에 연꽃테마파크가 보인다. 이 주변은 그린웨이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 왼쪽에는 화사한 연꽃테마파크가 시선을 붙들고 오른쪽은 드넓은 호조벌이 펼쳐진다. 보통천 너머 호조벌은 곡창지대인데, 이 곳에서 나는 햇토미는 밥맛 좋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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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테마파크는 국내 최초로 연꽃이 피어난 곳이다. 조선 세조 때 학자 강희맹(1424~1483)이 중국에서 연 씨를 가져와 심었다고 전한다. 지금은 3만㎡ 대지에 연 20종과 수련 80종, 수생식물 25종이 자란다. 세조 때 조성된 연못 관곡지와 어깨를 맞대고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진하다. 입장료가 없고 연근 캐기 행사와 식당, 화장실, 주위 상권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오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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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갯골생태공원 풍경도 일품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올라서면 구불구불한 갯고랑의 자태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염전과 소금창고, 호조벌 등 동서남북 갯골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공원’이란 이름으로 개발되긴 했지만 이 곳엔 특별한 시설이 없다. 개발을 최소화하고 원래 모습을 많이 남겨뒀다. 바람개비를 이용한 조각, 자연스러운 나무데크 탐방로, 포장하지 않은 산책길, 소박한 아름다움이 공원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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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생태공원까지 다다르면 시흥 그린웨이 자전거길은 마무리된다. 현재 자전거길은 갯골생태공원까지 조성됐지만 앞으로는 월곶포구와 오이도까지 확장될 계획이라 한다. 산중호수를 갯벌과 잇는 들길, 그린웨이에는 초여름의 생명력이 가득하다. 서울 지척에 이렇게 근사한 길이 있다는 것은 축복 아닐까. 잠시 도시를 떠나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시흥으로 떠나자. 신록의 바람이 가슴 속까지 연둣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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