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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미 Nov 19. 2019

'값'을 지불한다고 다 '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어요.



매년 블로그에 글을 적어 놓고도 게시하지 않은 글이 있습니다. 갑질과 관련된 호소 글이지만 게시하지 못하고 '둥글게 살아요' '갑질 손님 퇴장' 안내문을 걸어두었습니다.


제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지만 이 글이 여기저기 퍼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제가 운영하는 매장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1인당 시간 단위 공간 사용료와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를 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시간당 요금은 1시간 1,000원, 음료는 티백 음료 500원부터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무례한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거스름돈 좀 가져다 줄래?" 하면 "거스름돈은 직접 가져가셔야 합니다." 같은 이야기 말이죠.


운영을 하면서 과한 친절보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문장은 생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융통성이 없다 불친절하다고 느끼셨던 분들도 계십니다. 해드릴 수 있는 것, 해드릴 수 없는 것 등을 구분 지어 차후에 지난번에 누구는 해줬는데 이번에도 해달라는 과도한 요청을 방지하기 위해 저 포함 모든 직원들은 내용을 숙지하고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보기 불편한 글을 쓰게 해 주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근 글을 쓰게 해 주신 분은 따뜻한 티백 음료를 달라시며 어떤 음료로 준비해 드리냐는 질문에 "따뜻한 거"라며 짜증을 내시기에 "티백 종류는 녹차, 메밀차, 옥수수차, 캐모마일이 있는데 선택해주셔야 합니다." 하니 가르치지 말라며 늘 가르치는 것에 기분이 나쁘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늘 이렇게 주문했던 분이고 저는 늘 재차 확인하며 알려드리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전에는 퇴장하시며 입장했던 카드를 반납해야 하는데 "줄까? 말까?" 하시며 카드를 줬다 뺐다 하시기에 저도 한마디 할까? 말까? 하다 참았지만 이번에는 참지 않았습니다.


퇴장 후 쫒아 가 "제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골 때린다며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언성을 높아져 경찰을 부르겠다 하니 사람을 친 것도 아닌데 무슨 경찰이냐며 인성이 글렀다 사장이냐 몇 살이냐 싸가지없다 하셨습니다. 제가 다른 건 다 참아도 이 '싸가지 없다'는 말은 참을 수 없어 똑같이 해드렸습니다.


어느 날은 제가 주인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과 친하다며(모르는 분) 무리한 요구를 받은 적도 있었고, 예약한 시간보다 훨씬 일찍 입장해 무료로 시간을 달라고 하시고, 외부음식 반입 금지지만 쓰레기를 다 치워주시면 반입 가능하게 해 드리겠다 했지만 커튼 뒤에 다 몰아 버리고 퇴장하신 분도 있습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고소한 적도 있습니다. 다른 자영업 하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코웃음 나는 정도겠지만 제게는 너무나 큰 문제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댓글 알림이 뜨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이런 새가슴인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기까지도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물론 이용 중 불편하셨던 부분이 있다면 제 책임이 맞습니다. 바로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해결해 드리지 못한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망하는 지름길을 택하는 사장이 아니라면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값을 지불하면 사람을 무시하고 약속을 어겨도 되는 것일까요? 거울이 되어 똑같이 행동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시지요. 저희 직원이 하는 서비스 안내는 저와 같은데 사장 번호가 뭐냐 당장 전화 연결해달라며 직원에게 갑질 하면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성추행, 성희롱하시는 분들은 제가 바로 고소미 고소하게 드실 수 있도록 합니다. 제발 그러지 말아 주세요.




갑질, 소비자의 권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조금만 둥글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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