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습관 배우기
나는 가끔 숨통이 죄여오거나 답답할 때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습관이 있다. 남이 보기에 조금 당황스러운 습관일 수 있겠다. 숨이 일정하지 못하거나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호흡이 어려울 때, 요가 매트를 깔고 양 손에 깍지를 끼어 머리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곳에 머리를 댄다. 그리곤 천천히 다리에 있던 무게 중심을 머리 쪽으로 옮긴다. 숨을 한번 더 가다듬고 두 다리를 훅 하고 뗀다. 개구리 같은 자세가 되는데, 여기서 천천히 호흡하며 다리를 한 짝씩 천천히 들어 올린다. 그렇게 일명 ‘머리 서기’를 하고 1분에서 2분 정도 숨을 가다듬으며 버티고 있는다. 몸이 흔들흔들거리면 호흡으로 중심을 잡는다. 몸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제대로 설 수 있다(머리로든 다리로든). 여기서 호흡이 흐트러지면 넘어지기 쉬우니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을 잘 지탱해야 한다.
밖에서는 할 수 없지만, 집에 있는 시간에 호흡이 어렵거나 감정 조절이 잘 안될 때 내가 하는 운동 습관이다.
요가를 시작하고 가장 힘들게 배운 기술은 다름 아닌 '호흡'이다. 요가는 동작을 얼마나 잘하는가 보다 호흡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중요한 운동이다. 요가 초보 시절, 나는 동작을 '잘' 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했다. 한쪽 다리를 올려 이마와 닿게 하기 위해 있는 힘껏 다리를 뻗어 낑낑거리고 있을 무렵, 선생님께서 내게 다가와 "주현 씨, 숨 쉬세요!" 하셨다. "숨.. 숨 쉬고 있는데욥..!(아님)" 꾹 참은 숨이 다리를 풀자마자 후~하고 나왔고 얼굴은 터질 것처럼 빨개져 있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몸을 움직이면 됩니다. 여러분, 이건 경쟁이 아니에요. 동작은 호흡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요. 내 호흡에 집중하면서 다시 한번 동작 갈게요." 요가 선생님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지시에 뜨끔한 나는 동작보다 호흡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또다시 '어려운 동작을 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무렵, 이상아 작가의 <아무튼, 요가>를 읽었다. 저자는 책에서 연거푸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는 요가 선생님과의 지도와도 일맥상통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요가 외에도 무언가를 잘 해내려 욕심 낼수록 숨을 쉬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호흡의 길이도 짧았다. 그러다 보니 긴장한 상태에서 숨을 참다가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때론 역으로 호흡을 지나치게 많이 해 과호흡이 오기도 했다.
숨을 들이켜고 내쉬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터득하는 것인데, 어쩌다 나는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잊어버렸는지 나 자신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기에, 나는 좀 더 요가 수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요가원을 매일 출석하며, 호흡 수행에 집중했고 수련을 하며 동작 자체보다 내 호흡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했다.
다음은 운동을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메모장에 작성한 일기 중 일부다.
‘요즘 들어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잘 살고 싶다 숨도 잘 쉬고 싶고, 잘 웃고 잘 자고 잘 먹고
이게 사람이 사는데 기본적인 일인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습관이 결국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인생을 갖고 싶길래 이렇게 숨 쉬는 습관에 집착하는 걸까. 궁극적으로 나는 잘 살고 싶다. 내게 있어 잘 산다는 의미가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사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기본적인 것들을 잘해나가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숨도 잘 쉬고, 잘 자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숨을 잘 쉬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