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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Dec 24. 2021

아내는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현명한 방법

내일 모레가 크리스마스, 일주일 후면 2021년은 과거가 되고 우리는 새로운 해인 2022년을 살게 된다. 2020년과 2021년은 마치 스케치북 위에 4B 연필로 굵게 긋고 손가락으로 blending 한듯 희미해져 뭐 제대로 한것도 없이 그냥 훌쩍 지나가버린 느낌을 지울수 없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싶고 코비드 때문에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듯 느껴지는것 같다. 캐롤이 들리는걸 보니 크리스마스가 슬슬 다가오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코앞에 와 있다. 난 사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히 준비한게 없다. 그저 한번씩 안부나 묻는게 전부인, 선물을 주고 받을 만큼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친구도 많지 않거니와 회사도 여전히 많은 시간을 재택근무로 운영하고 있어 사무실에 가는 일이 잦지 않아 동료들 볼 일도 많지 않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더더욱 사람들과 접촉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굳이 변명해본다.


하지만 나와 달리 여전히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그 어느 때와 다름없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우편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친구들에게 메시지와 선물을 준비해서 주려는 모양이다. 퇴근길에 미국에도 흔치않은 뚜레주르에 들러 망고케익을 사오라고 하는걸 보니 아마 올해는 누군가에게 케익을 선물하려는 계획인가보다. 다른 베이커리도 많은데 굳이 뚜레주르를 선호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하니 선물받을 사람이 뚜레주르 케익을 즐겨먹는다니 참,, 여기저기 한국 브랜드가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다. 뚜레주르 망고케익은 Ekta에게 줄 예정이란다. 안그래도 집에 넘쳐나는게 머그컵인데 지난주에 쇼핑몰에 들러 머그컵을 두 개 사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그것도 가까운 동료들에게 선물할 아이템이었는지 지금은 곱게 포장지에 싸여 있다. 올해는 찐친 Sarah와 Dimpie에게 머그컵을 선물하려나보다.

출근길에 바리바리 싸들고 간 선물보따리.

길진 않지만 미국에 몇년 살아보니 한국에서 살때보다 조금 크리스마스 기분이 더 나는건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하곤 했지만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분위기는 아닌데 반해 여긴 11월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트리를 지붕에 싣고 가는 차를 거리에서 쉽게 볼수 있고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품 가게가 사람들로 북적이는걸 보면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왔다는걸 느낀다. 그리고 조금 오래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집앞에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한 집들이 많아지는걸 보면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느낀다. X-mas lights와 Inflation decoration으로 외부를 장식하는것부터 내부에 크리스마스 트리에 각종 Ornaments를 걸어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일들을 가족들끼리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를 느껴보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괜찮은, 아니 훌륭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것저거 귀찮아서 몇년 전에 여러번 두고 쓸수 있는 조그만 플라스틱 크리스마스트리와 작은 루돌프 장식품을 구입해서 크리스마스와 아예 담쌓고 살진 않는 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거실을 지키는 루돌프. 근데 불끄고 보면 무서울때가 있다.

지금 뭘 준비하긴 좀 늦었구나 하고 생각해보니 나도 이미 뭔가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한게 있었다. 예쁜 포장지는 없었지만 커피원두를 구입해서 회사 동료들에게 나눠준 일, 나는 한번도 보낸적이 없지만 매년 내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주는 애리조나 사는 오래전 영어선생님, Autumn에게 Metropolitan Postcard를 보내준 일, 한국에 계신 어르신들께 겨울 제철음식인 과메기를 한 상자 보내드린 일 등등 생각해보니 나도 주변 사람들 생각을 제법 하고 있었음에 스스로를 한번 쓰다듬어준다. 그래, 이쯤이면 나쁘지 않은거야.

가격도 비싸지 않고 엽서를 자주 보내는 미국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이 글을 쓰는 도중 방금 퇴근한 아내가 출근할때만큼 묵직한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왔길래 선물을 못준거냐고 물어보니 크리스마스라고 모두들 서로서로 선물을 해서 아내는 와인 두 병과 Bath Salt, 데스크용 텀블러, 그리고 Happy New Year 헤어밴드를 받아왔단다. 한국에 더도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는데 미국에선 더도 덜도 말고 성탄절만 같았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전문가들은 아직 코비드가 끝나려면 갈길이 멀다고 하지만 얼른  끝나서 어디 가고 싶어도 맘대로 다니질 못하는  족쇄가 풀렸으면 한다. Stay healthy and Happy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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