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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Dec 18. 2022

혼합된 사인

어느 봄날. 머릿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던 영석은 지금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머리고기를 먹고있는 공간에 있다. 모두가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공간에서 홀로 미소를 띄우며… 고인을 찾는 사람들 저마다의 애도가 반복되는 동안 낮밤을 알 수 없던 병원지하 장례식장의 하늘이 파랗게 변해갈 동안 어느새 두 명의 손님, 석훈과 태환만이 남아있었다.


“영석이 이 녀석… 우리한테 줬던 축의금을 조의금으로 값게 만들줄이야… ”

“아까 그렇게 울더니 뭔소리야? 지독한 농담할 시간있으면 여기와서 테이블 정리하는거나 도와줘”  

“글쎄, 이건 농담이라기보다는… 영석이 본인이 생전에 했던 말이야. “

“뭐? 본인이 했던 이야기라고?

“그래,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석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있어.

“이 인간아, 지금 영석이 가족분들도 계시잖아. 이런 자리에서 그런 말 하지말고…. 이따 둘이 있을 때 자세히 얘기해봐. “


시간은 새벽3시20분. 영석의 두 친구 석훈과 태환은. 유가족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마치고 1층으로 올라와 옆 건물 로비에 있는 24시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이어간다.


“석훈아 너 기억안나? 우리 셋이 마지막으로 단톡방에서 얘기나눴을 때. 영석이가 눈에는 눈, 축의금에는 축의금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조의금으로라도 자기가 우리한테 줬던 축의금 돌려받겠다고 했었잖아.


“글쎄다… 그거 몇 달도 더 된 이야기잖아. 설령 그렇게 말은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진심이었겠냐? 그 말을 실행하겠다고 사람이 일부러 죽겠어? 쓰지 못할 축의금 회수라… 생각 좀 해봐라. 사람 목숨 값이란건 그렇게 싼 게 아니라고 “


“그 얘기가 나온 맥락을 생각해야지, 너도 알고있겠지만 영석이의 최근 상황말인데, 객관적으로 좋다고는 할 수 없었잖아? 몇 년전 뒷일 생각안하고 다니던 직장 퇴사해서, 자기가 진짜 하고싶은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소득도 없었지. 사는 동안 짝사랑에 족족 실패해서 오래전부터 이 나이 되도록 결혼은 커녕 제대로 된 연애한번 못해봤지. 그 세월이 지금까지 누적되었잖아. 석훈아, 나도 영석이가 마지막에 나쁜 마음 안 먹은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나 아까 영석이의 사인을 듣고나니까 진짜 자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라고 만약 내가 어떻게든 도움을 주거나, 그 친구 마음 고쳐먹게 해서 이런 상황이 나오는걸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태환이 너 그거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야. 그리고 은근히 영석이 인생 깎아내리면서 이상한 자책하려 들지마. 영석이 상황이 뭐가 어쨌다고? 그런 시기가 삶에 없는 사람도 있나? 내가 아는 영석이는 본인 포함 어떤 누구의 생명이라도 중요시하면 중요시했지, 자기 삶을 스스로 포기할 정도로 비관적인 사람은 아니었어. 이번 일도 그래, 나는 영석이가 그저 운이 안 좋아서 실수로 죽게되었다는 생각이야. "


“아니, 난 그런게 아니라…. 하아.... 석훈이 너가 우리 중에서 처음 결혼할 때. 같이 축하해주러와서 영석이가 내게 했던 얘기들을 들었다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너도 이해할 수 있을거야. “


“태환아. 너야말로 영석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나 결혼하고나서 몇 년 뒤 네가 결혼했을 때 있잖아. 그 때 영석이가 내게 했던 이야기를 듣는다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 걸? “


석훈과 태환이 동시에 내뱉었다.

“그래서 영석이 걔가 무슨 얘기를 했는데?”

 

자살인가? 사고사인가? 석훈과 태환. 두 친구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영석의 물리적 사인은 약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만에 하나 범죄사건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해서 영석의 시신을 살펴본 경찰 부검팀이 제공한 공식적인 정보에 따르면, 영석의 시신에서 같이 먹으면 안되는 두 가지 성분이 검출되었고. 그 성분은 각각 영석이 먹은 알레르기약과, 무좀약에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발품을 팔아 여러가지 조사를 한 결과 영석이 병원을 오가며 먹는 약을 처방받은 약국에서는 그가 사망하기 몇 주전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에 시달려 알레르기약을 사용중이었다고 증언했다. 거기에 추가로 무좀이 발병하자 이에 대한 약을 처방받은 영석이 혼용의 위험성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두 종류의 약을 같이 복용 한 순간. 약들의 화학작용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본 이 사건의 전말이다. 


알레르기약은 심장 근육에 작용하는 칼륨통로를 차단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데, 거기에 무좀약의 항진균제가 혼합되면 그 독성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 같이 먹으면 심장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정보가 담긴 인터넷 기사를 핸드폰으로 보며 석훈과 태환은 각자가 기억하는 영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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