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은 상상보다 질기며
사람들은 기대보다 헐렁하다
실수는 어떻게든 용납되며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지는 게
하루다
강남역 1번 출구
카페의 넓은 홀은 테이블과 사람들로 가득하고
바깥은 병원 간판들 천지
매장을 빽빽이 채운 이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고
직원마저 준비된 음료를 가져가라 외친다
A-09, 대기 16번째
차 한 잔은 5분 만에 내 온기가 되었다
혼자인 이들은 휴대폰을 보거나 뭔가를 끄적이고
둘이 맞댄 머리 아래로는 어김없이 웃음이 흐른다
헤드폰은 정적만으로 내 귀를 살포시 누르고 있다
생존 이외의 것들
그를 누리는 만족
다양성은 전제
불안은 동반자
관계는 환상
유약하고 유동적인 조각들이여
격동의 때마다 나는 점점 자유로워졌다
거울 속 여인은 전보다 활짝이고 부풀어있다
그 미소는 더 이상 남의 늘씬한 팔다리가 부럽지 않으며
걸어온 제 길이 꽤나 용맹스럽다
자, 이제 무얼 더 해볼까
차가운 바람이 왠지 시원하다
덥혀진 체온에 한결 포근하다
달콤 씁쓸함, 그 이중성에 취하므로
이제 그만 카페를 나선다
마침 버스가 내 앞에 섰다
운수 한 번 제법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