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시선과 감도가 담겨있는 '한아조', '희녹'에 대해서
안녕하세요! 일상 속 브랜드이야기로
편안한 대화주제를 만들어 드리는 남자.
스물두번 째 글로 인사드리는
'브랜드 토커 김프로, 김동숙' 입니다.
나이가 들 수록 자신 만의 취향이 확고하게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멋지게 느껴집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남과 다른
나만의 취향이 점점 확고해 지는 것 같습니다.
출근 전 뿌리는 향수.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번은 쓰는 치약.
심지어 매일 마시는 물 까지도
특정 브랜드의 제품만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십년이 넘게 쓰고 있으니까요.
내가 쓰고, 느끼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곧 나로 대변된다. 는 생각 때문에
맘에 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런 저에게 2년 전 부터 슬금슬금
삶 속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품 뿐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과 성격까지
제 맘 속에 스며들고 있는 브랜드.
오늘의 브랜드는 수제비누 브랜드인
'한아조(Hanahzo)' 와
탈취제 브랜드인 '희녹(Hinok)' 입니다.
첫 번째 브랜드. '한아조(Hanahzo)'
저는 한아조의 비누를 욕실 뿐 아니라 안방에 둘 정도로
'오브제' 로 활용 하고 있습니다.
한아조의 조한아 대표는 패션브랜드 인 H&M
VMD 디자이너 출신 이라고 합니다.
패션 디자이너의 생활용품 브랜드 런칭이라니
한아조의 스토리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한 잡지 인터뷰에서 그녀는 잠자는 시간만 빼면
일만 생각 할 정도로 일에 몰두한 워커홀릭 이었다고
합니다.
7년차가 되던 시점 그녀는 여느 회사원 처럼 번아웃이
찾아왔고
'내가 과연 정말로 원하는게 무엇인가?' 에 대한
생각에 빠져 돌연 퇴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퇴사를 하게되고
집에서 멍때리기, 평소에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
하루종일 영화보기 등 평소에 하고싶었던,
해야만 했던 일들을 하나 둘씩 했고
비누를 만든 것 도 그 중 하나 였다고 합니다.
"당시 수제비누는 큰 특색이 없었어요.
어성초 비누, 장미 비누 등 원료 하나만 넣어서 집에서
만드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내가 만들어서 팔면 더 잘 할 수 있겠다 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죠."
하지만 그녀의 자신감과 달리 첫 수제비누는
이틀 동안 한 개 밖에 팔리지 않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고 하네요.
'한아조, 안아조, 한아 조, 하나조, 한 아조… '
한아조를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뜻일지 혼자서
브랜드 네임을 조합했던 기억이 납니다.
천연 수제비누 를 만드는 브랜드 이니
피부를 한아름 감싸 안아 준다는 뜻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대표인 ‘조한아’ 님의 이름을 따왔다는 얘기를 듣고
혼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네요.
조한아 대표는 제품의 품질에는 나름 자신 있었지만
플리마켓에서 이틀에 한 개 밖에 팔지 못한 이유를
브랜딩의 부재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출발이 브랜드 네임 이었고
한아조 라는 브랜드 네임은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와
같이 외국에 있는 좋은 브랜드들은
모두 창시자의 이름을 걸고 있다는 데서 착안해
조한아 대표의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쓰기로 합니다.
그 다음은 브랜드의 존재의 이유 라고 할 수 있는
Brand Definition.
한아조의 Brand Definition은
"Pause your Life,
지친 삶을 잠시 멈추는 휴식. 입니다.
'Pause your Life' 는 조한아 대표가
패션디자이너로 일했던 시절 번아웃으로
인생의 갈피를 못찾을 때 느꼈던 상황에서
한아조 런칭 준비를 했던 상황과 잇닿아 있다고 합니다.
지친 삶을 멈추는 휴식을 위해선
따뜻하고 정감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한아조의 시그니쳐 컬러는 ‘파스텔톤 컬러’ 입니다.
