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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사람 Aug 03. 2023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할아버지는 다른 층에서 우리 병동으로 오실 때부터 온종일 잠만 주무셔서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분이셨다. 가끔 suction 카테터가 할아버지의 비강 점막을 자극해 작은 눈을 끔벅거리실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더블 근무를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밤까지 병원에 있었다. 아침 11시경 할아버지 intuvation을 시행했고(by. dr), 오후 3시경 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셨다.


근무가 끝나도 “할아버지 힘들어요?” 하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리던 할아버지의 동그란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가족들도 할아버지가 고통 없이 편하게 가셨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intuvation tube를 잇몸으로 물고 힘겨워하시는 할아버지의 고통을 내가 나누어 짊어질 수는 없었을까.


같이 오후 근무했던 선생님과 할아버지가 마지막 여행을 떠날 채비를 도와드리며 한참을 고생하셨다고, 좋은 곳 가시라고 인사했다.


하루종일 몸살이 걸린 사람처럼 기운이 없다. 내가 할아버지를 보는 동안 처음으로 본 최선의 표현이 ‘힘들다’였다는 게 미안했다.


하늘나라로 가신 환자분들은 여럿 계셨지만 내 근무시간에 환자를 보내드린 건 이번이 고작 두 번째인데,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텐데. 무너질까 두렵고, 무뎌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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