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즉위 이후 가장 오래 머물렀다는 경복궁. 그 안에 들어서면 북악산과 인왕산을 뒷배경으로 한 채 연못 위에 우뚝 서 있는 경회루가 있는데 그 자태가 참 소박하고 아름답다.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써 만난다'는 뜻을 품은 이 공간은 세종대왕이 정사로 인해 지치고 힘에 부칠 때마다 거닐었던 곳이기도 하다.
옛날에 문득 '샛노랗다'는 말은 영어로 뭐라 하는지 궁금해져서 영어사전을 찾아본 적이 있다. 그러나 영어사전에서 말하는 샛노란 색은 그냥 노란색이었다. '누렇다', '누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노릇노릇하다' 모두 그 상태와 색이 오묘하게 다른데 이걸 '노란색' 하나로 통일시켜버리다니..!
한글이 사람이었다면 분명 융통성이 넘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디에 갖다 붙여도 잘 어우러지니까. 가지끈 줄여도 말이 통하니까. 또 그냥 보아도 예쁘고 자음과 모음 각각 뜯어보아도 그 자체로 예쁘니까. 글만 봐도 그것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색상인지 머릿속에 단번에 그려지는 게 한글이다. 같은 노란색도 갖가지 다른 표현으로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은 과학이자 예술 그 자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말로써 또 글로써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