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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Nov 10. 2023

통제, 내 손에 잡히는 범위

안정감과 불안감 사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독자분들은 통제를 하며 느끼는 감정들이 어떤 종류의 감정이셨나요?

통제라는 건 일단 내 머릿속에 전체가 파악이 되고 고민을 하여 선별해 낸 뒤,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고 단호하게 할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이르러야 가능해진다 봅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알고 온전히 파악해야 하는 물리적 시간과 여러 번의 케이스를 시물레이션 해보며 나름의 결론을 내려야 하는 일이고요.

저는 사실 늘 나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역할들을 동시에 해 나가느라 어느 것 하나 통제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게 맞겠네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조금씩 커 가면서 그리고 싱가포르로 이주를 하면서 일단 통제할 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났어요.


싱가포르로 이사를 하며 느꼈습니다. 나는 통제되지 않는 물건들을 이고 지고 살았구나.

아이들 용품뿐만 아니라 부엌의 작은 칼하나까지 도통 어떠한 쓸모와 빈도로 이걸 구매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돈 주고 샀으면 구매 의도대로 주야장천 잘 쓰면 좋으련만 포장 그대로 남아있는 쓸 때 없어 보이는 물건까지 싱가포르로 이고지고 왔더라고요. 심지어 싱가포르에 오기 전, 한국에서 당근에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줄이고 버리고 해외이사 포장까지 해 가며 들고 온 물건들인데 말이죠.


한국집 평수의 반만 한 곳에 400개가 넘는 해외이사 상자를 풀면서 정말 살아온 내 인생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잘 살아온 게 맞나, 돈과 물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이제 정말 적은 쓸모를 가진 제품은 사지 않겠노라 다짐의 다짐을 했습니다. 얼마 후, 미국으로 1년 교환의사로 간 친구네도 그런말을 하더라고요. 이사짐의 멀쩡한 물건들을 버리는게 너무 힘들었다고.

저 또한 수납장이 터져나갈 만큼 넣어도 넣어도 안 되겠는 멀쩡한 물건들을 버리면서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수백 번 생각했습니다.

정말 물리적으로 이런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사실 요즘 한국 사람들에게 체험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저는 저희 동생에 비해 정말 스크루지처럼 돈을 안 쓰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사 모았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제 또래 한국 친구들은 정말 사소한 것도 공구한다고 사고, 조금의 불편함도 싫어서 찰나에 쓰게 되는 물건도 1+1로 여러 개 구매를 하고, 펜트리라는 공간을 가득가득 채우며 살잖아요. 한국 모든 가정에 없는 가전제품이 없기도 하고요.

그렇게 사 모은 물건들을 잘 활용하려면 정말 부지런해야 하고 그걸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도 필요한데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게 가능한지, 시간을 줄이고자 산 물건들이 주인인지 내가 주인인지 묻고 싶어요.


통제가 되시나요?


저는 극한의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양해요. 내 취향으로 꾸민 내 공간에 있는 물건들이 소중합니다. 가장 좋아하던 소품샵 구경도 곳곳에 놓았던 비싼 조화들 모두 최대한 정리하고 발길을 끊었습니다.

겨울 옷 잔뜩 주고 버리고 정말 아끼는 옷만 들고 일 년 내내 더운 나라로 왔는데, 그 옷 만으로도 사실 마스트 베드룸의 붙박이 장이 가득 차요. 그리고 가장 통제가 안 되는 부분은 옷 좋아하는 남편이요. 그득그득 차 있는 두꺼운 옷들 관리한다고 에어컨 틀고 주기적으로 제습기 틀고 1년 중 1번도 못 꺼내 입은 채로 이고 지고 있는데,  남편은 계절 상관없이 옷 사이트에서 세일을 할 때마다 배달이 옵니다. 정말 화도 내 보고 잔소리도 해 보지만 말릴 수가 없어요.

이렇게 부부란 안 맞습니다. 애초에 하나부터 열까지 같이 살아가면서 함께 해 나가야하는 영역들이 세세하게 아주 많고 그 영역마다 서로가 생각해 온것, 지금 생각하는 것, 미래를 위한 생각도 다 달라요. 이 모든 걸 각자가 참아내고 그래도 장점 보며 살아가는 거 같아요. 결혼하고 보니 정말 잘 맞거나 잘 맞춰주는 남편 만난 분이 젤 부러워요. 하지만 대부분 같은 맘으로 사시는 부부는 없으시겠죠?

저희 남편이 옷 좋아해서 장점은 제 옷도 골라주고 본인꺼 사면서 제것도 늘 사자고 골라줘서 제 옷장도 채워줘요. 다만 전 좀 있는 옷으로도 충분하다 생각인데, 이쁜 옷은 입어 보고 싶으니 10개중에 2개 사니 또 그를 이해해줘야하는거겠죠? 이렇게 또 인생대처 방법의 경험을 쌓아나갑니다.


통제는 물건 말고도 다른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 이야기는 다음 10년을 하면 통달하는 나만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해 볼 께요.


독자분들도 꼭 필요하여도 자주 잘 쓰는 물건만 골라 올바른 소비를 하고 계시길 응원합니다.

저는 아직도 부족하니 더 수련이 필요합니다.

일단 깨달았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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