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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Nov 19. 2020

Know me, 나를 알아주세요

가끔씩 얘기한 적이 있지만 한국말보다 영어로 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영어에는 관심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는 내가 그리 느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도 동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홍보”라는 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혼동하여 쓰는 말이 바로 홍보, 광고, 선전이다. 다 비슷비슷한 말 같은데, TV를 볼 때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의 상품에 대한 소개 등을 볼 때 어떤 사람은 광고라고 하기도 하고, 조금 옛날 사람들은 선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신문방송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학도로써 이에 대한 내용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영어로 표현을 하니 의미가 명확히 구별되었던 기억이 있다. 홍보란 곧 “know me= 나를 알아달라”라는 것이고, 광고는 “buy me=나를 사달라”, 선전은 “follow me=나를 따르라”라는 것이었다. 홍보는 알리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광고는 최종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데에 목적이 있으며, 선전은 행동을 같이 하자, 선전선동 등에서 쓰이는 말이라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내가 한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인정을 받거나 칭찬을 듣거나 하는 일 등은 일상생활에서도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스마트폰의 일상화 등으로 인해 SNS를 활용하는 일도 일상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요즈음은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도 많아졌고 손쉬워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으로 홍보를 할 수도 있고, 트위터를 통해 짤막한 글로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한 일을 홍보할 수도 있으며, 카톡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홍보할 수도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SNS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홍보하는 데에 익숙하고 열심인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SNS는 말 그대로 ‘Social Network Service’이니, 다름 사람들과 온라인 상에서 관계를 맺기 위함이 첫 번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본인을 홍보하는 것도 관계를 맺기 위한 목적에 버금갈 만큼 최근에는 SNS의 중요한 목적이자 수단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예전에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중소기업인들에게 표창을 수여하는 업무를 한 적이 있다. 경영성과가 뛰어나고, 사회공헌 활동도 열심히 하여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고 모범이 되는 중소기업인들을 발굴하여 산업훈장, 대통령 표창, 장관 표창 등을 수여하는 일이었다. 우수한 기업들을 찾아 표창을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수한 기업들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생각한 방식과 조금 달라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기업들을 찾아내어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 받을 자격이 있으니 나에게 상을 주시오라고 스스로 신청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주관기관에서 663만개나 되는 중소기업들을 다 분석하여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야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을 신청한다는 게, 그리고 스스로 상을 위해 자신을 홍보한다는 게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정말 훌륭한 중소기업인들이 있을 텐데, 자신의 기업에 대해 홍보를 열심히 하지 못함으로 인해 상을 신청하지 못해 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떠한가. 내가 기업의 사장도 아니고, 세일즈맨도 아니기 때문에 광고를 할 일은 없고, 또한 내가 사상가나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선전을 할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에 대한 홍보는 필요한 경우가 있다. 회사에서 열심히 업무를 하여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일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도 있고, 내가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이러한 업무를 하고 있으니 많은 도움과 의견을 주시라라고 요청과 홍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내가 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별 것 아닌 일 같은데도 열심히 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다니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민망한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자신이 크게 관여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것처럼 열심히 홍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없었으면 이 세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허세와 허풍이 심한 사람 말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 말하고 다니기에 ‘하지 않았음에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했어도 안 했다고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얘기하곤 한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언젠가는 인정받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동안 살아왔던 것 같다. 나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럴 만큼 뻔뻔하지도 않고, 그런 노력을 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을 홍보하는 데 열심인 사람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나는, 내 생각은 그렇다는 것뿐이다. 자신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이 없어 내가 하는 일을 홍보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각 잡고 자세히 물어본다면 상세히 알려줄 용의도 있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친절히 설명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나 스스로 나서서 ‘저는 이런 일을 했고,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소리칠 용의만 없을 뿐이다.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고, 내가 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자기만족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리라.


어느덧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고, 그간 써 온 글들도 꽤 쌓여왔다. 49번째 글을 마무리하고, 50번째 글을 기념비적인 글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슬럼프 아닌 슬럼프도 조금 온 것 같다.(‘나에게 슬럼프는 없어, 슬럼프는 잘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지, 나는 그냥 무능력한 사람이야’라는 자조 섞인 짤이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감히 ‘슬럼프’라는 단어를 써본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표현해보고, 이를 통해 내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 글을 써 왔지만, 내가 쓴 글을 홍보하는 일도, 나 자신을 홍보하는 일도 열심이지 않았고 잘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브런치라는 공개석상에 글을 게재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는 아직 초반이니 내가 열심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의욕이 불탔으나, 이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의기소침하기도 한다. 물론 재미도 없고 별 볼 일 없는 글을 늘 읽어주고 호감도 표시해주는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한 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더불어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과 더불어 홍보에 대한 열정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면 알아주는 사람도 많이 없고, 좋은 것의 가치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말이다. (나의 글이 좋은 글이라고 스스로 자화자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다라는 것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준비와 많은 고민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더더욱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일이 바로 글을 쓰는 일, 그리고 나 자신을 홍보하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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