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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Lee Apr 19. 2020

Sample is the best?

샘플 번역은 나의 pace maker

재작년 말 (오래도록 꿈꿔온) 출판 번역가가 되고 싶어서 처음으로 에이전시에 이력서 넣고, 외서  몇 번 하고, 역자 선정 샘플 기회 기다리고, 샘플 보내고, 떨어지고, 또 기다리고, 또 보내고,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기다림에 익숙해질 무렵.. '아, 이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번역가가 되는 사람들은 따로 있구나.. 나는 샘플 경쟁을 위한 들러리 정도구나'라고 결론 내리기에 이른 시점이 있었다.

사실 당시에 번역 샘플이 떨어지면, 나 말고 붙은 번역가의 샘플을 메일로 보내주기 때문에 그걸 보면서 내 샘플이 탈락한 이유를 이해하기도, 혹은 억울해하기도(?) 했다. 때로는 두세 명의 샘플이 모두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유인즉슨 '참여자 샘플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서 소설 경험이 좀 더 풍부한 역자에게 맡기기로 결정..' 구구절절 친절한 설명이었다. '나쁘지 않다면서 왜 경험 많은 사람만 찾을까?'라는 생각에 좀 속상했지만, '손이 많이 갈 것 같'다는 말은 결국 나쁘다는 말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챈다.

내 샘플이 떨어지고 다른 번역가의 손을 거쳐 출간된 역서들이 요즘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미리보기 기능을 통해서라도 한번 읽어본다. 그리고 역자 선정 당시 내가 제출했던 샘플 번역도 다시 찾아본다. 웬일인지 이제 억울한 마음 따윈 들지 않는다. 다만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부끄럽다. 그리고 지금 하는 거, 다시 살피고,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는다.

샘플을 보내고 나서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기대 반 초조 반이다. 책 내용이 좋든 싫든 영혼까지 끌어모아 공들여 번역한 것을 제출하기 때문에 떨어졌단 메일을 받으면 기운이 쫙 빠진다.

자격미달인가 하는 생각이 또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역자로 선정되는 경우엔 전화를 주신다. 일단 메일이 아닌 전화가 오면 굿뉴스다. 그리고 무슨 대단한 번역상 수상자로 선정된냥 축하도 받고 기분도 좋다.
그래, 이것은 나의 길이 분명해, 이러면서.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름 이 과정을 즐기고 있긴 하다. 쨋든.. 엊그제 샘플을 보내서 그런지 온통 샘플 생각뿐이고, 실수한 것만 떠오른다.
그리고 하나 더. 샘플이 실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붙거나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기 때문에.. 자존심도 조금 걸려 있어서 그런지 번역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달라지는 듯.

그래서 믿어본다. '샘플 이즈 더 베스트'라고.


언젠가는 샘플 없이도 출판사에서 믿고 맡겨주는 경지(?)에 이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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