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문화예술②: 공모사업
2020년 4월부터 공모사업에 응모해 주민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인 지역문화진흥원,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년 생활문화시설 대상으로 공개 모집 사업을 실시했다. 공모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함께 사업을 할 지역문화예술단체를 찾아야 했다.
지역문화예술 분야에서 처음 일을 했고, 이러한 공모사업을 함께 해줄 단체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일단 나를 도와줄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찾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리고 차분히 앉아서 생각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근무지 주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유명한 단체들을 무작정 찾아 가보기로 결심했다. 마침 생활문화센터 안내 팸플릿이 있어 한 묶음 움켜쥐고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변 활동단체들이 대부분 독립서점들이었기 때문에 구경 온 손님인척 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팸플릿을 내밀며 새로 생긴 생활문화센터 담당자라고 말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나 같아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의심 했을만하다. 그런데 그중 유달리 나에게 친절했던 곳이 있었다. 바로 망미동에 위치한 비온후 독립서점이다. 그곳 사장님들이 나에게 대했던 따뜻함과 친절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온후 사장님들 덕분에 마침 새롭게 이사 온 영화문화협동조합 씨네포크와 인연을 맺게 되어 공모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공모사업은 2020년 ‘구락씨네레시피’부터 2023년 ‘들락날락구락’까지 2022년 딱 한번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진행했다. 4년간 이어진 다양한 공모사업으로 인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분들이 동네에서 이전에 없었던 프로그램이 생겨서 좋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종종 하셨다. 비록 급여는 지자체로부터 받았지만 주민들로부터 받은 감사가 공모사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