조한아 대표는 휴식을 위해선 귀엽고 사랑스러운게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영감을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 을
보며 귀업고 사랑스러운 비누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파스텔톤 비누, 케이크를 연상케하는 한아조 스타일의
비누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거죠.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뛰어난 색감으로
미국 아카데미 상을 받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그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지만 저는
한아조가 말하는 휴식이란 특별한 시간을 내서 즐기는
대단한 휴식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향유 할 수 있는 ‘자투리 휴식’ 을 지향하는게
아닐까 생각 됩니다.
그 정신이 한아조의 대표 제품인 ‘자투리 비누’ 까지 연결 되기 때문이죠.
다양한 비누를 만들어 내니 한아조 사무실엔
항상 자투리 비누가 많이 나왔습니다.
버리기도 아깝고 나눠주기도 뭐 해서
처음엔 직원들이 나눠 가졌다고 합니다.
근데.. 곧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고
그래서 개발하게 된 게 바로 ‘테라조 비누’ 입니다.
테라조 비누는 비누 속에 작은 비누 자투리가 무늬처럼
박혀 있어요,
테라조는 테라스(Terraces) 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에서
유래된 말로 수백년 전 유럽에서 베니스 노동자들이
버려진 대리석 조각들을 모아 흙과 개어서 바닥에 바르는
것에서 시작된 일종의 건축방법 입니다.
“테라조 비누의 조각들을 보면 이게 어떤 비누에서
나온 조각인지 다 보여요.
하나의 테라조 비누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셈이죠.”
없어서 못판다는 한아조의 선물세트인 ‘퍼그램 선물세트’
도 테라조 비누에서 시작 된 상품입니다.
퍼그램 선물세트 는 4~6종류의 비누를 담을 수 있는
나무박스에 매일매일 다른 자투리 비누가 들어갑니다.
고객은 배송받기 전에는 어떤 비누가 들어가있을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퍼그램 선물세트의 설명란에는 이렇게 적혀있죠.
‘어떤 비누가 와도 반겨주세요.’
한아조는 2019년부터 잠옷과 필로우 미스트를
팔고 있습니다.
욕실에서 침실로 휴식이 확장 된거죠.
한아조가 생각하는 다음의 휴식이란 무엇일까?
정말 궁금하더라구요.
그 답은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 있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지나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나올 때 pause 버튼을 누르잖아요.
잉여시간, 퍼즈가 진짜 중요하겠다.
이게 우리의 본질인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히 보였어요.”
“일상의 가장 긴 휴식이 뭘까요. 하루로 치면 잠일 테고,
1년으로 치면 휴가이죠.
무지가 집을 파는 것처럼,
한아조는 그런 식으로 ‘퍼즈’를 팔고 싶습니다.”
한아조가 그리는 일상속의 잠시 멈추는 휴식에 대한
범주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합니다.
두번째 브랜드. ‘희녹(hinok)’
저번주에 롯데월드 몰로 데이트를 다녀왔습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향수 브랜드 직원들이
시향지 를 건내면서 홍보를 하더라구요.
수많은 향수 브랜드의 시향지 사이를 뚫고 제 코의
Fresh 함을 선물한 녀석은 다름아닌 ‘희녹’의
'더 스프레이' 라는 탈취제 였습니다.
두번째 브랜드는 그 녀석에 대한 스토리 입니다.
희녹의 박소희 대표는 약 20년차 코스메틱 업계에서
일한 화장품 전문가 입니다.
로레알, 아모레퍼시픽 등 말하면 아는 브랜드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상품개발 까지 경력이 화려하죠.
화장품 전문가 였던 그녀가 택한게 생활용품 카테고리
라는 것도 너무 신기했어요.
그것도 탈취제 라니..
2019년 박대표는 아이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답례품으로
손소독제를 준비했는데 화학성분이 너무 많은 걸 보고
그 때 깨달았대요.
화장품도 생활용품도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가
필요하다는 걸요.
그 때 생각한 카테고리가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 였어요.
나와 상대방, 그리고 사회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한
카테고리 란 뜻입니다.
