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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국토 정중앙을 향해 남한강 따라 굴리는 페달

충주 탄금호자전거길

by 오로지오롯이 Mar 07. 2025


 충주(忠州). ‘나라 중심에 있는 벌판’이란 의미다. 삼국시대의 지리적 요충지로 세 나라가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삼국의 기세 덕분인지 남한강의 물줄기는 여전히 힘차게 흐른다. 시원한 강바람을 가로지르며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사람에겐 최적의 라이딩 코스. 자전거도로 상태도 좋아 남한강의 출렁이는 물살처럼 가뿐히 나아간다. 천혜의 자연과 다양한 문화유산은 덤. 국토 정중앙에 위치해 어디서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충주로 떠나보자.


코스별 설명

① 충주세계무술공원 ~ 중앙탑공원 (낮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시원한 라이딩, 난이도 하) 

② 중앙탑공원 ~ 충주고구려비전시관 (시원하게 뻗은 자전거 길, 난이도 하)

③ 충주고구려비전시관 ~ 조정지댐 (오르락내리락 완만한 경사로, 난이도 중)

④ 조정지댐 ~ 충주댐 (산 언덕 오르막에 힘겹지만 그것도 잠시뿐, 난이도 중)

⑤ 충주댐 ~ 충주세계무술공원 (시원한 강바람 타며 느긋한 경치 구경, 난이도 하)



 탄금호자전거길은 조정지댐과 충주댐 사이에 위치한 탄금호 일대를 순환하는 자전거 코스다. 구간 거리는 약 43km로 여유 있게 달려도 3시간 이내로 주행이 가능하다. ‘탄금호’는 가야국 악사인 우륵이 울창한 소나무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경치에 반해 가야금을 타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남한강은 지금도 가야금 가락처럼 은은하게 흐른다. 탄금호는 사계절 내내 경관이 뛰어나 둘러보며 달리기 좋고, 꽃피는 계절엔 충주댐 주변으로 흐드러진 벚꽃 구경도 가능하다.


충주세계무술공원은 라이딩 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충주세계무술공원은 라이딩 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탄금호자전거길의 출발지는 충주세계무술공원이다. 탄금대공원과 붙어 있으며 충주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정비를 한 뒤 슬슬 출발해보자. 탄금호자전거길은 남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잘 닦여 있어 깔끔한 라이딩이 가능하고, 경사로가 거의 없어 초급자들도 부담스럽지 않다. 자전거길 중반에는 눈길을 끄는 관광명소가 풍부해 휴식 겸 관광을 즐길 수 있다.


탄금호자전거길은 강과 산의 경치가 조화롭게 이뤄졌다.탄금호자전거길은 강과 산의 경치가 조화롭게 이뤄졌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라이딩을 하니 몸이 가볍다. 자전거 페달이 시원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속도를 줄이고 만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라는 듯, 곳곳의 오래된 풍경들이 발목을 잡는다. 수묵화에 들어온 듯 마음이 잠잠해지고, 이름 모를 풀들의 그윽한 향기에 취한다. 허나 코스 완주의 목표가 있는 만큼 있는 힘껏 다시 페달을 밟아 본다.


탑평리칠층석탑이 보인다면 우리나라 정중앙에 서 있는 것과 같다.탑평리칠층석탑이 보인다면 우리나라 정중앙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자전거길 중반에는 다양한 관광명소가 있다. 그 중 중앙탑사적공원에 있는 탑평리칠층석탑이 유명하다. 이곳엔 충주가 국토 정중앙이 된 이유가 숨겨져 있다. 신라시대 때 나라 지리의 중심이 어딘지 알고 싶었던 왕은 보폭이 같은 남자를 북과 남 끝에서 동시에 출발해 만나도록 했다. 이 실험을 여러 번 진행한 결과 항상 같은 장소였는데, 그곳이 중앙탑사적공원의 자리였다. 이를 기념해 제작한 탑평리칠층석탑은 통일신라 석탑 중 가장 큰 규모다. 놀라운 것은 현재도 충주는 우리나라 지리상으로 정중앙에 가깝다.


탄금호는 대표적인 철새도래지. 전망대가 더러 조성돼 있다.탄금호는 대표적인 철새도래지. 전망대가 더러 조성돼 있다.


 탄금호는 습지가 많아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철새조망대에 올라 먼 길 찾아온 새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해보자. 충주로 라이딩 여행을 떠난 자신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변에 있는 조정경기장에서 조정 체험도 가능하다. 미리 신청하고 방문하면 실제 남한강 위에서 노를 저어볼 수 있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키는 150cm를 넘어야 하니 미리 알아두면 좋다.


강을 가로지르며 힘차게 페달을 밟는 것도 좋지만, 쌩쌩 지나가는 차들을 조심할 것강을 가로지르며 힘차게 페달을 밟는 것도 좋지만, 쌩쌩 지나가는 차들을 조심할 것


 탄금호 자전거길은 순환코스이기 때문에 남한강을 두 번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며 수변 풍경을 감상해보자. 쾌청한 하늘과 맑은 물이 조화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경치다. 일렁이는 물결은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거리며 내게 말을 거는 듯하다. 다리 중반을 지날 때면 마치 물 위를 둥둥 떠가는 느낌에 페달 밟는 힘겨움도 잊는다. 


자전거종주 인증센터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놓칠 수 없는 곳자전거종주 인증센터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놓칠 수 없는 곳


 충주댐 인근에 있는 자전거종주 인증센터다. 이렇듯 남한강 곳곳엔 인증센터가 설치돼 있다. 자전거종주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면 한번 들러보자. 먼 훗날 이곳에서 자전거 탄 기억을 잊는다 해도 종주인증 기록은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조금 더 들어가 충주댐의 웅장한 자태를 구경한 뒤 배가 출출해지면 주변에 있는 민물고기 식당을 찾으면 된다. 메기 매운탕이 특히 유명하다.   


갈대군락지에 멈춰 서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일행이 많다.갈대군락지에 멈춰 서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일행이 많다.


 충주댐에서 충주세계무술공원으로 돌아오는 길. 갈대군락지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주변 쉼터에 잠시 앉아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보자. 자연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익숙한 오랜 친구 같아서 사람들은 자연에게 함부로 할 때가 많지만, 자연은 오랜 친구답게 으레 이해하고 받아준다. 때때로 그런 자연에게 안기고 싶을 때가 있다. 다시 자전거에 오르며 날 감싸 안은 남한강변을 진득하게 한번 둘러본다.


충주세계무술공원에 다다르는 길은 곳곳이 포토존이다.충주세계무술공원에 다다르는 길은 곳곳이 포토존이다.


 탄금호 자전거길 순환 코스의 마무리, 충주세계무술공원에 도착한다. 지나온 탄금호의 풍경이 잔상처럼 그려진다. 일상으로 돌아가도 꿈처럼 나타날 장면 장면들. 언젠가 또 찾아가고 싶은 곳, 언제든 친근하게 받아줄 자전거길이다. 강변의 부드러운 굴곡 따라 소풍처럼 여유로이 즐긴 라이딩. 자전거를 열심히 탔지만 오히려 넉넉한 휴식을 얻은 듯하다. 뜻밖의 활력을 얻은 기쁨으로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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