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춘기.. 사춘기.. 엄마도 있었던 사춘기..

by 도담

우리 집의 저녁은.. 정적이 흐른다.. 조용하다.. 티비소리만 들린다. 오늘은 티비도 안 틀어서 내 타자소리만..

나는 딸이랑 둘이 산다. 앵무새 한 마리도 있지.( 다섯 살인 앵무새는.. 말은 못 하고 삑삑~ 울기만 한다.. 작은방에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

거실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도 있다.

저녁에 밥 먹는 시간.. 오늘처럼 학교원서 쓸려고 나란히 앉아있거나.. 빨래를 개거나..(같이 빨래 개자고 부른다..) 얼마 전에 그림 그리기 세트 구입해서 딸의 흥미가 있는 일이 있거나.. 티비를 같이 보거나... 등등..


하지만 저녁의 대부분의 시간은.. 사춘기 딸은 자기 방에 문 닫고 들어가고 나는 거실에 나와서 소파에 기대앉아있고.. 사춘기딸이 거실에 나와있으면 나보고 방에 들어가랜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작은 불 하나 켜고 초록색 이불 위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보거나.. 아니면 달리러 간다.. 살기 위한 뜀뛰기를 위해서 헬스장으로 간다~ㅋㅋ





사춘기.. 사춘기..

사춘기가 올지 몰랐지.. 온다고 해도 내 딸한테는 안 올지 알았지.

"사춘기 오면 안 돼. 약속해."

알겠다고 하던 애가 어느 날.

"엄마, 사춘기가 오는 건 자연스러운 거랬어!"

"사춘기는 원래 그런 거야!"

"나 사춘기잖아!"

사춘기를 무기 삼아.. 나를 조용히 방으로 돌려보낸다.


오늘 저녁.

"엄마 친구 잠깐 만나고 오게! 친구가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울어!"

하루 종일 그 친구랑 만나서 놀다가 들어왔는데 족히 한 시간도 안 됐는데 ..그 사이에 남자친구랑 헤어졌네?

"울 거면 뭐 하러 헤어져~" ㅋㅋㅋㅋㅋ 1차 방어.. 나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말로 못 나가게 막았다.ㅋㅋ

"더 좋은 남자친구 만날 기회라고 이야기해~"ㅋㅋㅋ 2차 방어.. " 엄마 무슨 그런 말을 해~~~"

"저녁엔 엄마랑 좀 있지?" ㅋㅋㅋㅋ 3차 방어.. "엄마, 엄마만의 시간을 주는 거야~ 1시간 있다가 들어올게"


슝~~ 나가버렸다...... 한마디 던지고.. "엄마 사랑해!"ㅋㅋㅋㅋㅋ





그 딸친구가 남자친구랑 헤어졌다는 전화 오기 전에 딸이랑 잠깐 대화를 나눴다..

"엄마 나 용돈 모으고 있어." 주에 2만 원씩 준다.. 사실 적지.. 그렇지만.. 용돈 준 날은 늦게 들어오고 간간이 더 타서 쓴다.. 나는 그런 말을 가끔 한다.. "용돈 주면 다 탕진해서 들어오네~ 엄마가 은행원인데 어찌 돈을 그렇게 쓰니.. 제발 택시 탈 돈 정도는 남겨두고 살아~ 급하면 택시는 타야지!" "알았어~" 말은 잘하지..

"용돈 모아서 엄마 주게?" ㅋㅋㅋㅋ

"어, 백만 원 모아서 엄마 줄 거야."

"아이고 어쩐 일이냐~"ㅋㅋ

"엄마가 돈이 없다고 이야기하니까~"

"고맙네~~ 엄마가 이사 갈 때 보태 쓸게, 근데 주 2만원밖에 안주는데 백만 원은 언제 다 모으니? 3개월 뒤엔 이사 가는데?"ㅋㅋㅋㅋㅋ

"음.. 모으고 있어.." (3개월이라는 건 계산 안 하는 것 같다..)

"엄마 사랑하나?" ㅋㅋ (나는 아주 많이 물어본다.. 자주자주..)

"사랑하지.. 나한테 화낼 때는 안사랑해.."

