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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Apr 14. 2023

프사와 상메

길 위에 서다

 애매한 시간 앞에서 망설이다 집을 나섰다. 기차역으로 향했다. 집에서는 나를 붙잡는 것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하다못해 고양이까지 내 뒤통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니, 눈에서 멀어져야 한다. 동대구역으로 가는 차편을 확인했다. 기차시간표까지 애매하네. 기차역이 옮기기 전에는 부산이나 대구로 가는 기차가 시간마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궁화호가 확 줄여 운행을 하니 가장 빠른 게 오후 1시 반이었다. 오전 9시 반쯤에 있고 그다음이 오후로 넘어가다니. 열차시간에 뭔 짓을 한거야. 어떻게 더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더 불편한 건지. 대구를 갔다 오기에는 빠듯한 시간이긴 한데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에 예매를 했다. 이건 순전히 사월의 바람이 나를 떠미는 중이다.  


목적지는 서문시장. 시장 앞에 내리니 북적북적 사람들이 오간다. 코로나 이전에 다녀가고 몇 년 만에 찾아왔다. 시장의 활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뭔가 사는 맛이 느껴진다. 좁은 통로를 지나가면서 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내 발걸음의 속도도 정해진다. 누구누구는 요양원에 가서 장사를 그만두었다는 상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멈춘다. 상가 안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중인가 보다. 정체되어 있는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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