“매너는 지키면 좋은 거고 에티겟은
꼭 지켜야 하는 거잖아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연을 위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희녹’ 의 목표입니다.”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스토리가 알려지면 저절로 마케팅이 되거든요.
원재료를 고르는 과정, 용기를 고른 이유가
다 설명 되어야죠.”
희녹 브랜드 네임은 바랄 희, 푸르를 녹 의
단순 조합입니다.
희녹이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 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브랜드 여서 브랜드 네이밍도 경계가 모호한
뭔가 확실치 않게 지었다고 합니다.
직관적이지 않은 그러면서도 튀지 않는 그런 네이밍.
푸르른 숲을 바란다는 브랜드 네임 처럼
대표 제품인 ‘더 스프레이’는 100% 편백수입니다.
제주 애월의 편백나무에서 수증기로 성분을 추출했어요.
박대표는 창업 전 3년 동안 이 원료를 찾아다녔다고 해요.
인상적인 건 원료를 만들기 위해 멀쩡한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는 거예요.
편백나무는 자랄 때 원래 가지치기를 하거든요.
그렇게 쳐낸 가지로 원료를 만듭니다.
희녹이 직관적이지 않고 모호한 포지셔닝 이지만
참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디자인’ 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탈취제는
‘제품의 기능적인 속성’ 에만 집중하기에
예쁠 필요가 없죠.
감성이 아닌 이성을 고르기 때문이죠.
희녹의 고객들은 제품을 사진으로 남긴다고 합니다.
완전히 감성적인 브랜드로 다가간거죠.
여기에 희녹의 키가 있습니다.
‘스며들다.’
희녹의 키컬러는 ‘딥그린’ 입니다.
편백숲에서 가져왔죠. 그래서 그런지 희녹의
더 스프레이를 뿌리면 어슴프레한 느낌이 듭니다.
새벽의 안개 자욱한 편백숲에 가면 이런 느낌이 들겠구나~ 라고
은연중에 상상이 되죠.
새벽녘 편백숲의 이미지를 상상하면 가볍기 보다는
묵직함이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이를 위해 더 스프레이의 용기 모양도 밑바닥을
묵직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역시 기분을 팔고 감성을 사는 화장품업계 에서
업력을 쌓아온 박대표의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2021년 4월,
희녹을 런칭한 곳은 30년된 빌라를 핀란드 식으로 개조한
에어비앤비 숙소인 ‘탈로서울’ 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에 복합문화공간인 피크닉 에서 열린
정원 만들기 전시회에 ‘희녹정원’ 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런칭과 팝업스토어를 끝내고 희녹이 본격적으로 B2C로
소비자에게 판매를 선보인 채널은
특이하게도 할인점, 백화점이 아닌
의류매장, 편집샵 식물원, 침구매장, 세탁서비스
같은 곳 이었습니다.
그 장소는 바로 보마켓, 식스티세컨즈, 런드리고 였구요.
이 세브랜드 모두
‘친환경’, ‘지속가능성’ 을 지향하는 브랜드 였습니다.
역시 끼리끼리 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네요.
Made with respect 라는 모토 아래에
원료의 채취부터 제조까지
모두 제주에서 진행되는 희녹 답게!
‘비자극성’ 과 ‘탁월한 효과’ 라는 두마리 토끼를
지속가능성 이라는 큰 테마 안에서 유지하기 위해
보다 생활밀착 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탈취제의 다음 제품은
1) 피부에 직접 닿는 비누와 핸드크림,
2) 일상생활에서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세탁세제 입니다.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가 가져가야 하는 카테고리의
제품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비건, 지속가능성, 에코 프랜들리와 같은
키 컨셉의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이쓴 이 시점에서
희녹만의 키 컨셉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나아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더 스프레이 뿌리고 편안한 잠 자야 겠네요.
이번 글은 특별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 김동숙의 취향이 담긴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종 들려드리겠습니다.
이상 브랜드토커 김동숙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롱블랙, 한아조, 희녹 홈페이지, 그리고 수 많은
인터넷 기사들을 참고 했습니다.
이미지는 핀터레스트 및 사진 기사를 참고했습니다.