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회사 이직기
현 회사에 재직한 지 4년 반이 되어갈 때 즈음, 이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이직을 하고 싶은 혹은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세봤는데 이유가 열개도 되더라. 신입 때 업계 대비 낮게 시작한 연봉, 회사 상황 등 모든 지표가 "이직"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 회사에서 신입부터 시작해 햇수로는 5년을 채운만큼 회사 내 아는 사람들도 많고 워라밸도 적당히 지키며 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던 터였다. 첫 3년 간은 회사에 자긍심도 크고 주변 사람들이 회사에 대한 불평 하거나 퇴사를 고민할 때면, 우리 회사의 장점들을 집어가면서 조금 더 있어보라고 격려하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이제 같이 불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이직의 필요성이 느껴지던 것이다.
3-5년 차가 이직하기 제일 좋은 시기라고 하지 않는가. 나도 한번 점프업을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좋은 회사로 이직했던 주변 동료들을 떠올렸다. 나도 멋지게 이직 성공해서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축하받으며 마지막 인사하는 상상까지 이미 마쳤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할 때다.
이직을 하기 위해서 이력서부터 가다듬었다. 예전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대략 정리해 둔 이력서가 있는데, 다시 읽어보니 엉망진창이었다. 구글에서 이력서 템플릿을 찾아보고 비교도 해가면서 조금씩 작성해 봤다. 이력서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가까운 멘토 분께 이력서 피드백을 요청해 피드백을 바탕으로 몇 번이고 수정했다. 이력서 작성 그리고 수정에만 최소 며칠을 할애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니 이력서가 내 눈에도 조금 만족스러운 모양새를 띄게 되었다. 이제 이력서도 준비됐겠다, 눈여겨봤던 채용 공고 몇 개에 이력서를 지원해 봤다. 몇 군데 이력서를 제출한 이후에는 새로운 공고들을 물색하면서 혹시 모를 면접 대비 기술 공부들도 시작하며 일주일 정도를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자 내가 지원한 회사의 HR팀으로부터 서류 절차 결과에 대해 조금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지원 자격이 내 경험과 꽤 유사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A회사에서는 서류 전형이 통과했음을 알려주면서 면접 일정을 요청해 왔다. 마음속 1순위 었던 S사의 메일은 'sorry to inform you that...'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나쁜 기운은 없애버리고 메일함을 볼 때마다 실패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S사의 메일은 과감히 삭제했다. 지원했던 또 다른 M사에서도 메일이 왔기에 메일을 열어보니, 'Your experience looks like it could be nicely aligned to...'로 시작하는 메일을 받았다. 이력서가 채용직무에서 요구하는 경험과 잘 맞아 보이며, HR팀과 비디오 콜을 진행하자는 메일이었다! 워낙 유명한 회사지만 내 경험이나 기술 역량과는 접점이 없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회사인데 예상치도 못하게 서류를 통과해서 너무 설레고 의아하기도 했다.
곧바로 M사와의 채용 전형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비디오 콜 일정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