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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Mar 19. 2024

질긴 하루

목숨은 상상보다 질기며

사람들은 기대보다 헐렁하다

실수는 어떻게든 용납되며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지는 게 하루다


강남역 1번 출구,

카페의 넓은 홀은 테이블과 사람들로 가득하고 바깥은 병원 간판들 천지

매장을 빽빽이 채운 이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고

준비된 음료를 가져가라 외치는 직원의 목소리 또한 끊임이 없다 


A-09, 대기 16번째

 한 잔은 5분 만에 내 온기가 되었다

혼자인 이들은 휴대폰을 보거나 뭔가를 끄적이고

 맞댄 머리 아래로는 어김없이 웃음이 흐른다

헤드폰은 정적만으로 내 귀를 살포시 누르고 있다


생존 이외의 것들을 누리는 만족

전제는 다양성

불안은 동반자

관계는 환상

유약하고 유동적인 조각들이여

격동의 때마다 나는 점점 자유로워졌다 


거울 속 여인은 전보다 활짝이고 부풀어있다

그 미소는 더 이상 남의 늘씬한 팔다리가 부럽지 않으며

걸어온 제 길이 꽤나 용맹스럽다

자, 이제 무얼 더 해볼까


달콤 씁쓸 그 이중성에 취하므로 

이제 그만 카페를 나선다 

덥혀진 체온에 겨울 바람은 그저 시원할 뿐

마침 버스가 내 앞에 섰다

운수 한 번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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