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트가 없는 게 메리트
나무늘보는 흔히 생각하는 게으름의 대표적인 동물이다. 오죽하면 이름에 ‘늘보’라는 단어가 들어갔겠는가?
너무 움직이지 않는 탓인지 이 녀석의 거친 갈색 털은 녹색 이끼가 자라서 마치 초록색 털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끼가 자란 털은 미생물과 곤충들의 매우 좋은 서식지가 된다. 마치 살아있는 테라리움과 같다. 심지어 겉으로 보이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도 매우 느려 50일 동안 소화를 시키기 때문에 적은 양의 먹이로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게으른 나무늘보가 4천만 년 동안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만히 있어서 사냥이 어렵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털은 이끼가 껴서 더럽고 고기조차 맛이 없어 먹어봤자 인간을 비롯한 포식자들에게 아무런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무늘보의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 이런 무해한 부류의 사람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1. 무던한 성격 탓에 먼저 공격을 하지도, 공격을 받아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2. 성공에 대한 큰 욕심이 없어 다른 사람의 성공에 위험 요소가 되지 않는다.
3. 대부분의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다.
위의 특징만 보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에 취약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영리한 방식일 수 있다. 회사에서 성공 욕구가 큰 사람들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자신의 성공을 향한 길에 방해물이 될만한 인물들을 찾는 것에 24시간 센서를 가동한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무해한 부류도 빠르게 파악해 낸다. 쓸데없는 에너지의 낭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무늘보와 같은 동료는 에너지를 쏟기에 아무런 메리트가 없기에 경계심을 풀고 오히려 친절하게 대해주거나 관심을 아예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기 대해주는 나무늘보형 인간들은 큰 스트레스 없이 회사생활을 이어나간다. 스스로도 욕심이 없기 때문에 조금 뒤쳐지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등바등 노력하던 주변 사람들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도 자기의 자리에서 최소한의 일만 신경 쓰며 에너지를 비축해 그 누구보다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배우 최강희 씨가 전지적 참견시점에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호랑이 트레이너로 유명한 양치승 관장이 최강희 씨에겐 순한 양처럼 부드럽게 코칭을 해줘서 다른 패널들이 놀라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그녀가 한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배우분들도 코미디언 분들도 센 이미지의 분들이 제게 다 잘해주세요. 무섭다 소문난 분들도 다 잘해주시던데.. 좀 모질라보이나? “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매일 날을 세우고 살아가는 게 버겁다면, 회사에서 대단한 성과를 내고 이름을 날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나무늘보처럼 느긋하게 살아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