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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라다이스 Aug 15. 2021

블루덕의 화려한 날개짓 (명작 재탄생 응모작)

안데르센 동화, 미운 아기 오리의 현대판 부활

사람들은 미운 아기 오리를 ‘블루덕’이라 불렀어요. 

노란빛이 감도는 예쁜 오리들과는 달리, 검푸른 빛이 도는 모습에서 어딘지 음산하고 우울한 색과 모양을 지녔다고 말이예요. 

비록 사람들에겐 블루덕으로 놀림감이 되었지만, 불루덕은 자신의 진짜 모습마저 사람들이 말하는 침울한 빛은 아니라고 여겼어요. 

오히려 찬란하게 빛나는 자신만의 자신감을 갖고 있었죠. 

하지만, 절대 내색할 수 없었어요. 왜냐면, 말하면 모두 조롱거리로 삼고 말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블루덕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지켜 나가기로 남몰래 결심합니다. 

그리고 매일 일기를 쓰듯, 자신만의 이야기를 영상에 하나씩 담기 시작했죠. 

이름 하여, ‘블루덕 브이로그’를 연 것입니다.      

‘세상에 틀린 건 없다, 다른 것이 있을 뿐’ 이라며 다르다는 건, 세상 하나 뿐인 고유성을 의미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자신이 속해 있는 울타리에서 모양이나 성격이 달라 외톨이가 된 수 십 명의 블루덕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세상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이 우리의 불루덕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연을 보내오고 

블루덕은 그런 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중요한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이렇게 불루덕은 유튜브 스타가 되고, 유튜브로 번 돈을 다시 세상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을 위한 연대에 환원하며 독보적인 인물이 되어 갔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블루덕은 하늘 높이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서 마음 한켠에 

부러움을 놓지 못했어요.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울까?” 

“나도 저 새들과 함께 날아 보고 싶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말이야.”      

블루덕은 자신은 절대, 저 하얀 깃털을 지닌 새들처럼 우아한 날개짓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자신이 보잘 것 없는 깃털에 볼품없이 마른 목을 지녔다고 여겼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불루덕은 자신이 사는 곳을 보여 주며 전세계 미운 오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지구 반대편에서 불루덕의 영상을 보게 된 어느 독수리. 


‘가만 보자, 근데 저기 어딘지 좀 눈에 익은데?’

‘어, 저기, 내가 알 떨어뜨린 곳 아냐?’

‘그럼, 설마 저 불루덕이 그때 그 알에서 태어난 백조?’     


몇 해 전, 어느 백조의 알을 자신이 물고 가다 고도를 너무 낮게 잡는 바람에 실수로 숲에 떨어뜨리고 만 것이 바로 블루덕이라고 독수리는 확신했어요. 불루덕이 사는 곳에서 알을 떨어뜨린 지점이 아주 가까웠다는 점, 무엇보다 백조알을 훔쳐 올 때 본 백조 새끼들의 모습과 불루덕이 같았기 때문이죠.      

자신이 물고 가다 놓쳐 버린 알이 실은 몇 해 전 어느 백조 가족에게서 훔쳐 달아난 백조라는 확신에 독수리는 며칠 밤을 고민하였습니다.      


결국 독수리는, 블루덕의 유튜브에 공개된 개인 메일로 사연을 보내고, 

그렇게 해서 못생기게만 태어난 줄 알았던 불루덕은 자신에 대한 엄청난 탄생 비화를 듣게 됩니다.      

비로소 자신이 백조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운 오리새끼.

사람들도 미운오리새끼를 더이상 블루덕이라 부르지 않았어요.

백조라 부르기 시작했죠.     


백조는 생각했어요. 


만약 블루덕으로 불릴 때, 그 같은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을 거라고. 

그러자, 그동안 겪었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성인이 된 백조는 화려하고 품위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다시 섰어요. 

백조는 말합니다. 


지금 나에게 닥친 시련이 너무도 클 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나의 모습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질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모습이기에, 그 진가와 가치가 드러나기 위한 시간이 때로는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서로의 진짜 모습이 자연스럽게 빛나길 기다려 주는 그 아름다운 시간이 우리에겐 허락 돼 있음을 잊지 않기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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