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이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하루가 이렇게 이어지다니
슬픔이거나 아니거나
점점 구분할 힘이 줄어든다.
그저 지나가는 버스나 사람을 보고
흘러가는 시간이라며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을 느껴야 할 뿐이다.
시간이란 흐른다는 말을
지금은 사람이 움직거린다는 말로
대체하려함에 콸콸 실소하다.
맞는 것 같다.
사람이 움직이니 시간이 존재하는 것.
내가 움직인 만큼 시간이 흐른다는 뚜렷함을
어떻게 더 확인하면 좋을까.
아파 움직이면 아픈 시간이,
놀라면 놀란 시간이,
웃으면 웃는 시간이,
가만히 있으면
나를 노려보는 시간이 그렇게 흐른다.
침을 삼킨다.
눈을 껌뻑인다.
숨을 들이 마신다.
아, 내 시간인가?
고맙다, 살아있어.
살아있는 것이 곧 시간.
내가 곧 시간이라는 것에 고개를 꺄우뚱거리다.
꺄우뚱거리다가 끄덕이다가 하늘을 보려다가
그러다가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