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물억새 사이로 춤추는 철새 보며 가을 정취에 흠뻑
해마다 찬바람이 불면 주남저수지는 철새의 낙원이 된다. 가창오리, 기러기, 흰죽지 등의 철새들이 매일 평균 1~2만 마리쯤 관찰된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고니(백조),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도 이곳에선 쉽게 눈에 띈다. 특히 우아한 자태가 인상적인 고니가 많이 날아드는 무렵엔 이곳 전체가 동화 같은 백조의 호수로 변신한다.
자전거 라이딩은 주남저수지를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주남저수지 주변엔 총 길이 17km의 순환형 자전거 탐방로가 개설돼 있는데 기존의 제방과 과수원길, 찻길을 두루 활용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했다. 또 경사 구간과 난코스가 별로 없어 느긋하게 달려도 2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물결치는 황금빛 장관과 철새의 날갯짓에 넋을 잃다
주남저수지는 1980년대에 가창오리 약 10만 마리가 찾아드는 것이 알려지면서 철새 서식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후 창원시의 노력으로 시민들의 쉼터이자 자연학습장으로 발돋움했다. 주남저수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계절은 늦가을이다. 이맘때면 물억새가 만들어낸 황금빛 물결과 철새들의 고고한 자태를 구경하러 온 탐방객들로 가득 찬다.
주남저수지 탐방의 중심은 람사르문화관부터 철새관측소까지 이어진 제방길이다. 곳곳에 설치된 망원경을 이용하면 먹이를 하염없이 노리는 철새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살짝 스치는 바람 외에 어떤 움직임도 없는 적막한 풍경 사이로 재두루미가 자맥질을 시작한다. 계절 감성 짙게 묻어난 주남저수지. 어디든 마음 닿는 곳에 쉬어가며 계절의 헛헛함을 달랠 수 있다.
수생식물이 융단처럼 빼곡히 덮인 저수지는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가장자리엔 뒤늦은 연꽃이 피어 있고, 물속에 뿌리를 감춘 버드나무가 제멋대로 군락을 이뤘다. 말 그대로 원시의 늪이라 무엇 하나 정돈되지 않은 풍경이다. 한데 눈에 거슬리기보단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우거진 수풀 아래엔 숨바꼭질하듯 가창오리들이 구구대고, 저수지 위론 노을 빛을 받으며 비행하는 왜가리 떼가 황홀경을 선사한다.
주남저수지와 조화를 이룬, 역사가 있는 그곳에 가다
주남돌다리와 도봉서원은 주남저수지 탐방의 매력을 더한다. 두 곳 모두 주남저수지에서 도보나 자전거로 5분 거리에 있어 찾아가기에 어려움이 없다. 호젓한 시골길을 따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다 보면 두 명소가 탐방객들을 반긴다.
주남돌다리는 물가에 돌을 쌓아 올린 뒤, 평평한 돌을 걸쳐놓은 모습이다. 800여년 전 강 양쪽의 주민들이 길이 4m가 넘는 돌을 옮겨와 다리를 놓았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1969년 대홍수 때 교각이 내려앉은 것을 1996년 창원시가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원했다. 오랜 세월과 숱한 사연을 간직한 구조물. 구조는 엉성해 보이지만 곡선미가 살아 있어 아늑한 맛이 있다.
도봉서원은 조선 선조와 임진왜란의 일등공신인 동산 김명윤의 제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특히 임진왜란 때 선조가 김명윤에게 하사한 장검 두 자루와 철권이 보존돼 매우 귀중한 유물로 다뤄진다. 고고한 건축물 아래서 탐방에 지친 몸을 달랠 수 있고, 무엇보다 주남저수지의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자전거를 타며 가을의 주인공이 된 나와 만나다
주남저수지와 인근 명소를 다같이 둘러보기엔 자전거 만한 것이 없다. 저수지 둘레가 15km가 넘기에 걸어로 이동하기엔 다소 멀고, 자동차는 철새탐조대와 주남돌다리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 창원시는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탐조대에서 1인용과 2인용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황금빛 갈대와 수수한 저수지 풍경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또 할랑할랑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이곳의 숨결과 맞닿는 순간, 비로소 빈 곳에 채워진 넉넉함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삶의 터전을 잠시 벗어나 주남저수지로 떠나보자. 이곳에선 가을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계절을 즐길 수 있다.
주남저수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즐기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내 손안의 주남저수지' 앱을 설치하는 것. 주남저수지 탐방코스와 관람 정보 등 다양한 소식을 손쉽게 만날 수 있으며, 생태해설과 주남저수지에 얽힌 이야기도 곁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