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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Oct 22. 2023

습관, 루틴의 무게

40살이 되어서도 잡기 힘든 루틴의 반복성

나는 F성향에 감정적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형이다. 따라서 일상반복, 루틴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그런데 내가 얼마큼 힘들어하는지도 43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왜냐하면 엄마와 살던 32년간 난 엄마와 학교의 시계대로 살았고 10년은 회사의 시계대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매일의 루틴이 강요되었고, 난 지각 한번 없이 늘 일어나 밥 먹고 가방 메고 학교와 회사를 성실히 다녔기 때문에 "뭐 매일 하는 일, 그게 루틴이지 뭐. 40년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못하는 일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휴직을 하고 늘 찾아 헤매었다. 나의 루틴, 건강한 루틴.


내가 생각했던 가벼운 루틴은 요가매트를 깔고 향을 피우고 심호흡으로 명상하는 모습을 생각했었고, 하루 7~9시간 수면과 적당한 운동으로 몸이 회복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다시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다면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회사 5년 차쯤, 화장품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늦게까지 술 마시지 마라. 다음날 회사일에 지장주는 일이야." 당시에는 어쩜 저런 말을 대놓고 하나, 이후 시간은 내 시간이지, 회사와 계약한 시간 동안 부려먹었으면 됐지 나의 소중한 저녁시간까지 통제하는 부장님을 엄마 잔소리쯤으로 들렸다. 


요즘 나는 운동도 예전보다 많이 하고 먹는 것도 진짜 조절해서 먹는데 살이 왜 안 빠지는지, 도대체 이유가 뭐지 찾다가 '혈당 다이어트를'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가 아닌 내 몸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혈당은 인슐린 수치와 관련이 높은데 인슐린 민감성은 몸속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는 정도로 평일 늦게 잠을 자면 인슐린 민감성이 약 27%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인슐린 민감성이 낮을수록 살이 찌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살이 빠지는 것과 관련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싱가포르로 이주해 와서 잠을 꼬박 8시간씩 잘 자고 있기 때문에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에 잠은 아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주말에 몰아 운동한 사람과 평일 나눠 운동한 사람의 사망률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는 잠과는 다르게 운동은 몰아서 해도 된다는 말이 된다. 싱가포르는 1년 내내 30도를 웃도는 더운 적도의 나라이다. 그리고 공기도 맑다. 나무가 많고 언제든 나가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늘 휴직을 하면 하루에 2시간씩 운동해야지 8시간 꼬박 회사에 메어있는 몸이라 휴직을 하게 되면 주어지는 그 많은 시간의 2시간 운동은 거뜬히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 출산휴직 때 한국에 있으면서 오늘은 운동을 꼭 해야지 하고 일어나지만 막상 나가야 하는 시간에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 운동을 못하니 안 나가겠다는 핑계, 추워서 미끄러질 수 있다는 핑계, 월간 매직이 시작될 것 같다는 핑계로 30분 운동도 어려워했었다. 그리고 운동을 못한 것은 나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날씨나 환경이 따라주지 않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오해를 오롯이 내 오해였다는 걸 받아들이는 시간이 꽤 걸렸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런 환경적인 요인들이 다 받쳐주기 때문에 내 의지만 변수로 남는다. 

결국 운동은 내가 하기 싫었던 것이었고 1분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으며 2시간 운동은 사실 운동 초보인 내게 불가능한 계획이었던 것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싱가포르로 이주해서도 많이 싸웠다. 

이주하자마자는 헬퍼를 고용하지 않고 내가 육아와 살림을 다 해왔고 둘째가 돌 무렵 아직 모유수유를 하는 중에 이주를 했기 때문에 나는 운동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 좋은 날씨에 운동 좋아하는 남편은 일주일에 3번이 뭔가, 부르면 나가고를 반복하더니 매번 집에 없는 것이다. 저녁을 차려놓고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설거지나 일처리는 해 놓고 나간다고 하지만, 사실 육아하는 입장에서 언제 어떤 손이 필요할지 미리 처리해 놓을 수 없는 일들이 허다하다. 습관적으로 방에만 들어가 있지 말고 거실에 나와 있으라 하면 '크게 해야 할 일도 없네' 하지만, 나와서도 핸드폰만 보고 있다면 아이가 엄마에게 와서 엄마 물 줘, 엄마 이것 좀 떼줘, 내가 몇 번이고 일어나야 한다. 정말 적극 참여라는 말을 남편들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우리 집 편도 마찬가지였고 육아기간 동안 정말 많이 서운해하고 힘들었다. 

이제 둘째가 5살이 넘고 너무 착한 미얀마 헬퍼가 엄마아빠 손을 많이 덜어주기 때문에 더 이상 남편에게 바라는 게 없어져 싸움이 줄어든 것 같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 부부는 함께 운동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 많으면 6~7번 매일, 2~3번 운동을 할 때도 있다. 세상에 사람이 매일 운동을 2번씩 할 수 있는거구나. 바로 눈 앞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지치는 나를 끌고라도 가서 운동을 시켜주는 남편 덕분에 그래도 운동 루틴을 시작했다. 


루틴의 꾸준함이란 게 쉬운 게 아님을 몸소 깨닫게 된 나는 나에게는 매우 관대하나, 이게 딸과 연결이 되면 내 태도가 180도 변한다. 

"꾸준히 해야지 안 까먹는다", "뭐든 잠깐 할 거면 하지 마", 지구력/지속성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온다고. 이런 잔소리가 끝이질 않는다. 말하면서도 미안하고, 나는 실행하지 못하면서 딸에게 요구하는 것 같아 이 사실이 들킬까 걱정도 된다. 이런 루틴함은 엄마 닮지 말고 아빠를 닮아 조금 더 크면 잘했으면 좋겠는 마음이 더 크다.  


루틴이 너무너무 힘든 ENFP, AB형 엄마가 루틴 한 것 잘하는 딸이 되었으면 하는 당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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