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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19. 2023

이 새벽에 달려온 저 사람은?

혼자 떠난 여행 중

낯선 여수 모텔방에서 새벽을 연다. 어김없이 일찍 눈을 떠서 휴대전화와 책을 펴고 좋은 글귀를

노트에 적고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면서 비겁한 놈을 죽이는 글을 한 편 써내려가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이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은 내가 기다리는 비겁한 놈의 목소리는 아니고 어제 여행오기 전에 같이 점심을 먹던 형님의 목소리다. 여행오기 전에 나의 모습이 왠지 걱정이 되어 보였는지 계속 전화에 카톡에 귀찮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분은 걱정이 되어서 진심이었지만, 난 만사가 다 귀찮은 상태라서 귀찮다는 건방진 표현을

썼다. 늘 밝아 보였던 사람이 요즘 밥술 뜨는 모습과 삐쩍 곯아 가는 모습에 심각함을 느꼈는지 계속 연락이다.


"왜 자꾸 나한테 신경 쓰는 건데~왜 자꾸 나 잘해 주는 건데, 나 좋아하는것여? 좋아하지 마셔, 다쳐~"

"그니까 신경 안 쓰게 다 털고 씩씩한  모습만 보이라고 신경 안 쓰게 다치고 싶지 않으니까."

"나 씩씩해"

그러더니 밤새 들척거리다 이 새벽에 여수까지 잠 안 자고 차 몰고 달려 왔다. 걱정도 팔자다. 애가 셋인데, 내가  사고를 친다고 걱정이냐고 말은 했지만, 고마운 마음은 훅 들어왔지만, 부담스러움도 함께 들어왔다.


미안해요. 남자들은 처음에는 다 잘해줘요. 그 유효기간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그것이 문제이지만, 그 새벽에 잠 안 자고 달려왔지만, 난 아직 누군가를 따뜻하게 받아주고 문을 열어줄 열쇠가 없어요. 아직 마음에 문이 굳게 닫혀있어요. 어서 따뜻한 밥이나 드시고, 군산으로 올라가셔요. 저의 힐링하는 시간을 방해하지 마세요.


서운했을 것이다. 3시간을 달려왔지만, 돌아가라는 차가운 말~가면서 계속 전화를 해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방해받기 싫은 난 전화까지 받지 않았다. 노크 없이 훅 들어오는 것은 실례입니다.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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