"사랑한다면서 맨날 밖에서 친구랑만 노나"

"밖에서 친구랑 놀아도 늘 엄마 생각해.. 사랑한다고..ㅋ"


- 백만원도 주고 차도 사주고 집도 사준다는 딸.. 집 사는게 꿈이라는 열여섯살..(혼자지낼집..ㅋㅋ그옆에 엄마집도 지어준댄다..).. 아이고.. 내 영향으로 저런 생각을 너무 일찍했나.. 짠하다가... 그래도.. 너는 난주 엄마보다 더 빨리 집을 살끼다...목표가 있으니..! 하고..좋게 생각하기로.


아... 꼬물꼬물 아기 때가 생각난다.. 내 눈엔 아직 아기다.. 울 엄마는.. "다 컸다! 아기는 무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렇게 이쁜 말을 할 때면 세 살 네 살 때 천사같이 말할 때가 생각난다. 세상 엄마를 제일 좋아하고 사랑했던 아기였는데... 사춘기 되면서.. 변했지.. 그래도 아직 저 입으로 나한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잖아..


그 사춘기 중3이.. 예고에 원서를 썼다.. (우리 집에 가수 나올려나..?)

사실 내가 바람을 넣었지.. 예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예고 입시설명회가 있네 한 번가 보까?.. 춤추고 노래하는 거 좋아하고 무대에 서는 거 좋아하는 내 딸.. 잠깐 그 바람을 멈췄는데.. 내 입이.. 바람을 넣었다.. 도로 집어넣으랬는데.. 이미 늦었다.

원서작성했고..다음주에 원서 넣고..마지막주에 면접보고 실기시험 친다.

오늘 담임선생님이랑 통화하다가 들어보니.. 그 마지막주에 애들 기말고사시험이랬다..

'아..? 그럼 저희 애는요?' 예고는 기말고사 성적도 안 들어가고.. 그 면접 실기 보는 게.. 인정이 되니.. 인정결석이랬다..


오늘 원서 쓰면서..

그 마지막주에 시험기간이래 오전시험만 있어서.. 너는 실기 치는 날은 시험 안쳐~ 했더니..

"응? 재시험도 안쳐?...."

ㅋㅋㅋㅋㅋㅋ 나는 웃었다.. "니 공부도 안 했으면서 시험이 치고 싶나?"..

나는 "아싸"하고 좋아할지 알았는데.. 우리 애는 내가 보기엔.. 그냥 착하다..

머리엔 아마도.. 그래도! 학교에서 하는 시험은 쳐야 되는 거 아닌가? = 해야 할 일이니까. 다른 애들 치는 거.




그래.. 사춘기 사춘기지만.. 그 사춘기가 마음이 나쁜 게 아니여..

그냥 그 사춘기라는 게.. 괜히.. 문 닫고 들어가고 싶고..

엄마를 사랑하지만 친구랑 더 있고 싶고..

일찍 들어가야 되는 거 알지만.. 들어오라면 더 들어가기 싫은 반항이 생기는 나이..


살살 달래 가며 너를 이끌어야 되는데..

너를 찾아 뛰어다녔던 게 몇 번 있었지.. 작년..올해.. 미친년처럼 뛰어다니고..경찰아저씨까지 불렀지..

무서운 사춘기 바람...


엊그제 새벽까지 통화했던 30년 지기 내 친구..

"우리도 그랬잖아.. 그 작은 시골동네에 거기도 시내라고.. 그냥 거기를 괜히 돌고.. 돌고.. 한없이 돌고..ㅋㅋ"


엄마도 그런 날이 있었어..

하... 그냥 얼른 지나가버려랏.. 사춘기..!



*** 오늘은 달리기 하러 안갔다.. 주말에 주문한 책이 왔다..! 야호..! 이호선님의 마흔의 기술.. 그.. 이혼숙려캠프를 간간이 봤었는데..(지금은 안 본다.. 저렇게 어떻게 같이 사나.. 그 생각이 들었는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무서워져서 그만 봄..) 상담해 주시던 분... 인상 깊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너무 기대된다...ㅎ 요즘은 브런치에 재밌는 글에도 푹 빠져있다..! 행복하다.. 나는 책이랑 커피 한잔. 내 집. 월급나오는 직장.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내 딸! 이렇게만 있으면 행복한 자라서..

브런치 재밌는 글 아시는 분 공유 좀...!! 나는 그냥 재밌고 유쾌한 글이 그립다. 그냥 마음껏.. 웃고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테슬라 주식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