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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Feb 06. 2022

눈이 오면 재택근무

대설주의보엔 집에서 좀 일합시다!

적설량으로는 큰 눈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제법 거센 눈보라까지 몰아치며 지난 주말동안 미국 북동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 다시 문을 연지 얼마 안된 사무실은 닫혔고 모두들 하루동안 재택근무로 돌아갔다. 나 역시 재택근무를 했고 하루지만 아침에 30-40분 더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주말동안 계속 눈이 온다고 하니 얼른 마트에 가서 고기며 채소 등 주말동안 먹을거리와 히터로는 도저히 흉내낼수 없는 훈훈함을 위해 벽난로용 장작도 충분히 사두었다. 그렇게 금, 토, 일을 장작을 떼며 집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음식을 자급자족하며 보냈다. 눈때문에 재택근무한걸 이렇게 표현하긴 그렇지만 한국에서 누려본 적이 없는 호사다. 한국에서도 눈이 온 적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럴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조금 일찍 길을 나서는 방법으로 출근을 했고 종일 내리는 눈을 보면서 퇴근길도 무지 막히겠다며 한숨을 쉬곤 했다. 실제로 눈이 오는 날은 차량 운행을 자제하므로 교통량 자체는 줄지만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는 큰 길이나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미끄러운 눈길로 인해 통근시간은 더 길다. 미국에서도 눈오는게 반갑진 않지만 눈 치우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손사래를 칠 일도 아니다. 매일 같이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하루정도 출퇴근길에 시달리지 않고 집에서 조금 여유롭게 일하는게 얼마나 단비같은 시간인지 알것이다.  


적잖이 쌓여가는 눈을 보면서 눈오는 날 회사에 출근하면 좋은 점이 뭘까 생각해보면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온통 단점들 뿐이고 굳이 장점을 찾으라면 관리차원에서 직원들이 사무실 또는 근무지에 있으니 조직관리가 편하다는 점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눈이 오면 한 템포 늦추는건 어떨까. 지금은 코비드 시국이라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매일 보는 동료들 하루 안보면 어떤가, 굳이 출근을 하면서 겪는 불편함은 또 어떤가. 출근하다가 길이 미끄러워서 낙상할수도 있고 지나가는 마을버스가 밟은 적당히 질펀하고 까무잡잡하게 더러워진 눈이 깨끗이 차려입은 겨울코트에 튈수도 있고 눈때문에 거북이 운행하면서 소비되는 불필요한 연료소모, 그리고 만에 하나 운전하면서 교통사고라도 나면 개인으로도 손해지만 그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인력손실로 인해 결론적으로는 회사도 손해가 아닌가.  


재택근무한다고 해서 노는 것도 아니고 길가다 줍는 5천원짜리 지폐처럼-눈예보가 있어 재택근무를 하면 만원짜리 주웠을때 보다는 기쁘지 않을  같아 오천원  주운 것으로 하자- 어쩌다 얻어걸린 출퇴근을 안해도 되는 여유시간조차 허용치 않으려는게 관리자들의 의도라면 이젠 그러지말자. 출퇴근으로 보낼 시간에 집에서 따뜻한 커피한잔과 샌드위치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하루를 시작하면 얼마나 행복한 아침인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제조업 등의 경우는 반드시 출근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직원들이 일터로 나와서 근무하는 모습을 봐야 마음이 놓이고 효율적인 근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세상을 너무 불신하고 있는건 아닐까 되돌아보자. Deck 쌓여가는 눈을 보면서 쓸데없는 생각 한번 해본다.

그나저나 예전에 입가가 거뭇해지긴 하지만 장작불에 워먹는 고구마가 그렇게 맛있어 이번에 야심차게 추억을 되새겨보니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즐겁게 먹을 수준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 익혀서 태워버린  고구마 굽기 실력을 탓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추억으로 고이 뒀어야  추억을 꾸역꾸역 헤집어버린  몹쓸 그리움을 원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겨울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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